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입으로는 즐겨 옮기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실행하지 않는 말을 꼽으라면 '민심은 천심이요, 이 민심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는 말을 첫 번째로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실행하지 않는 부작위(不作爲)를 넘어 아예 민심즉천심(民心卽天心)을 거스르는 역행(逆行)까지 하고 있으니 망하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한 일일게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이런 행태는 특히나 시장경제와 관련해서 더욱 심한 것 같다. 최근에 다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최저임금 제도의 부작용 문제는 수많은 그런 사례 중 하나이다.
2023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301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3.7%에 달한다고 한다. 이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는 모두 법을 위반한 범법자이다. 민심을 거스른 제도가 수많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셈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영세 업종에서 그리고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 미만률이 높게 나타난다. 2001년 이후 작년까지 소비자물가는 61.9% 상승한 반면에 최저임금은 418%나 급등해 그 부작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일본보다도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지역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는 일본의 평균인 약 8,829원보다도 1,000원 이상 높다고 한다.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급등한 최저임금으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긴 근로자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예를 들어, 편의점, 의류 판매 등 도·소매업의 나홀로 사장 비중은 2018년 67.0%에서 지난해 72.6%로 늘었고, 국내 편의점 4사의 무인화 점포는 2019년 208개에서 2022년 3,310개로 무려 16배나 증가했다. 2022년 국내 키오스크 설치 대수는 11만7,000개로 전년의 2만600개 대비 4.5배가 늘었다고 한다. 모두가 최저임금으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들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이고 정치적인 영역에서 민심이 무엇이고, 민심이 어디에 가 있는 것인지는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말하는 화자(話者)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그래서 거의 항상 아전인수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여당과 야당이 모두 민심을 말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민심은 거의 언제나 각각 다른 것,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경제와 시장에서는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구체적이고 분명하여 중구난방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다. 시장에서의 가격, 수치로 보여주는 가격이 바로 그 민심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수많은 정보가 반영되고 또 교환된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정보는 자동적으로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 그리고 이에 따라 가격 형성에 빈틈없이 반영된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정보가 반영된 결과 탄생하는 것이 곧 가격이다. 이처럼 가격은 해당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무수히 많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반영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이것이 곧 민심이 아닌가. 노동시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임금은 곧 민심이 반영된 결과이다.
최저임금 제도는 '자유로운’ 가격이 보여주는 민심을 거역하는 제도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최저임금 제도는 경제를 망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 특히 저숙련 근로자의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한다.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자유로운’ 가격 결정에 맡기는 것이 민심을 받드는 올바른 방법이다.
최근 언급되고 있는 직종별, 지역별 차등 적용 내지 예외 규정을 두자는 것은 물론 현행 일률적인 조치보다는 훨씬 나은 개선책이라 할 수 있다. 최저임금 제도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그 효과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근로자 비율’이 한국은 2021년 19.8%인데 비해 일본은 2.0%에 불과하다.
민심에 역행하는 최저임금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것이 당장에 어렵다면 업종별, 지역별로 차등화하여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개선책이라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권혁철 자유시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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