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발생한 미·중간의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무역적자의 약 60%이상이 대중국 무역적자에 기인하여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책이 시발점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로 맞대응을 하고 있다. 즉, 중국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Tit for Tat)’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패권국가와 이를 위협하는 두 나라의 경제전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무역전쟁의 이면에는 양국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유인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지지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대중 무역전쟁을 활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진핑 입장에서도 국가주석 2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등 장기집권시대로 회귀한다는 중국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는 기회로 대미 무역전쟁을 이용할 유인이 강하다. 이 같은 양국의 정치경제적 유인체계가 미중 무역전쟁을 장기화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에 수출에 대한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로 중국에 중간재 형태로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물량이 감소하게 되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작년 대중국 수출규모는 전체 수출의 24.8%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중간재는 약 79%의 비중을 나타냈었다. 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양국의 경제위축에 따른 수입수요의 감소로 양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완성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 같은 대외환경의 악화는 국가와 기업에게 중장기적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무역전쟁이라는 경제환경은 불가항력적인 것이라 우리가 노력하여 바꿀 수 있는 것에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6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제도(institution)부문에서는 58위, 노동시장효율성(labor market efficiency) 부문에서는 73위로 낮은 순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치적 혼란과 정부조직의 비효율성은 국가경쟁력 향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구체적 하위항목인 정부규제의 부담(95위)과 정부 정책결정의 투명성(98위)은 크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는 기업을 포함한 경제주체들이 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등 제반여건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국내시장의 지배력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 보다 적극적인 진출과 확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기회로 삼아 보호무역주의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제품차별화 및 신수종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을 점검하여 제품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사관계의 협력(130위)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의 관세부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를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이해관계의 대립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노사문화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즉 고용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자생적 제도정착이 필요하다. 기업이 없으면 일자리가 없고 근로자의 기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기업의 발전이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공감해야 할 것이다.
김영신 / 계명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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