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낙관론은 필요하다

최승노 / 2020-03-16 / 조회: 4,990

"비 오면 우산장수가 좋고, 해 뜨면 짚신장수가 좋다"

…로마가 유럽을 지배한 건 '열린 세계관' 덕분이었죠


전래동화 가운데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라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한 아들은 우산 장수이고, 다른 아들은 짚신 장수였다. 어머니는 날이면 날마다 가시방석이었다. 해가 쨍쨍한 날에는 우산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고, 비가 오는 날에는 짚신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어째,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첫째네 우산이 안 팔리겠네!”


“아이고, 비가 오니 둘째가 짚신을 팔지 못할 텐데 이를 어쩜 좋을꼬.”


어머니는 맑은 날 해가 떠도 한숨을 쉬고, 흐린 날 비가 내려도 한숨을 쉬었다. 자연히 어머니는 웃는 날이 없었고, 늘 근심 걱정으로 가득한 얼굴에는 깊은 주름살만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머니는 늘 그랬듯 아들 걱정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웃 사람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니, 아주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왜 그렇게 한숨만 쉬고 계세요.”


어머니는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첫째가 우산을 하나도 못 팔 테니까요.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파서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아, 그래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후에 비 소식이 있다고 했으니까요.”


“이걸 어쩌나. 비가 오면 우리 둘째가 짚신을 팔 수 없는데…. 아이고, 둘째가 불쌍해서 어떡하나.”


어머니는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 직전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웃 사람이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생각을 바꿔서 해보세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우산이 날개 돋친 듯 팔려서 첫째가 얼마나 좋겠어요. 반대로 해가 쨍쨍 내리쬐면 짚신이 잘 팔릴 테니 둘째가 아주 신나겠지요. 비가 오는 날에는 첫째를 생각하며 기뻐하고, 해가 뜬 날에는 둘째를 생각하며 기뻐하면 날마다 행복하지 않겠어요”


그제야 어머니는 무릎을 탁 쳤다.


“아,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그 뒤로 어머니는 이웃 사람이 말한 대로 비 오는 날에는 첫째를, 맑은 날에는 둘째를 생각하며 기뻐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니까 첫째네 우산 장사가 아주 잘될 거야. 비야, 비야, 더 많이 오너라!”


“오늘은 햇볕이 정말 좋구나. 둘째네 짚신이 잘 팔리겠어. 둘째가 얼마나 신났을까.”


이처럼 어머니는 생각을 바꾼 덕분에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해가 뜨면 뜨는 대로 늘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해가 뜨는 날도, 비가 오는 날도 있다. 언제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늘 나쁜 일만 있지도 않다. 그렇기에 나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성급하게 비관하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 속 어머니처럼 똑같은 날씨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기쁘게도, 힘들게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똑같은 일이라도 행복하게 느끼느냐, 불행하게 느끼느냐는 결국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렸으니 말이다.


주어진 역경을 극복하는 마음은 낙관적 사고방식에 바탕을 둔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며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로마인이 어떻게 천년제국을 일으켜 경영할 수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장점과 이웃의 장점을 융합하는 열린 세계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누군가가 ‘땅은 좁고 자원도 없으며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융성했나’를 묻는다면, 그 답은 바로 ‘그들에게는 낙관론에 바탕한 열린 자세와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로마인 이야기》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며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로마인이 어떻게 천년제국을 일으켜 경영할 수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장점과 이웃의 장점을 융합하는 열린 세계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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