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자연답게? 자연에 자본 더해야 안전!

최승노 / 2023-08-21 / 조회: 3,520

‘자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이다.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는 사실상 위험하고 더럽고 불편하다. 


올 여름, 전 세계적으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에 잠긴 도시가 한두 곳이 아니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온도가 40도, 중국은 무려 50도를 넘어서는 가공할만한 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온열질환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올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공식 발표했을 정도로 지구가 뜨거워졌다.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해서 기후 재앙을 불러왔다고 하지만 자연은 원래 그런 것이다. 한 곳에 양동이로 물을 들이붓듯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초목이 바짝 마를 정도로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게 바로 자연이다. 자연을 그대로 놔두면 폭우로 길이 사라지고, 가뭄으로 사막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제멋대로인 자연과 어떻게 해야 친해질 수 있을까. 비결은 자본에 있다. 자연에 자본을 더해야 인간이 편리하고 안전해진다. 자연에 자본을 더한 것이 바로 공원이다. 공원은 편안하고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을 편집해놓은 곳이다.


사람들은 여의도공원에 가서 언덕을 오르고 연못을 바라보고, 숲 사이를 걸으며 자연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자연과 공원은 엄연히 다르다. 그러니까 여의도공원은 말 그대로 자연이 아니라 공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용하는 땅의 많은 부분이 자연에서 공원화 과정을 거쳐 조성되었다. 척박한 땅을 농지로 전환하는 과정에 피와 땀과 자본이 들어갔다. 개간작업을 할 때 돌덩이를  걸러내고 평평하게 만드느라 많은 사람이 힘을 썼다. 서산 간척지에서 벼농사를 짓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자본이 들어갔다. 바다를 메우고 땅의 소금기가 빠지기까지 오랜 기간을 기다린 끝에 그 땅에서 농산물이 생산된 것이다. 


‘자연을 자연답게!’라는 구호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자연을 방치하자’는 뜻에 다름아니다. 농업을 위한 토지개간작업을 하듯 산지도 시간과 돈과 노력을 기울여 공원화 사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누리게 된다.


산을 공원화하는 것에 많은 우려를 표하지만 안전장치를 확실하게 하면 문제가 없다. 최근 비가 많이 오면서 여러 곳에서 산사태가 났는데 난개발로 무너진 곳도 있지만 일부 산은 나무가 너무 많아 무너졌다. 경사가 심한 곳에 나무가 너무 빼곡하면 위험해진다. 일부 나무를 제거하여 숲 사이사이를 비워 놓아야 산사태가 나지 않는다.


요즘 산불로 인한 산림훼손이 심한데 숲 사이를 비우는 것과 함께 차단벽을 설치하면 산불을 막을 수 있다. 차단벽을 설치 공사가 많이 진척됐지만 산을 건드리지 못하게 막아 공사를 못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철저한 계획 아래 빽빽한 나무를 솎아내고, 숲 사이사이를 비워 놓고, 중간중간 차단벽을 설치해 과학적으로 관리하면 산불과 산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런 관리가 산을 공원화하는 일이다. 


자전거 도로와 케이블카 설치, 터널 뚫기를 할 때마다 엄청난 반발에 부딪히곤 했다.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자연이 망가지는 게 아니다. 자연을 어떻게 즐기느냐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인위적인 것을 가미하면 안 된다는 자연 숭배 개념에서 벗어나 자연을 공원화하여 안전하고 쾌적하게 즐겨야 할 때이다.


무작정 반대하는 일은 자연을 방치하여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불러온다. 자연은 신성한 것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필요하다면 케이블카도 설치하고 산꼭대기에 호텔도 지어야 한다. 평지에 마을이 들어선 건 산에 조성하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지 산이 신성하기 때문은 아니다. 산속에 주택이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도 풀어야 한다. 하천과 지하공간을 활용하듯 산도 자원화해야 한다.


자연을 방치하면 더 큰 재앙이 다가온다.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 자본을 투입해 공원화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모두 풀고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우리의 산을 공원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국토를 훨씬 넓게 사용하면서 쾌적하게 살 수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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