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교환이 일으킨 기적

최승노 / 2020-08-10 / 조회: 5,369

종이 클립으로 농가를 구입한게 맞냐구요?

서로 이익인 물물교환으로 꿈같은 일 이뤘죠


오늘날 우리는 원하는 물건을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교환가치를 소유하고 있는 한, 구하지 못할 물건은 사실상 거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교환 경제의 발달, 즉 시장에서의 거래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덕분이다.


2006년에 벌어진 일


우리는 시장을 통해 우리가 필요한 것을 구하고, 우리에게 남아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서 내가 부족한 것을 채우고, 다른 사람이 부족한 것을 내가 채워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스템이 바로 교환의 경제이며, 이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먼 옛날, 물물교환으로 시작한 교환의 경제는 교환 당사자들 모두에게 이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같은 물건이라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가치를 지니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꼭 필요하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환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한다.


교환이 일으킨 기적


교환의 놀라운 위력은 다음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몬트리올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던 남학생 킬은 종이 클립으로 농가를 구입했다. 도대체 누가 하잘것없는 종이 클립과 농가를 바꾼단 말인가, 얼핏 말도 되지 않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킬은 우선 자신이 가진 종이 클립과 붕어처럼 생긴 펜을 교환했다. 당시 펜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쓰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펜보다 종이 클립을 더 가치 있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킬은 종이 클립보다 펜을 더 가치 있게 생각했기에 이 교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그 다음에 킬은 붕어처럼 생긴 펜과 수제 문손잡이를, 문손잡이와 캠핑용 난로를 교환하는 등 계속해서 물물교환을 시도했다. 한번은 유명 뮤지션인 앨리스 쿠퍼와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벤트 티켓과 1년 치 집세를 교환하기도 했다.


킬이 마지막으로 교환한 것은 할리우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할 권리였다. 이것을 한 농장의 집과 바꾸면서 종이 클립에서 시작한 교환 거래의 정점을 찍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종이 클립과 농가의 파격적인 교환이지만, 단계별로 살펴보면 교환의 주체를 모두 만족시킨 거래였다. 킬과 물물교환을 했던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손해 보거나 자신에게 불필요한 거래를 하지 않았다. 각자 자신이 교환하려는 것보다 가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흔쾌히 킬과의 교환에 응했던 것이다. 교환은 교환 당사자가 서로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에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킬의 마지막 거래였던 할리우드 영화의 단역 출연은 킬에게는 별다른 가치가 없었다. 가난한 학생이었던 킬에게는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농가의 집이 훨씬 큰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농가 소유주에게는 농장의 집보다 단역 출연이 훨씬 큰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똑같은 재화와 서비스라도 사람마다 적용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며, 이것이 바로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다.


가치를 교환하면 풍요해져요


앞서 킬의 물물교환 사례에서 확인했듯 교환이란 누군가가 원해야만 비로소 이뤄지기 마련이다. 이때 교환의 성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바로 교환가치다. 교환가치란 상대적 가치로, 특정 상품이 다른 상품과 어느 정도로 교환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즉 교환가치는 교환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인 셈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기준에 따라 필요한 가치를 교환하면서 살고 있으며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한마디로 교환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었다. 자급자족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면서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됐다. 자급자족 경제생활을 하던 이들은 자신이 먹고 입기 위해 일했다. 즉,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위해 일했다. 하지만 교환이 발달하면서 남을 위해 일하게 됐다. 남을 위한 재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자신을 위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몸은 약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되게 됐다. 남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 주면 먹을 것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을 갖기 위해 자신의 역량에 맞지 않는 생산에 직접 참여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신의 능력과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삶이 가능해진 것이다.


교환이 가져다 준 삶의 가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환은 생산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각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면서 생산성이 증가돼 생산량이 많아졌다. 제품의 종류도 많아졌으며 품질도 좋아졌다. 자신이 좀 더 잘하는 일에 집중한 결과다. 남들이 더 가치 있게 생각할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이 바로 자신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발을 잘 만드는 사람은 남들이 좋아할 만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더 가볍고 편안한 신발을 만들면 사람들이 더 많은 신발을 사려 할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교환은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이득을 주며, 교환을 위한 생산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다.


■ 기억해주세요


교환은 생산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각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면서 생산성이 증가돼 생산량이 많아졌다. 제품의 종류도 많아졌으며 품질도 좋아졌다. 자신이 좀 더 잘하는 일에 집중한 결과다. 남들이 보다 가치 있게 생각할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이 바로 자신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244 [문화칼럼] 한류의 다음 단계는 “주도권이 한국에 귀속되지 않는 것”?
이문원 / 2020-09-17
이문원 2020-09-17
243 [시장경제 길라잡이]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최승노 / 2020-09-14
최승노 2020-09-14
242 [시장경제 길라잡이] 기회비용
최승노 / 2020-09-07
최승노 2020-09-07
241 [문화칼럼] BTS에 세계가 난리인데 왜 그들 노래는 국민가요가 아닐까?
이문원 / 2020-09-03
이문원 2020-09-03
240 [시장경제 길라잡이] 음악과 자유
최승노 / 2020-08-31
최승노 2020-08-31
239 [시장경제 길라잡이] 잘하는 일 vs 좋아하는 일
최승노 / 2020-08-24
최승노 2020-08-24
238 [문화칼럼] 대중문화 한류의 발판은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이었다?
이문원 / 2020-08-18
이문원 2020-08-18
237 [시장경제 길라잡이] 통일은 무조건 좋은가
최승노 / 2020-08-17
최승노 2020-08-17
[시장경제 길라잡이] 교환이 일으킨 기적
최승노 / 2020-08-10
최승노 2020-08-10
235 [시장경제 길라잡이] 일하는 노년에 대하여
최승노 / 2020-08-03
최승노 2020-08-03
234 [문화칼럼] BTS, 기생충, 사랑의 불시착...왜 `한꺼번에` 세계가 열광하나?
이문원 / 2020-07-31
이문원 2020-07-31
233 [시장경제 길라잡이] 복지병을 이겨낸 칠레
최승노 / 2020-07-27
최승노 2020-07-27
232 [시장경제 길라잡이] 모든 무역은 공정무역이다
최승노 / 2020-07-20
최승노 2020-07-20
231 [문화칼럼] 미국에서는 <기생충>이 청소년관람불가인데 한국에서는 15세 관람가?
이문원 / 2020-07-16
이문원 2020-07-16
230 [시장경제 길라잡이] 규제의 역설
최승노 / 2020-07-13
최승노 2020-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