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재산권은 경제행위의 근본

최승노 / 2018-10-22 / 조회: 6,538

"조선 땅의 조선인들은 게으르고 연해주의 조선인들은 부지런하더라"


체크 포인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라는 인물을 찾아보자. 비숍 여사는 구한말 조선인들을 보고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비숍은 연해주에서 사는 조선인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생각을 바꾼 이유를 재산권과 연결지어 토론해보자.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내 것과 네 것’이 분명하지 않아 정직하고 공정한 거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거래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조차 온전히 ‘내 것’으로 보호받을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러시아가 못 사는 이유


그래서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보유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지켜지지 않아 자발적 거래에 의한 시장경제가 발달할 수 없고, 경제성장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공산주의가 붕괴하고 자본주의가 도입된 뒤에도 러시아의 경제성장이 여전히 저조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소련이 붕괴한 이후, 사람들은 러시아가

 
시장경제를 도입해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는 오래도록 부진했고, 경제학자들은 그 이유를 재산권 부재에서 찾아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군주정치에 의한 농노사회였고 공산국가가 된 이후에도 재산권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경제활동과 경제성장을 부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는 마피아에 의한 조직범죄로 재산권이 잘 지켜지지 않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마피아들이 ‘보호’라는 명목 하에 시민들의 재산을 약탈하는 이른바 ‘보호 범죄’가 만연해 시민들은 경제활동에 대한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경제적 활동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외국 선교사가 본 조선과 연해주
 
 재산권의 유무와 경제활동의 상관관계는 조선에서 살았던 조선 사람과 연해주 지방에 살았던 조선 유민의 삶만 비교해도 극명히 드러난다. 과거 조선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방문기를 보면, 조선 사람들의 게으름과 나태함이 지적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백성들이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고 게을러 보였다는 것이다. 근면과 성실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고유한 성품인데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런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일까?


조선시대에는 농토의 소유권이 모두 나라에 있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나라에 높은 소작료를 납부해야 했고, 농사를 잘 지어 수확이 많더라도 탐관오리들은 물론 동네 양반들이 몰려와서 돈이나 쌀을 꾸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말이 좋아 꾸어가는 것이지 한 번 꾸면 갚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고,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도리어 곤장으로 응징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농사를 잘 지어도 화를 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보니, 농민들은 그저 굶지 않을 정도로만 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의 눈에 비친 조선 사람들의 모습이 게으르고 나태해 보였던 것이다.


반면에 당시 연해주 지방에 살았던 조선 유민들은 농사도 부지런하게 짓고, 장사도 잘해 윤택한 삶을 살고 있었다고 한다. 조선에 살던 사람들과 연해주에 살던 유민들이 이토록 상반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연해주 지방에서는 유민들이 토지를 개간해 많은 수확을 올리면 토지를 구입하고,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다. 이 때문에 연해주에 살던 조선인들은 비록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조선에서는 평생 꿈도 꾸지 못할 ‘자기 땅’을 소유할 수 있었고, 열심히 일한 만큼 많은 수확을 거둬들여 자기 땅을 더 넓혀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연해주에 살던 조선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농사를 짓고, 조선 사람들보다 더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재산권 보호하지 않으면 일 안하다


조선 사회처럼 재산권을 보호해 주지 않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활동하려는 의지도 잃어버리기 쉽다. 결국 그런 사회에서는 경제성장이 일어나기 어렵다. 특히 국가가 재산을 소유하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보이는 재산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재산 즉, 노동조차도 국가가 관리하고 통제한다. 그래서 시장 참여자들의 거래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경제활동의 양과 질은 물론, 다양성까지도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320 ‘농망(農亡) 4법’이 맞다
권혁철 / 2024-11-27
권혁철 2024-11-27
319 교육개혁? 시장에 답이 있다
권혁철 / 2024-11-13
권혁철 2024-11-13
318 잘 살고 못 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권혁철 / 2024-10-23
권혁철 2024-10-23
317 자본이 어려운 당신에게
최승노 / 2024-10-10
최승노 2024-10-10
316 겨울 해수욕장에는 ‘바가지요금’이 없다
권혁철 / 2024-10-10
권혁철 2024-10-10
315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 필요하다
권혁철 / 2024-09-24
권혁철 2024-09-24
314 이유 있는 금융 부문 낙후...작은 정부 구현은 금융 규제 개혁부터
권혁철 / 2024-09-11
권혁철 2024-09-11
313 뜬금없는 한국은행의 대학생 선발 방식 제안? 본업에 충실하길...
권혁철 / 2024-08-28
권혁철 2024-08-28
312 복지 천국으로 가는 길은 노예로의 길이다
권혁철 / 2024-08-14
권혁철 2024-08-14
311 ‘노란봉투법’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권혁철 / 2024-07-24
권혁철 2024-07-24
310 저출생의 무엇이 문제인가?
권혁철 / 2024-07-11
권혁철 2024-07-11
309 국민연금 운용 독점의 부작용
최승노 / 2024-07-08
최승노 2024-07-08
308 ‘인플레이션’ 용어의 왜곡과 정부의 숨바꼭질 놀이
권혁철 / 2024-06-26
권혁철 2024-06-26
307 부동산 규제 철폐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권혁철 / 2024-06-12
권혁철 2024-06-12
306 시진핑 `신에너지 경고`의 의미
최승노 / 2024-05-31
최승노 202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