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8월 2일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내부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에게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50%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이다.
바뀐 제도로 인해 소비자와 사업주, 커피 전문점 직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머그잔에 커피를 마셔야 하는가 하면, 중간에 매장을 나갈 경우 테이크아웃 잔으로 바꿔야하는 불편함을 겪게 됐다. 위생문제로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 컵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들은 매번 개인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커피전문점 점주, 직원 입장에서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머그잔을 보관하고, 이를 세척해서 다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게 된 것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데 있다. 그러나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것이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다회용컵을 세척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과 세제는 자원을 낭비시키고, 강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또 컵을 세척하고 소독하기 위해 사용하는 식기세척기에는 전기 에너지가 사용된다.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도 환경오염과 무관하지 않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일부 소비자, 업체에만 환경보호를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아이스커피 컵,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생수병에도 플라스틱은 사용된다. 커피 전문점 소비자만 환경보호의 의무를 강요받는 것은 환경을 보호한다는 정책의 목적과 맞지 않다.
플라스틱컵 사용제한 규제는 갖가지 편법도 초래한다. 플라스틱컵을 규제하자 커피 전문점에서는 방수가 되는 종이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장 구석에서 일회용컵을 따로 판매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물론 플라스틱 재질로 된 컵 뚜껑, 빨대는 규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 공급자가 지불하는 비용, 불편을 고려한다면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이 효율적이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환경보호를 위한 정책은 늘 의도만으로 높은 평가받는다. '환경’이라는 단어는 신성불가침 영역과 같이 취급되며,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법안들은 큰 반대 없이 만들어진다. 모두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이 법안들이 환경을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2002년 도입되었던 컵보증금 제도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는 목적이 무색하게 컵 회수율이 매우 낮았다. 소비자들에게 컵보증금 부담만 지우는 결과를 초래했고 결국 2008년에 폐지되었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였으나 실제 환경은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의도가 좋다고 해서 결과까지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가 재활용 촉진을 위해 이미 실패한 컵보증금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실패를 답습하지 않게 제도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커피를 소비하는 행위에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강제로 막아 불편함을 강요하는 것은 부작용만 낳을 뿐 환경을 보호하기 어렵다. 바다에 밀려드는 플라스틱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로 소비하는 선진국이 아니라 중국, 인도 등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고 경제발전이 더딘 국가들이 배출하고 있다. 즉 사용 자체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사용 후 어떻게 잘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환경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흔히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표현하듯, 공동의 재산은 남획되고 오염되기 쉽다. 그러나 내 앞마당, 내 소유의 산림은 늘 깨끗하고 쾌적하다.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 실제 환경을 보호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소비자도 공급자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유인이 충분해야 한다. 환경정책도 시장경제원리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곽은경 /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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