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의 행복?

이서화 / 2024-11-20 / 조회: 35

고물가의 시대, 작은 바나나 우유 하나가 1500원이 넘는 시대이다. 하루걸러 가격이 올라가 있고, 한 끼를 제대로 먹으려면 한 시간은 일해야 한다. 누군가는 현대인들의 허영심과 과소비 경향이 없다면 지금도 충분히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정말 당신은 물과 쌀만 있으면 살 수 있냐고. 사람은 절대 그것만으로는 살 수 없다. 사람이 사회적인 존재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비싸지는 시대, 대부분의 업계에서 고객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작은 립밤 하나를 사려해도 고민해야 하는 지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은 엄청난 명품, 좋은 물건을 바라지 않는다. 작은 사치와 소소한 즐거움도 부담이 되는 상황에 질린 것이다. 이런 침체한 시장에서 이익을 보려면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 비해서 최근 사람들이 많은 불만을 보이기 시작한 업계 중 하나가 화장품 업계이다. 다들 립스틱 하나가 만 원 이상인 상황이 말도 안 된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이소는 이런 시장 상황을 이용하여 화장품 업계 단독 선두 올리브영의 대항마가 되었다. 어떻게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선두가 있는 화장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기존 다이소의 제품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다른 매장의 제품들에 비해 매우 싼 가격으로 소비가 많긴 했지만, 특유의 저렴한 이미지 때문에 제품의 질까지 낮게 평가되어서 화장품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었다. 그래서 다이소는 자신들의 제품에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가장 간단한 방법을 이용했다. 대중은 자신들이 미리 써봤거나 알고 있던 브랜드는 신뢰한다. 다이소는 협업을 통해 기존에 브랜드가 쌓아둔 신뢰를 통째로 가져와버린 것이다. 처음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기초 제품 중 하나는 올리브영에서도 판매되고 있던 제품이다. 이 상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들여와서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이다. SNS나 인터넷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품절은 물론이고 오픈런까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상반기 화장품 판매율이 약 220% 상승한 모습을 보이면서 숫자로도 이 대란을 증명하였다. 로드샵 브랜드들을 통합하며 거의 경쟁자가 없다시피 했던 올리브영에게 이러한 다이소의 성장은 큰 위협일 것이다. 다이소의 이러한 성공 이후 화장품 업계에서의 가능성을 본 다른 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표적으론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사람들이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는 곳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많은 제품을 다양한 가격대에 판매한다. 편의점도 다이소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만의 특성을 이용한 영업을 한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장소라는 점을 이용하여, 편의점 또한 화장품 판매량에서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과연 다이소 제품의 질은 정말로 좋아진 걸까? 그 전에 판매하던 제품들이 안 팔린 이유가 질이 낮아서이고, 지금 잘 팔리는 이유가 질이 좋아져서인지는 알 수 없다. 다이소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던 상품들의 품질이 더 높았을 수도 있다. 예전에 출시됐던 다이소의 자체 제품들이 지금 다시 주목받는 현상을 보면 더 의문스러워진다. 그러나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객들이 상품 하나하나를 조사할 수도 없으니, 중요한 것은 비치는 이미지이다. 다이소는 자신들의 제품 질을 높이는 게 아니라 남들이 파는 제품을 똑같이 가져와 싸게 팔면서, 고객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어쩌면 제일 쉬운 방법이다. 같은 물건이 있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더 싼 쪽을 고르기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에 질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이소. 별거 없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똑똑한 전략을 사용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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