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기술 개발로 셰일석유를 꺼내 쓰게 됐어요
'석유 고갈론'은 기술 발전 무시한 엉터리 주장이죠
오랫동안 인류는 석유가 고갈된 미래를 상상하며 공포에 떨었다.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실렸던 “30년이면 석유가 고갈된다”는 문장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30년 뒤면 석유 고갈”이란 말은 인류가 석유를 채굴하기 시작한 한 세기 전부터 거의 매해 나왔던 얘기다. 그러니까 ‘30년’이란 숫자는 약 100년 전부터 끊임없이 갱신돼온 셈이다. 어째서 이런 이상한 일이 가능했던 걸까?
‘30년 뒤면 고갈?’
마르지 않는 석유의 기적이 가능했던 건 시장 가격의 힘, 다시 말해 시장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석유 생산량은 결국 얼마나 많은 유전이 발견됐느냐에 달려 있다. 유전 탐사엔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에 석유의 시장가, 즉 유가가 낮으면 새 유전을 탐사하기 어렵다. 이 말을 다시 쓰면 유가 수준이 탐사되는 유전의 규모를 결정하고 미래의 석유 생산량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지난 100년간 석유의 잔존 기간이 신기하게도 항상 30년을 유지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이 판단할 때 석유의 적정 탐사량은 향후 30년을 쓸 정도라고 여겼던 것이다. 지난 세기 석유 탐사량이 유전 규모에만 달려 있었다면 이젠 기술의 진보도 석유의 추정 탐사량을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채굴 기술이 진보하면서 과거엔 몰랐던 유전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발견되고 나서도 경제성이 없어 그냥 뒀던 유전들을 개발하고 있다.
채굴 기술과 셰일 에너지
더구나 셰일처럼 기존 기술로는 자원이 아니었던 것까지 개발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기존 석유 추출 기술로는 셰일은 좀 심하게 말하면 탄소가 많은 돌에 불과했다. 그러던 게 이젠 노다지가 된 셈이다. 셰일오일이 다른 기술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건 당장 석유의 추정 탐사량을 수백 년 이상으로 늘려놨기 때문이다. 이제 교과서에 “30년 뒤면 석유 고갈” 문구는 더는 실을 수 없게 됐다.
당연하지만 채굴 기술이 진보한 것도 시장의 힘에 따른 것이다. 시장이 더 싼 에너지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창조성을 촉발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고유가를 즐기던 지난 시절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더 싸게 석유를 얻을 수 있는 기술에 거액을 투자했다. 시장의 힘이 기업을 움직여 지금의 셰일 에너지 혁명을 불러온 것이다.
셰일은 진흙이 쌓여 굳어진 퇴적암의 일종이다. 조개껍데기를 의미하는 독일어 ‘schale’에서 유래했다. 고운 흙으로 구성된 퇴적암답게 화석이 많이 보존돼 있는 암석이기도 하다. 석유가 나오는 지층은 셰일 암반층 밑에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은 셰일층에도 어느 정도 석유가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다만 그간 암석 속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셰일 안의 석유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러던 게 고압의 물을 분사해 돌을 부수고 그 안의 석유를 뽑아내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석유 기업들이 셰일 신기술에 접근하고 있을 무렵 세계 각국 정부와 환경단체들은 친환경 대체에너지란 구호에 홀려 헛되이 세금을 낭비하고 있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깨끗한 대체에너지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해안 곳곳에 파도를 이용한 조력발전소를, 강원도 산골엔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소를 만들었다. 농촌의 볕 잘 드는 곳엔 태양열 장치를 한 시설을 곧잘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흐름은 이른바 대체에너지가 종래의 화석에너지에 의해 역으로 대체당할 상황이다. 이들 대체에너지는 기존의 석탄, 석유는 고사하고 추가 작업이 필요한 셰일보다도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 경제성 대신 환경보호라는 정치적 구호를 이유로 개발을 시작했으니 실패는 시작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경제성이 에너지를 결정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석탄, 석유와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가 옳을까? 아니면 바람, 파도, 태양과 대체에너지가 옳을까? 물론 여기에 정답은 없다. 어쩌면 먼 미래의 언젠가 인류에게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한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걸 결정하는 주체는 정부나 환경단체가 아니라 기업과 시장일 것이라는 점이다.
● 기억해주세요
그간 암석 속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셰일 안의 석유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러던게 고압의 물을 분사해 돌을 부수고 그 안의 석유를 뽑아내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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