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히크 왕자의 '대항해'가 포르투갈 번영 이끌어
모험과 도전 마다않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해요
인류는 매우 오랫동안 세습적 신분 사회를 유지해왔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결정된 신분에 따라 살아야 했고, 타고난 신분에서 벗어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기나긴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신분제가 타파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며 그전까지는 소수의 권력자만이 독점했던 부를 수평적 경쟁으로 누구나 얻을 수 있게 된 덕분이었다.
슘페터의 기업가정신
자연히 신분적 불평등이 해소되면서 타고난 신분에 따라 차별받던 개인의 존엄이 평등하게 변화했다. 누구든 자기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사회에서는 타고난 신분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과 노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신분제 사회를 무너뜨린 일종의 혁명이자 인류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며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도록 한 성장 방식이다. 부를 창출하는 다양한 기회를 보장하며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 그것이 곧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기업과 기업가다. 기업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경쟁의 주체, 기업가들은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조하며 엄청난 사회적 발전을 이끄는 선도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슘페터는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명명했다. 기업의 부가 단지 물질적 가치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활과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봤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의 발전과 왕자
예를 들어 15~16세기 유럽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던 대항해 시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당시 대항해 시대를 주도한 나라는 포르투갈이었다. 그 중심에 ‘항해 왕자’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가 있었다. 엔히크 왕자는 사그레스성을 세우고 유능한 인재들을 모아 천문, 지리, 항해술, 조선술 자료 수집 및 연구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리고 탄탄한 지식을 토대로 아프리카 연안 탐사, 유럽 최초의 대서양 원정을 주도하며 포르투갈의 해외 식민지 개척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심지어 엔히크 왕자는 왕가 혈통에도 불구하고 직접 서해안을 따라 인도로 가는 항로를 탐험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훨씬 빠르게 해상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수많은 젊은이가 항로 개척에 뛰어들었고, 위험한 항해에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엔히크 왕자의 적극적인 항로 개척과 식민지 사업 전개가 수많은 젊은이에게 새로운 비전을 선사해줬기 때문이다. 당시 포르투갈 국왕은 젊은이들이 올리는 탐험 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도전과 모험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탐험에 필요한 자금과 선박을 기꺼이 내줬다. 현대적인 개념으로 보자면 탐험 계획서를 올린 탐험가는 벤처 기업가고, 선박과 자금을 후원하는 국왕은 벤처 투자자이며, 탐험가가 이끄는 항해는 벤처 비즈니스인 셈이다.
오늘날 벤처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당시 신항로 개척은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다.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야망에 불타는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저마다의 비전을 품고 과감히 도전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게 한 동기는 탐험에 성공하고 돌아올 때 주어지는 막대한 부와 명예였다.
이처럼 젊은 인재들의 모험과 도전정신을 한껏 북돋워준 덕분에 포르투갈은 일찌감치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여전히 농경사회에 머물러 있던 당시의 여타 유럽 국가와 달리 해상무역과 식민지 개척을 통해 신산업을 발굴하고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 결과 포르투갈은 역사에 길이 빛나는 대항해 시대의 주인공으로서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포르투갈의 번성을 이끌었던 젊은 인재들의 모험과 도전정신은 오늘날 기업가정신과 일맥상통한다.
21세기 엔히크 왕자가 나와야
혁신과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가정신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다르게 발현된다. 그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혁신과 발전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예전보다 훨씬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철학과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모험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21세기 새로운 엔히크 왕자가 등장할 테고, 또다시 대항해 시대의 영광을 누릴 수 있으리라.
● 기억해주세요
대항해 시대를 주도한 나라는 포르투갈이었다. 그 중심에 ‘항해 왕자’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가 있었다. 엔히크 왕자는 사그레스성을 세우고 유능한 인재들을 모아 천문, 지리, 항해술, 조선술 자료 수집 및 연구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169 | [문화칼럼] 기초예술은 문화산업 ‘기초’가 되므로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이문원 / 2019-11-15 |
|||
168 | [시장경제 길라잡이] 정직이 최고의 자산 최승노 / 2019-11-11 |
|||
167 | [시장경제 길라잡이] 분업과 특화의 마술 최승노 / 2019-11-04 |
|||
166 | [문화칼럼] 국가 문화발전은 경제적 풍요와 아무 관련 없다? 이문원 / 2019-10-31 |
|||
165 | [시장경제 길라잡이] 석유가 고갈나지 않는 이유 최승노 / 2019-10-28 |
|||
▶ | [시장경제 길라잡이] 엔히크 왕자의 모험 최승노 / 2019-10-21 |
|||
163 | [문화칼럼] 대중문화 유행은 대중의 ‘취향’에 따라 움직인다? 이문원 / 2019-10-16 |
|||
162 | [시장경제 길라잡이] 삼성전자라는 기적 최승노 / 2019-10-14 |
|||
161 | [시장경제 길라잡이] 지식과 경험이 자본이다 최승노 / 2019-10-07 |
|||
160 | [시장경제 길라잡이] 예산과 복지 최승노 / 2019-09-30 |
|||
159 | [시장경제 길라잡이] 역사 에세이 『로마인 이야기』에 담긴 세계성 최승노 / 2019-09-23 |
|||
158 | [시장경제 길라잡이] 밭 속의 금은보화 최승노 / 2019-09-16 |
|||
157 | [시장경제 길라잡이] 아프리카의 뼈아픈 실책 최승노 / 2019-09-09 |
|||
156 | 7,800명은 무슨 연유로 거리로 내몰렸는가? 권혁철 / 2019-09-02 |
|||
155 | [시장경제 길라잡이] 신용도 자본이다 최승노 / 2019-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