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확대 소급 적용 안 된다

권혁철 / 2019-08-13 / 조회: 8,706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확대 소급 적용 안 된다


국토교통부(김현미 장관)가 8월 12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여 가격통제를 하되, 그 적용필수요건을 완화하여 적용범위를 크게 확대시킨다. 둘째,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적용시점을 기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서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변경함으로써 소급적용한다. 그리고 셋째,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전매제한을 3-4년에서 5-10년으로 연장하고, 이에 더해 최대 5년의 거주 의무기간을 추가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규제를 더욱 강하고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소급적용까지 하면서.


이번 대책은 작년 '9.13 부동산 안정대책’ 이후 11개월 만에 나오는 조치다. 주춤하던 집값이 올 6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추가적인 규제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 또한 역대 반시장적 부동산 대책과 마찬가지로 효과는 없고 역효과만 더 크게 남길 것이다. 일시적이고 표면적으로는 '안정’돼 보이겠지만, 곧 공급부족 현상을 가중시켜 가격은 더 크게 뛰어오를 것이다. 시장에 대한 공격이 강할수록 시장의 보복은 더 강해진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특히나 이번 조치는 자유 시장경제와 자유사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조치들을 몇 가지나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조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분양가상한제의 문제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더해 분양가격을 산정한 후 그 가격 이하로만 분양하도록 한 제도다. 이렇게 어느 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그것의 '적정 가격’을 정부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제학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며 학문에 대한 무지막지한 테러다. 예를 들어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생명에 필수적인 '물’이 (거의) 공짜인 반면에, 없어도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이미 한 세기도 더 전에 '주관주의’를 통해 이러한 역설을 깔끔하게 설명했다. 소비자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가치평가 때문에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관적 가치평가는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에 의해 크게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 시장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자유로운 가격 시스템에 의해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반면에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자들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지정하고 통제함으로써 자신들이 시장을 조종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런 착각 내지 지식의 오만을 최대치로 보였던 것이 과거 소련 등 동유럽과 북한의 사회주의 실험이며, 그 참담한 결과는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다.


두 번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시점을 소급적용하는 문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시점을 현재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서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적용시점이 이렇게 변경되면 분양가상한제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믿음과 계획 하에 이미 재건축을 추진 중이던 단지들까지도 소급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는 법률의 소급적용 배제 원칙을 위반하는 위헌적 조치로 보인다.


우리나라 헌법 제13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급입법금지원칙’이라고도 하는 이 규정은 행위 당시 적법한 행위에 대하여 사후에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원칙이다. 소급입법금지는 이른바 '법의 지배’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울타리다. 만약 소급입법을 통해 과거의 행동에 대해 언제든지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누구라도 그 어떤 행동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셋째,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은 최장 10년까지 전매가 제한되며, 또한 최대 5년 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만 하는 의무거주기간도 생긴다. 간단히 말해 한 번 주택을 분양받으면 10년 이내에는 사고팔 수도 없으며, 5년 동안은 무조건 의무적으로 그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집은 내 집인데, 내가 내 마음대로 매매할 수도 없고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도 없다. 다시 말하면, 형식상 그리고 명목상 주택의 소유자는 '나’이지만, 그 집을 매매하고 처분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은 정부가 갖고 있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 이는 사유재산권 침해 정도가 아니라 거의 재산권 박탈 수준이다. 또한 5년 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말은 5년 간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의미와는 다른 것인가?


이번 8.12. 부동산 대책은 기존의 반시장적 부동산 대책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조치들에는 위헌적, 반()자유 사회적 요소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명분이 좋다고 하더라도 자유사회와 자유 시장경제의 근본을 위협하는 정책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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