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는 정부의 인식 변화로부터

임병화 / 2018-11-07 / 조회: 9,098

블록체인산업 분야 육성을 위한 국회 움직임이 분주하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국회세미나를 비롯해 토론회, 간담회 등 다양한 형태로 블록체인산업 육성을 위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회 최초로 블록체인 정책 컨퍼런스인 ‘2018 GBPC(Global Blockchain Policy Conference)’를 개최하였는데 일본,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 블록체인 선도국의 국회의원도 함께 참여하였다.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그리고 중소기업벤처부장관 등 국내 금융·경제 분야의 수장들도 함께 참여한 것은 정부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사실 이번 정책 컨퍼런스는 2018년 초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cryptocurrency) 시장에 대한 정부 입장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반전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2017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2018년 초까지 암호화폐 가격 급등에 따른 투자 위험성과 자금세탁을 비롯한 불법 가능성만을 강조한 채 암호화폐에 대한 합법적인 투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기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당시에도 암호화폐 근간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활용 가능성은 높이 평가하면서 정부주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즉,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및 거래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은 권장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분리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분산 네트워크로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합의 알고리즘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고 거래내역이 저장된다.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합의로 이뤄진 거래기록은 각 참여자들의 네트워크 노드(node)에 순서대로 저장된다는 점이다. 거래기록이 담긴 블록이 체인처럼 연결되어 블록체인이라고 불린다. 채굴(min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 또는 유지하는데 이 때 높은 수준의 컴퓨팅 기술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암호화폐는 이에 대한 보상 측면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 인센티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편,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은 보안에 있다. 블록체인에 한 번 저장된 정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모든 네트워크 노드에서 수정하고자 하는 기록을 포함하여 그 이후의 기록을 모두 수정해야하는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다시 말하면 분산 네트워크 자체가 보안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점이 블록체인 활용 측면에서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초기 암호화폐 단점을 보완한 암호화폐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있는 분산된 네트워크로 정리할 수 있다. 인증 또는 검증이 담보가 된 네트워크 기술로, 인터넷만 연결되면 전 세계 누구든지 참여가 가능하다. 거래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국제 거래와 결제를 단 몇 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 나라 간 송금을 비롯한 금융 분야는 물론, 의료, 유통, 관광, 스포츠, 게임 등 최근에는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 세계적으로 관련 일자리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고용 사이트인 업워크(upwork)에 다르면 전체 5000여 기술 중 블록체인 기술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2018년 1분기에만 평년대비 6000% 증가하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취업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9월에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채용 건수가 모두 464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 관련 일자리의 특징은 양질의 일자리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수요에 따른 공급이 부족한 실정인데 이에 맞춰 미국의 스탠포드, 코넬, 하버드, 프린스턴 등 전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블록체인 강의 또는 전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설하고 있으며 국내 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 주요 나라에서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기조 변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먼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클레이튼 의장과 힌만 팀장은 과거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인식했었지만 2018년 들어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프랑스는 2018년 초 ICO(initial coin offering) 전면금지 정책에서 ICO 활성화로 180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초 ICO 지원정책 시행을 위해 국회와 함께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 도미니카공화국, 아일랜드, 리투아니아, 베네수엘라 등의 여러 국가에서는 자국 통화를 대신하여 사용 가능한 전자화폐 발행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이해에 바탕을 둔 것이다.


한편, 빅데이터나 인공지능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의지는 확고하다. 2019년에도 총 100억원의 블록체인 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2022년까지 740억원을 투자하여 전문인력 양성을 도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ICO금지와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책 기조는 아직까지 변화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블록체인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이는 세계적인 정책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선도하기 위함이다. 정부도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변화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병화 / 수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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