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새 바람: 제도화가 가져오는 등잔 밑의 빛

강민서 / 2024-11-20 / 조회: 31

교환학생 신분으로 독일 베를린을 여행 중이었던 나는 공유숙박 플랫폼을 통해 5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을 예약하고 숙박비를 분담했다. 우리는 굳이 여러 개의 방을 예약할 필요가 없었고, 그 덕에 호텔 숙박비용이 비싼 도심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할 수 있었다. 숙소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덕분에 우리는 주기적으로 열리는 동네 벼룩시장을 구경하거나, 독일의 주거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도 있었다.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현재 국내 관광진흥법 시행령상 내국인의 이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상업지구를 제외한 주택, 아파트를 활용해야지만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라는 합법적인 틀 안에서 운영이 가능하다.


이렇게 규제가 엄격하지만, 암암리에 공유숙박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지난해 국내 에어비앤비 결제액은 무려 1조 1,789억 원을 기록하였다. 이런 이유로 2016년부터 공유숙박의 규제를 완화하고 국내에서 개인의 숙박 운영과 시설 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에어비앤비가 국내 시장에 진입할 경우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 국내 숙박업계의 반발 때문에 현재까지 관련 법안이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공유 숙박 제도화가 업계의 반대에 부딪히자, 정부는 절충안으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내국인의 숙박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실증 특례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는 정부가 위홈, 액팅팜 등 특정 기업을 선정하여 국내 기업에만 합법적인 운영권을 준 것이다. 즉 시장에서의 자율적인 경쟁은 막은 상태에서 일종의 국내 기업 밀어 주기 방식을 도입한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인 것이다.


그렇다면 에어비앤비의 90%를 차지하는 불법 숙박시설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현재 국내에 등록된 에어비앤비 숙박 시설 수는 92,000건이 넘는다. 실증 특례 기업은 상대적으로 등록숙박업체가 적고, 인지도마저 높지 않아 에어비앤비를 견제하기는 역부족이다. 결국엔 실증 특례라는 제도권 밖에 있는 숙박 시설들은 여전히 법의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영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까? 공유경제는 처음부터 소비자의 수요를 기반으로 창출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창출하여 시장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다. 정부의 현재 정책으로는 공유 경제의 발생 근원인 소비자의 수요를 막지 못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새로운 산업의 진입을 무조건 막으려 하기보다는 소비자가 만들어 낸 미래 산업을 우리나라 시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 앞에 높인 삶이기 때문이다.


흔히 공유숙박이 야기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불법화의 근거로 제시되곤 한다. 주택 임대 시장 왜곡과 미성년 숙박, 마약, 몰카, 성범죄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는 법적으로 영업을 단속할 권한조차 특정되지 않아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오히려 정상적인 시장진입과 제도화를 통해 관리해 낼 수 있다. 우선 공유숙박의 운영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우리나라 시장 경제에 포섭한다. 그러면 현재 등록되지 않은 수만 개의 숙박 시설들이 합법적인 등록 절차를 거쳐 운영을 이어 나갈 것이다. 이후 정부는 특정 부처의 단속 권한을 규정하고,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규제 방안을 시민사회와 논의하여 결정한다. 이를 통해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대비하고, 숙박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다. 


물론, 공유숙박을 합법화할 경우 국내 숙박업계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 또한 국내 숙박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긍정적인 계기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최근 인바운드 관광 확대를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한국의 숙박업계는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할 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숙박 서비스의 질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공유경제 성장은 소비자 선택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임을 고려했을 때, 결국 공유숙박의 법적 인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숙박 시장의 질적, 양적 활성화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 공유숙박이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왔다면, 이번에는 국내 숙박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보여줄 차례이다.


독일에서 묵었던 에어비앤비는 비록 호텔같이 ‘삐까뻔쩍’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주방 인테리어를 통해 그들의 실용적인 문화를 경험했고, 정겨운 벼룩시장을 구경하며 사람의 냄새를 맡았다. 한국을 찾게 될 더 많은 관광객 역시 다채로운 숙박 경험으로 짙은 한국의 냄새를 맡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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