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예비아빠들처럼 나 역시도 최근 국내 총생산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인간의 탄생은 온갖 물건들의 구매를 의미한다. 아기용품을 150만원이 넘게 사야 되는 것을 알았을 때 살짝 심기가 불편했었다. 이는 모든 것을 신상품으로 샀을 때 예상구매액이다.
감사하게도 디지털 경제의 기적은 다른 방법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 부부는 길 아래쪽에 사시는 부인에게서 새거나 다름없는 아기띠를 단돈 7,000원에 얻었다. 페이스북 장터 덕분이다. 새 것을 샀다면 족히 20만원은 넘게 주었을 것이다. (아기용품 시장의 상당 부분이 사랑하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지 못할까 봐 안절부절 하는 부모들 덕택에 건재하다는 것을 명심하라.)
이 대목에서 GDP를 생각해 본다. 150만원 한도 내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려고 애쓰다 보니, 살 만한 것은 다 샀는데도 모두 반짝거리는 새 것으로 산 것보다는 몇 십 만원 절약했고, 그것이 내가 국내 총생산에 기여한 금액이다. 이것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아주 쉬워진 무료 혹은 저가 거래의 작은 예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거래들은 경제 생산량의 주요 지표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GDP가 종종 경제활동을 어떻게 왜곡해서 보여주는 지 지적한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었다. 예를 들어, 더운 지방 사람들은 에어컨을 많이 구입할 것이고, 그 구매금액은 GDP 수치를 상승시킨다. 반면, 추운 지방 사람들은 에어컨을 구입하는 경제적 거래가 없어도 에어컨을 구매한 더운 지방 사람들과 삶의 질이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큰 경제적 가치가 분명히 있는 국내 활동들이 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내가 사람을 불러서 거실을 칠하는데 30만원이 들었다면, 이것은 GDP에 포함된다. 하지만 재료를 사서 내가 직접 칠했다면 실제로 경제규모가 작아지는 것도 아닌데 GDP는 낮아진다.
그런데도 정부, 경제학자들 및 사람들은 GDP를 경제활동 전반에 대해서 대충 추정한 불완전한 수치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확실하고도 재빨리 진단하는 “성장 수치”로 못박는다.
이런 GDP 집착에 대해 가장 광범위한 비판은 GDP는 그저 경제 생산량을 측정할 뿐이고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기에는 빈약한 대용물이라는 것이다. 일찍이 1959년 경제학자 모지스 아브라모비츠(Moses Abramowitz)는 GDP를 인간의 복지 향상을 측정하는 대용물로 취급하는 것에 “매우 회의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겠지만, GDP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GDP는 원래 해오던 경제규모 측정을 더 이상 하지 못한다.
노벨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가 미국 경제 규모를 평가하면서 GDP를 사용했던 1930년대에는 GDP가 매우 유용한 근사치였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매년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비친다.
GDP의 문제는 상업이 인터넷으로 확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많은 것들이 – 뉴스에서부터 SNS,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 무료거나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저렴해졌다는 사실이다. 팀 워스톨(Tim Worstall)에 따르면, 페이스북이나 구글이나 당신이 사용하는 어떤 전자우편이나 모두 GDP 수치에는 실제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채 경제에 대단히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Netflix)에는 거의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있고, 2010년 이후로 우리들 대부분은 음반을 사지 않고 있다.
이런 것들은 GDP 측면에서 경제를 “확장”하지 않는다. 사실, 스포티파이(Sportify) 같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는 GDP를 감소시켰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자신의 저서 '제로 한계 비용 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에서 고도로 능률적인 기계가 제품 생산 비용을 제로로 줄여 인간은 자유로워지고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에 관여하는 미래를 사실로 상정한다. 그의 환상적인 세상이 굳이 아니어도 좀 더 협업적인 공유 기반 경제에서 얻게 되는 막대한 효율성의 증가를 충분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서 소유한다는 생각이 조만간 과거의 유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동차 (아마도 자율주행차량)를 대여해서 몇 시간씩 일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프킨은 말한다. “협업 공동체(Collaborative Commons) 공유 경제에서 제로에 가까운 한계 비용으로 가상 및 실제 재화들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은 수백만 사람들의 경제생활을 향상시키지만 동시에 GDP는 감소시킨다.”
OECD 경제학자 나딤 아마드(Nadim Ahmad)와 폴 슈라이어(Paul Schreyer)는 2016년 보고서에서 소비가 훨씬 더 비공식적이고 디지털을 많이 활용할수록 GDP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생산량 측정의 문제는 새로울 게 없는 반면, “새로운 것은 문제의 범위”라고 말한다.
그들은 “새로운 사업방식과 중개자의 등장으로 가계(家計)들 사이에 비공식적인 (공유 경제) 거래가 한층 더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거래의 흐름을 대략적이나마 추정할 수 있었던 기존의 방법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언급한다.
경제규모 측정이 특히 어려운 분야는 Freecycle (역자 주. 필요 없는 물건들을 무료로 나누어 재사용하는 온라인 네트워크)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재활용 경제이다. 이 미국의 네트워크를 모방하여 수없이 많은 사이트들이 생기고 있다. 여기서 파생된 영국의 Freegle은 이용자가 200만이 넘는다고 주장하며, 돈 거래가 전혀 없이 물건들을 주고받고 있다. 그저 작은 장식품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이 중에 아무 사이트나 살펴보면, 사람들이 TV, 소파, 의류 및 값비싼 물건들을 나누어 준다.
비공식 경제를 측정하는 방식은 불가능하지 않다 해도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회원수로 그 규모를 어림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교환되는 재화들의 가치를 추산하는 것이 단순하지 않다. 심지어 물건을 내놓은 사람이 그 물건을 버리거나 폐기하지 않음으로써 줄일 수 있는 시간 소비나 노력을 측정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그렇게 하고도 그 물건들을 좀 더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환경적 이익을 또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성장을 제대로 표시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으로선 길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생산량, 소비, 행복을 더 잘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들을 시도해 왔다. 부탄의 유명한 국민 총 행복 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index)부터 미국의 여러 주에서 사용하는 참진보지수(Genuine Progress Indicator)까지.
게다가 다른 보완적인 통계들이 이미 차고 넘친다. 취업, 실업, 임금, 보조금 청구, 주택가격, 평균 집세, 얼마든지 있다. 당신이 정부의 소식을 받아보는 우편물 수신자 명단에 기재만 하면, 정해진 분기에 병아리가 얼마나 생산되었는지도 알려 줄 것이다. 당신이 그런 것을 좋아한다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GDP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무수한 신(新) 소비 방식을 경제 상황 속에 통합할 수 있는 만족할 만한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요컨대, 내가 최근에 아기의 출산과 관련하여 들었던 충고를 말하자면, 아기를 목욕물과 함께 버려서는 안 된다.
본 내용은 https://fee.org/articles/what-having-a-baby-has-taught-me-about-gdp/를 번역한 내용입니다.
번역 : 전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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