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임*
Jörg Guido Hülsmann,
The Cultural and Political Consequences of Fiat Money
20 December, 2014
경제학자는 보통 가격, 생산, 고용, 생산구조, 자원의 희소성, 그리고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경제학자는 문화에 대한 연구에 기여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화의 변화과정에 있어 경제적 조건이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것 역시 경제학자의 당연한 임무이다. 예컨대, 경제구조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면 우리의 식생활, 가족관계, 수면습관, 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 등의 경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현행 화폐제도, 즉 불태환화폐가 문화와 정치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정부 운영에 있어 예산 제한의 의미
루트비히 폰 미제스를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가 불태환화폐를 강압적인 정부의 전제조건임을 이미 경고한 바 있다. 미제스에 따르면, 정부는 반드시 시민들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이 방법 외에는 시민들이 정부를 통제할 실질적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정치인들이 당선 전과 후에 보이는 모습이 매우 다르다는 것은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일단 그들이 당선되기만 하면, 최소한 임기 동안 우리는 그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가 없다. 따라서 미제스는 정부예산의 통제권을 시민이 확실하게 쥐고 있는 것이 정치인과 정부를 견제할 최고의 수단이라는 입장을 표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예컨대, 많은 최소국가주의자는 정부의 유일한 적법한 역할이 민간 재산의 보호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 임무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가? 만약 예산의 엄격한 통제가 없다면, 정부는 1억 달러면 충분할 업무에 10억 달러를 소모할 수도 있다. 일단 예산이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간 이상, 그리고 정치인들이 당선된 이상 시민들이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애당초 정부에게 들어가는 예산을 강력하게 시민의 통제하에 둘 필요가 있다.
미제스에 따르면, 시민의 납세를 정부의 유일한 재원으로 설정함으로써, 정부 예산 규모의 구체적 제한이 가능하다. 이는 정부가 쉽사리 예산 지출을 늘릴 수 없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시민들에게서 세금 인상의 동의를 끌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더 많은 세금은 언제나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민이 정부의 재원을 통제하는 사회에서는, 정부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팽창할 수 없다. 정부는 실질적으로 세금을 내는 시민의 지배하에 놓이며, 엘리트들의 밀실 정치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시민의 통제에서 벗어나서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대출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의 신용이 강력해도 대출에는 한계가 있다. 시민과 정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며, 해당 정권은 교체될 위험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불태환화폐의 발행이다. 불태환화폐는 정부가 무제한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함을 의미한다. 그것은 물질적 담보나 기술적 제한 없이, 원하는 금액에 따라 중앙은행 마음대로 생산할 수 있다.
정부가 화폐공급을 독점하고, 담보없이 생산될 수 있는 불태환화폐를 발행함으로써, 곧 시민에게 직접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정부 수입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실제로 정부 지출의 증가를 원하는 시민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부의 영역은 무제한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 결과, 정부의 통제는 납세자가 아니라 극소수 금융-정치 엘리트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다.
불태환 화폐의 문화적 영향
불태환화폐로 인해 정부는 시민이 아니라 소수 엘리트의 손아귀로 넘어간다. 추가적으로, 우리의 삶의 양식 역시 변화한다. 금 혹은 은을 기초로 한 상품본위제 하에서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가격 수준 역시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불태환화폐 제도 하에서는 거의 영구적인 가격 상승이 유발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인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이 금본위제를 유지하던 20세기 초반 수십 년 동안은 1달러의 가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물론 그 동안 미국이 꾸준히 경제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1달러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의 양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이 1970년대 중반에 금본위제를 포기한 이후, 1달러의 가치는 급속도로 하락하게 되었다. 40년이 지난 오늘날의 1달러는, 70년대의 1달러 보다 수십 분의 1의 가치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크게 변한다. 상품 본위제 하에서, 우리는 돈을 절약하고 장기적으로 저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의 1달러가 수십 년 후에도 거의 비슷한 가치를 가지거나, 오히려 가치가 상승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근검절약은 부자가 되기 위한 최우선의 덕목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화폐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장기 저축은 사회적 자살과 다름없어진다. 물가상승률이 10%인 사회에서, 저축은 1년 후 10% 이상의 손해를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을 커버할 수 있는 수익률을 보장하는 금융 투자가 매우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저축보다 빚을 지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같은 불태환화폐 제도 하에서, 우리의 경제적 시야는 장기적이 아니라 단기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최대한 리스크 높은 투자를 감내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집을 사기 위해 10년 동안 돈을 차곡차곡 저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당장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한 다음, 집을 담보로 하여 그 돈을 갚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방법이다.
불태환화폐 제도가 계속된다면 이런 경향은 물론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축이 아니라 투자만이 권장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계속됨에 따라 우리의 장기적 생산성은 하락하게 된다. 그리고 경제활동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우리의 문화적 양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아마 우리는 더 물질적인 속물로 변모할 것이다. 더 이상 저축만으로는 장기적 번영을 이끌 수 없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금융시장에서 눈을 떼지 않고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관계 역시 건조하게 변하고 소위 ‘정이 없는’ 사회가 형성될지도 모른다.
결론
불태환화폐의 이 같은 문제점에도, 그 누구도 불태환화폐 제도의 폐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아무리 불태환화폐가 불건전하고 위험한 제도라고 한들, 그것을 폐지하고 건전한 화폐제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단기적 비용 및 부작용 역시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수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불태환화폐 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 말하자면 ‘합리성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현재 제도의 작동을 멈추고 개혁을 시도한다면, 모든 사람이 단기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사실 때문에 결함있는 제도가 영속적으로 유지된다. 더욱이, 불태환화폐 제도에 의하여 형성된 오늘날의 속물적인 문화적 토대를 고려한다면, 사람들에게 이 같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우리는 이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용기와 의지의 문제일 것이다.
번역: 김경훈
출처: https://mises.org/library/cultural-and-political-consequences-fiat-money-0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582 | 사회주의에서 경제 계산은 어느 경우에도 불가능하다 Trieu Nguyen / 2019-12-18 |
|||
581 |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대부분이 자유주의자인 이유 Ralph Raico / 2019-12-17 |
|||
580 | 청교도들이 사유재산권을 찾아 떠난 이유 Lawrence W. Reed / 2019-12-16 |
|||
579 | 세금은 도둑질이다 David Gordon / 2019-12-13 |
|||
578 | 15달러 최저임금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José Niño / 2019-12-12 |
|||
▶ | 불태환화폐의 문화적·정치적 결과 Jörg Guido Hülsmann / 2019-12-11 |
|||
576 |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 사람들이 행복했다는 신화에 대해 Murray N. Rothbard / 2019-12-10 |
|||
575 | 불안정성: 시장 vs 정부 정책 Antony Sammeroff / 2019-12-09 |
|||
574 | 자본주의가 대공황을 초래했는가? Murray N. Rothbard / 2019-12-06 |
|||
573 | 망상적 경제학이 지배하는 미국 경선 Dan Sanchez / 2019-12-05 |
|||
572 | 공교육의 위험성 Murray N. Rothbard / 2019-12-04 |
|||
571 | 현금과의 전쟁: 중국의 새로운 무기 Tho Bishop / 2019-12-03 |
|||
570 | 어떤 것보다도 자본주의가 인류의 협동을 촉진한다 Barry Brownstein / 2019-12-02 |
|||
569 | 하이에크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가지는 의미 Murray N. Rothbard / 2019-11-29 |
|||
568 | 연준의 도박: 네 번째 통화 부양책 Brendan Brown / 2019-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