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모든 무역은 공정무역이다

최승노 / 2020-07-20 / 조회: 5,019

자유로운 무역을 막으면 '소비자 후생'이 감소해요…

자유무역은 교역국가 모두 '윈윈'…가장 '공정'하죠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에서 거래란 한쪽을 희생시켜 다른 쪽이 이익을 얻는 과정이었다. 즉 모든 거래에서 승리자와 패배자, 착취자와 피착취자가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이런 주장은 거래는 한쪽만이 이익을 얻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라고 인식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상업 거래는 일시적으로나 가능할 뿐 계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자유시장에서의 거래는 각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만 여기서의 이익은 거래 당사자 쌍방 모두를 위한 것이다. 누군가가 거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건 그로부터 무언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즉 자발적 거래는 거래 당사자들에게 항상 호혜적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거래를 정육점 주인과 손님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정육점 주인과 손님은 고기와 돈을 교환한다. 정육점 주인은 돈이 필요해서 고기를 내놓고, 손님은 고기가 필요해서 돈을 내놓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사례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거래는 모두 이런 범주에 있다. 여기서 거래 당사자들은 모두 자기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누구의 강요나 강압도 없다.


마찬가지 논리가 무역에도 적용된다. 무역은 국경을 넘어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된다는 것만 다를 뿐 기본 원리는 단순한 개인들 간의 거래와 다르지 않다. 이해를 위해 애덤 스미스의 정육점 사례를 다시 들어 보자. 달라지는 건 정육점 주인이 취급하는 고기가 강원도 횡성한우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정육점 주인이 횡성 한우를 파는 건 그냥 거래지만 미국산 쇠고기는 어쨌든 물을 건너왔으니 수입품이 된다. 미국산 쇠고기를 파는 건 이른바 무역의 소산인 것이다.


한때 “양담배는 피우지도 사지도 맙시다”라는 구호가 있었던 것처럼 수입품은 쉽게 배척되곤 한다.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강원도의 축산 농가들이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한국 농민을 살리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소비자들의 죄의식을 강요한다.


하지만 이건 논리적이지 않다. 만약 경기도에도 축산 농가가 있어 강원도산 쇠고기 때문에 경기도 축산 농가들이 위축된다며 경기도 사람들은 경기도산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 사람들이 한국산 쇠고기만을 먹어야 한다는 논리대로면 경기도 사람들은 경기도산 쇠고기를, 강원도 사람들은 강원도산 쇠고기를, 전라도 사람들은 전라도산 쇠고기를 먹는 게 맞다. 물론 이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이렇게 일부 생산자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논리가 현실에선 관세나 각종 무역장벽의 이름으로 빈번히 나타난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거래는 차별하거나 막지 않으면서 한국과 미국의 거래는 막는 게 논리적으로 맞을까? 미국산 쌀이 들어와 한국 농민들이 거리에 나앉게 됐다는 하소연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호남평야의 쌀이 서울에 들어와 경기도 농민들이 울상이란 소리를 하지 않는데 말이다. 시, 군, 구의 경계선은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데 나라의 경계선은 이상하게도 문제가 된다.


물론 국가는 자국민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 정부가 한국 농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정부가 굳이 미국 농민들이 돈 버는 기회를 제공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쌀시장에 참여하는 당사자가 미국과 한국의 농민들뿐이라면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는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참여한다. 쌀을 소비하는 일반 시민들은 한국산 쌀과 미국산 쌀의 자유로운 교역 과정에서 자기의 기호에 맞는 쌀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이걸 경제학 용어로 소비자 후생이라고 한다. 여기서 소비자가 잃는 후생이 농민이 얻는 후생보다 크다면 그래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해볼 만한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교역이 막혀 소비자가 잃는 후생이 거의 언제나 농민이 얻을 이익보다 크다. 국가 전체적으로 막대한 후생 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자본주의를 오해하는 배경에는 자유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탐욕으로부터 비롯되며 한쪽이 다른 한쪽을 착취한다는 악의적인 관념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같지 않다. 시장이 개방된다고 해서 외국의 기업이 한국의 기업이나 국민을 착취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해외의 상품이 한국 소비자에게 강매되는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되레 자유로운 교역을 막을 때 소비자의 선택권이 불공정하게 제한될 뿐이다. 자유무역이 공정무역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기억해주세요


시장이 개방된다고 해서 외국의 기업이 한국의 기업이나 국민을 착취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해외의 상품이 한국 소비자에게 강매되는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되레 자유로운 교역을 막을 때 소비자의 선택권이 불공정하게 제한될 뿐이다. 자유무역이 공정무역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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