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국가들의 국민들은 오늘날 이만치 번영한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 일종의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자 회사들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런 기업들을 “자선단체”라 부르는데, 실제로는 여타 기업들과 다를 바가 없다. 영국에서는 이런 자선단체들이 “보증책임회사(company limited by guarantee)”로 분류되는데, 영리행위를 할 수 없고, 주주에 의해 감시를 받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자선단체들은 가장 기초적인 선전 수단을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그 수단은 바로 이미지이다. 그들은 궁핍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 장면들과 온갖 선행들이 담긴 영상과 사진들을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돈을 내게 만든다.
이런 이미지를 구축하기만 하면 기부는 절로 뒤따른다. 우리는 그러한 도움들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제대로 관리되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단지 그러기를 희망할 뿐이다. 일종의 정신수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그러한 이미지를 응시하고, 지갑을 엶으로써 용서받게 된다.
이런 신성한 의식 뒤에 숨겨진 인센티브는 뭔가? 웃기게도, 자선단체들의 아첨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자선단체들은 이처럼 관대한 결정을 할 정도로 넉넉한 당신을 축하해주고, 거기에다 수준에 맞춰 옷도 잘 입는다고 칭찬해준다. 아마도 당신은 그들의 캠페인 사진들을 보면 언제나 건장해 보이는, 빼 입은 선발모델들이 무기력하고 반쯤 벌거벗은, 불쌍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모습이 등장하는 걸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들로 하여금 우리는 분별 있고 발달한 사람이지만 구조받는 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돕기로 결정하는 것이다—혹은 최소한 그렇게 믿고 싶기에 기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슈퍼맨들은 세계를 구하고 (주로 아프리카 쪽), 이런 환상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이토록 뻔하지만 위로가 되는 사진첩으로 우리를 이끄는 자선단체들을 우리는 믿고 거금을 낸다.
그런데 아프리카 출신들이 처음으로 유럽에 와서 이러한 장면을 보면 놀라워한다. 아프리카 출신들조차 본 적이 없는 장면들을 보며 유럽인들은 그것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이미지인 것 마냥 단정짓는다는 것이다. 출신자들에게 아프리카란, 활기차고 풍요로운,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곳이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아프리카는 끝없는 악몽과도 같은 곳이요, 황폐화되고 움막만이 있는 야생의 땅이요, 농작물은 온통 시들어 아이들은 굶주리고 도처에 널린 가축 사체들이 독수리들에 의해 물어 뜯기기만을 기다리는 곳이다. 하지만 바로 그때 4륜구동 차량을 타고 노르웨이에서 온 봉사자들이 등장해 물웅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물웅덩이를 파지 않는다는 사실은 제쳐두자. 그리고 그들은 이윽고 저수지를 만들고, “제3세계”인 아프리카는 당연한 봉사를 받은 것이 된다.
예전의 제국주의 시대 때와 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프리카는 서구세계의 우월주의을 드러낼 수 있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런 슈퍼맨을 만드는 건 자선단체뿐만이 아니다. 마돈나나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연예인들이 고아들을 입양할 때마다 그들은 아프리카로 가거나 때로는 아시아로 가기도 한다. 미국 내에도 불쌍한 아이들이 많은데도 그들이 현지 단체를 방문하는 적은 없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런 슈퍼맨 신화에 동의를 하여 서구세계는 부유하고 나머지 세계는 가난하다는 생각을 퍼뜨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업적 고려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마돈나와 안젤리나는 그런 빈민가를 마치 애완동물 가게처럼 대하는 태도를 보였다가는 미국 내 고객들의 인기를 잃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눈에 띄지 않는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아기 한 두 명을 구매하고, 이제 이러한 행위는 “아프리카를 위한 선행”의 상징으로 포장된다.
이 슈퍼맨 신화에서는 신기하게도 백인이 아프리카에서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어떠한 선행이라도 하면 “아프리카 전(全)대륙”을 위한 것이 된다. 아마도 아프리카의 지구자기장은 다른 곳과 달라서 아프리카 상공을 벗어나는 순간 그곳에서 했던 선행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나 보다. 분명 아프리카인 한 명을 도왔는데 한 50명은 도운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 자가발전 라디오 하나를 기증했을 뿐인데 현금 수백 불은 낸 것처럼 느껴진다. 에이즈 환자 한 명을 구했지만 마치 천명은 구한 것 같다—앞으로 살면서 수천 번은 언급하실 테니 입으로는 그렇다고도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런 슈퍼맨 신화는 지중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 문제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극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데다가 비주얼까지 완벽한 이러한 이미지는 자선단체에게 소중하다—누더기 차림의 불쌍한 아프리카인들이 말쑥한 차림의 능숙한 서양인들에 의해 구조되는 그런 장면들. 이에 지중해에서 활동중인 자선단체들은 냉담하게도 “뽑고 버리는(pluck-and-dump)” 전략을 세웠다. 이민자들을 파도로부터 뽑아낸 뒤에 어디론가 버린다. 그리고는 끝이다. 이민자들은 구조된 후에 사진도 찍었겠다, 그 후 용도폐기 되는 수순인 것이다.
그 이후에 발생하는 일들은 자기들 알 바 아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의 둘째 장(chapter)인 통합(integration)은 서양인들의 비위를 맞춰주지도 못하는 재미없는 사진들로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UN 배급 수프를 먹는 이민자들이나, 주차 단속원 훈련을 받는 장면, 형광색 안전복을 입는 모습이나 우버(Uber) 기사 면허증을 받는 장면 가지고는 기부를 이끌어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슈퍼맨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러니 적은 수의 자선단체들만이 이주자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그리고 수천명의 뽑히고 버려진 피해자들이 유럽의 도시들에 갇혀 방황하고 있다. 당장 파리에만 가보더라도 찰스 디킨스 소설에나 나올법한 모습의 빈민들이 거리를 다니는 모습이나 다리 아래에서 새우잠을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다수는 30세 이하의 남성으로서 생활을 위한 도구들—기술, 일자리, 가족, 그리고 언어 구사력—조차 없다. 왜냐하면 자선단체들이 뽑고 버린 후에는 이들로부터 더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다른 할 일이 있다. 지중해에서 인신매매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이니 말이다. 이렇게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겠다. 약자를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옮김으로써 이득을 얻는 자들은 과거의 노예 상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이런 자선단체에 기부를 한다면, 당신 또한 마찬가지이다.
본 내용은 https://capx.co/to-help-the-worlds-poor-the-west-must-shed-its-superman-myth/를 번역한 내용입니다.
번역 : 박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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