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활용해 가치를 만들어내야지, 탈세로 세금 아끼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아
돈을 의미있게 활용하는 개념있는 부자가 많은 세상 기대
돈과 자본을 동일시하기 쉽지만 같은 개념이 아니다. 금고에 5만원권 3000장을 쌓아두면 그냥 돈일 뿐이다. 그 돈을 활용하여 가치를 창출할 때 비로소 자본이 된다.
신대륙을 발견한 후 많은 유럽국가가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했다. 스페인과 포르투칼도 열심히 신대륙을 드나들며 금을 포획했다. 남미에서 금을 많이 갖고 와서 쌓아 두었지만 이상하게도 이전보다 나아진 게 없었다. 이게 바로 중상주의 사회의 폐해이다.
중상주의는 자본주의의 초기 단계에서 자본의 원시적 축적을 위해 실행된 경제정책으로 금·은과 같은 귀금속을 축적해 국가의 부를 증대시킨다고 여겼다. 그런 개념 아래 유럽의 각국이 경쟁적으로 식민지 정복에 나섰던 것이다.
'돈과 금을 잔뜩 쌓아두는 것으로는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자가 되는 길을 모색하다가 생각의 틀을 바꾼 것이 바로 자본주의다. 1776년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생산을 강조했다. 생산한 만큼 가치가 창출되고, 그로 인해 잘살게 된다는 경제이념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자본주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자본주의는 돈을 쌓아놓기보다 그 돈을 활용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의미를 둔다. 5000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고 하자. 기계와 자동차 등을 구입해 돈을 벌어들이는 데 쓰면 5000만원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자본이 되는 것이다. 100억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든 기계를 사서 공장을 세우든, 생산에 기여하고, 그 생산이 가치로 되돌아와야 돈이 자본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돈을 활용해서 가치를 만들어내면 소비할 여력이 생기고, 그 소비가 또다른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들어 트럭을 활용하여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푸트트럭을 운영한다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본재가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스스로 자본가라는 각오 아래 나의 돈을 제대로 투자하여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고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돈을 은행에 맡기거나 채권과 주식을 사면 누군가가 그 돈을 빌려서 자본으로 활용하게 된다. 내가 직접 뛰지 않지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내 돈을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 방식이다.
위험부담을 피해 은행에 예금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숫자를 차지한다. 은행 예금은 이자가 너무 적은데 그것도 자본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야말로 애국하는 일이다. 누군가가 그 돈을 빌려 경제행위를 하여 가치를 창출했으니 자본임에 틀림없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금고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금고에 돈을 보관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뻔하다.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자녀에게 현금을 주기 위함이다. 은행 이자보다 세금이 훨씬 많으니 합리적인 선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탈세는 움직일 수 없는 범죄다. 또한 비자금 마련을 위해 금고 속에 돈을 숨기기도 한다.
개인이 돈을 쌓아두는 일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상주의를 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생산성이 줄어들고 가치 창출도 되지 않는다. 액수가 커지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부를 창출할 수 없는 것이다.
금고에 돈을 숨기는 사람들은 어딘가 투자를 하여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일 텐데, 그들이 돈을 자본화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세금과 비자금 때문에 어디나 지하경제는 형성되어 있다. 세금 제도를 비난하면서 합리화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범죄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또하나의 투자처는 부동산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집을 구입하는 것은 현명한 투자방식이며 정당한 자본주의 활동의 일환이다. 옷은 3년 정도 입고, 자동차는 10년 정도 탄다면 집은 30~70년 정도 사용한다. 자동차는 소비재일 뿐만 아니라 자본재적 역할도 크다. 자동차를 활용해서 사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은 임대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요즘 부동산 얘기가 분분하지만 현금을 사기당할 확률보다 집값이 폭락할 확률이 훨씬 낮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지 300년이 되었다. 돈을 쌓아놓기보다 활용하여 생산과 가치로 연결되게 만들어야 한다. 10억원의 돈과 금을 금고에 쌓아놓은 사람은 부자가 아니다. 10억을 활용하여 가치를 만들어내야지, 탈세하여 세금을 아끼겠다는 발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돈을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돈을 의미있게 활용하는 개념있는 부자가 많은 세상을 기대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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