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

송상우 / 2018-10-03 / 조회: 9,460

“현재와 같은 세계에서, 모든 이가 여기 혹은 저기의 물질적 조건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을 때, 멋진 세상을 만들 유일한 기회는 우리가 끊임없이 부의 일반적 수준을 개선하는 것뿐이다.” -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에서 -


하이에크가 강조했듯 '경제성장’은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제성장이 우리 사회에서 홀대받고 있다. 왜 경제성장이 중요하고,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저성장 또는 정체가 어떤 문제들을 일으키는지는 논쟁의 중심에서 밀려난 상태다. 심지어 경제성장을 아주 사소한 것으로 얕잡아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성장을 통한 진보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정부를 통한 재분배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1980년대 이후 우리사회의 역동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성장 잠재력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제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은 우리 사회에 많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우선, 저성장 및 성장 정체는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만든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삶의 원동력이다. 진보에 대한 확신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한다. 반대로 지금보다 미래가 더 나쁠 것으로 예상하고 비관적 태도를 갖게 되면, 단기적 소비에만 집중하고 장기적 투자는 외면하게 된다. 시간선호율이 극도로 높아져 오늘만 사는 것처럼 흥청망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저출산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측면도 있지만, 출산과 양육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장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극단적 시간선호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 게다가 모든 부모는 자식이 그들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길 원한다. 미래가 암울해 보이는데, 누구도 선뜻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저성장은 사람들 간의 갈등과 반목을 높인다. 전체적인 부의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부가 커지는 것은 다른 누군가는 더 가난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도록 진화했다. 그것은 그가 애초에 부유했거나 또는 가난했는지 관계없다.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그들의 할아버지 세대인 1920년대 사람들에 비해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결코 손실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


성장이 정체된 사회에서 시장과정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고통의 연속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손실에 민감한 진화적 유산 때문에 누구든 수입이 줄어드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부를 늘리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마치 붉은 여왕의 경주처럼 시장참여자 중 그 누구도 쉬지 않기 때문이다. 제로섬 게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쟁만큼 잔인한 것은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가 줄어든 사람이 갖는 시장과 경쟁자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다. 비록 그 원인이 자신의 능력부족이나 게으름에 있을지라도 그 감정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장 못 견디는 것이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잘살게 될 때 느끼는 질투와 시기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면도 있지만,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들이 더 못 견디는 것은 과거에 비해 자신의 처지가 나빠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정말로 처지가 나빠지기 전까지는 시기와 질투가 더 큰 문제라고 여긴다. 막상 가난을 경험하고 나면 어느 정도의 불평등을 감수한 부유함이 평등한 가난보다 더 낫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욕망은 크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부터 서서히 정치권에 부의 재분배를 호소하게 된다. 그들은 이해관계가 비슷한 사람들을 조직화하여 그들의 집단 이익을 가장 잘 보장해줄 정치인에게 표를 몰아준다. 사회의 일반이익 대신 집단이익을 대변하는 타락한 정치인들이 정부나 국회를 장악하고, 지대추구 현상은 일반화된다. 급기야 아주 생산적인 사람들조차 더 노력하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외국으로 피하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정치권력에 호소하는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하는 것이다. 큰 정부를 향한 움직임은 점점 가속화되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는 점점 질식되어 간다.


정부 권력에 의해 부를 재분배 하는 과정에서 파괴되는 부는 어마어마하다. 세금을 걷는 과정에서 파괴되는 인센티브와 조세회피를 위해 낭비되는 비용들, 세금을 징수하는 자체의 비용, 징수하는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세금을 분배하는 기준을 설정하는데 생기는 사회적 갈등, 각종 분배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추가적인 공무원 채용과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들, 그만큼 줄어드는 민간분야의 노동력 공급 등 이 모든 것들이 부의 재분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들이다. 이런 손실을 감수하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다시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자. 현실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들을 무엇인가? 더 넓은 집, 더 다양한 옷, 더 맛있는 음식, 더 많은 도로와 철도, 더 수준 높은 교육, 더 많은 의료시설, 더 많은 여가시간 …… 우리 모두가 이런 것들을 누리면서 그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성장 뿐이다.


물론 경제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도 아니며, 성장을 희생해 평등을 추구하는 정책들이 실제로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도 아니다. 아틀라스의 작가 아인랜드의 말처럼 “자본주의는 가난을 낳지 않았다. 단지 물려받았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낳지 않았다. 단지 물려받았을 뿐이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절대적인 부의 크기가 행복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빈곤은 대체로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 가끔 국민의 행복지수 같은 엉터리 지표들로 경제성장의 효용을 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허수아비치기다. 이에 대해 미제스는 그의 저서 '자유주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유주의가 인류의 물질적인 복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쏟는 것은 그것이 정신적인 것들을 경멸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어떠한 외형적인 규제로도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고상한 것에 도달할 수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적이며 정신적인 풍요는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는 인간의 외형적인 복지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경제규모가 있다고 해서, 빠른 경제성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의 핵심은 경제적 자유의 보장이다. 경제적 자유가 광범위하게 보장될 때 자본축적이 활발해지고, 자본축적을 통해 우리는 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오히려 경제적 자유가 빈부격차를 확대시킨다는 잘못된 선입관이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다.


역사적 경험은 경제성장보다 평등한 분배에 집착했던 정권들이 결국에 사람들을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궁극적으로 경제침체를 불렀다. 그 결과 사회적 불만은 커지고 구성원 간의 갈등과 반목은 심해졌다. 결국 우리가 집중해야 될 목표는 더 이상 평등한 분배나 국가에 의한 복지 강화 따위가 아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처럼 경제성장을 통한 복지가 우리의 진짜 목표다.


경제성장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동시에 우리 각자가 원하는 삶의 목표들을 더 손쉽게 달성하게 해주는 가장 궁극적인 해결책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과거의 당신과 비교하라”라는  철학자 조던 피터슨의 말처럼 우리가 비교해야 될 대상은 타인과의 '상대적’ 부의 격차가 아니라 과거에 비해 현재의 '절대적’ 부가 얼마나 더 성장했는가다.


송상우 /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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