'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이 세상을 구하고, 개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과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과대광고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자본주의를 파괴할 것인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무책임할 뿐 아니라 파괴적인 측면을 지닌다는 이유로 주주 자본주의를 비판하였다. 이들은 주주 자본주의가 지나치게 주주의 단기 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한다고 보았으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통해 주주 자본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얼핏 보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경영자가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SG의 부상과 군림
오늘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ESG(환경적 · 사회적 · 기업적 지배구조)’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ESG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후원을 받는 Who Cares Wins의 2004년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표현으로, Who Cares Wins은 자산 관리나 증권 중개 서비스에서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의 3가지 문제를 통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조직된 엘리트 금융기관 단체이다. 이후, 기업들을 향한 지침이나 권장 사항에 불과했던 ESG는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명시적 표준이 되었다.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에서 ESG 표준을 설정하며, 이에 따른 시행은 ESG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회사에서 이루어진다. ESG와 SASB 두 분야 모두에서 저명한 Larry Fink가 이끄는 자산운용사 Blackrock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 또한, ESG 자산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양호한 투자수익을 제공해야 할 뿐 아니라 ESG 표준을 충족하는 환경 및 사회지표를 보고해야 한다. 로이터 통신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ESG 펀드는 전세계 펀드 자산 중 1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블룸버그는 리포트를 통해 ESG 글로벌 자산 규모가 무려 40조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두 통계 모두 ESG 시장의 막대한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과연 ESG 도입으로 인해 주주를 제외한 일반 대중들의 형편이 더 나아졌을까? 그리고, 과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한다고 비판받는 주주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위의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첫 번째로, 주주 자본주의를 자유방임주의 자본주의와 혼동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밀턴 프리드먼이 1970년에 작성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구절을 살펴보도록 하자.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보장되는 사유 재산 체제 하에서 기업의 경영진은 기업 소유주, 즉 주주의 종업원이고, 경영진은 주주가 원하는 대로 사업을 이끌어 나갈 책임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책임은 일반적으로 법, 윤리와 같은 사회의 기본적인 규칙을 준수하며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구절은 주주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최고권력자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진정한 최고 권력자는 누구일까? 경제학자 루드비히 폰 미제스의 저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모든 경제문제는 투자자를 포함한 기업가에게 달려 있으며, 이들은 키를 잡고 배를 조종하는 것처럼 생산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선장인 소비자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즉,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주된 이해관계자는 바로 소비자다. 미제스가 언급한 '자주적인 소비자’는 어떤 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며, 이러한 소비자의 신호는 가격 시스템을 통해 경제 전반에 전달된다. 소비자의 신호를 적절하게 예측하고 바로 생산에 반영한다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간과한다면 손실과 파산을 경험할 것이고, 더 나아가 소비자의 니즈에 더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뜻에 복종하지 않은 결과는 혹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SG 기준을 받아들이는 기업은 단기적인 주주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사업 관행을 추구하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높은 이윤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최고권력자는 소비자인만큼, 소비자가 ESG에 대해 느끼는 메리트에 따라 ESG 자체의 가치는 변할 수 있다.
준수하는 자가 승리한다
불행하게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펼쳐 시장을 조작할 수 있기에 우리 경제 체제는 그리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중앙은행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양의 돈을 새로이 찍어내 금융기관에 돈을 쏟아부었고, 금융기관은 주요 이해관계자인 소비자에게 등을 돌리고 국가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연주자에게 돈을 지불한 사람이 곡을 고를 수 있다”라는 관용구처럼 자금줄이 있는 국가가 금융기관을 맘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형편없는 경제정책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빈곤해졌으며, 기업들은 빈곤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보다는 직접적인 수입원이 되는 국가가 제시한 사회적 기준을 충족하는 데 혈안이 되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 이처럼 국가가 자본흐름을 강하게 통제할수록 국가의 경제 전반에 대한 통제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고객을 소외시키려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결국 소비자 대신 주정부가 경제의 최고 이해관계자가 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과장을 조금 더 보탠다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자본주의를 사회주의의 한 형태로 바꿔버린다고 볼 수도 있겠다.
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입니다.
Dan Sanchez, Will ESG Reform Capitalism – or Destroy It?, 7 July, 2022
출처: https://fee.org/articles/will-esg-reform-capitalism-or-destroy-it/
번역: 명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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