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는 우리들에게 해적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라에는 정부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찰도, 군대도, 세무서도 없는 것이 소말리아의 현재 상태다. 그러나 소말리아 국민들은 그다지 정부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 보인다.
소말리아가 무정부 상태에 빠진 것은 1991년부터이다. 그 때까지 이 나라를 다스리던 독재자 시아드 바레가 권좌에서 축출되자 다양한 세력들이 서로 권력을 잡고자 대립하게 되었고 결국 내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미국과 UN이 개입해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철수하고 말았다. 그 후 내전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평화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평화가 찾아오자 경제활동이 시작되었다. 불안하다는 문제가 있는 반면, 규제도 없고 세금도 없다는 이점도 있는 것이 무정부 상태다. 게다가 무정부 상태는 정부가 없는 상태이지 질서가 없는 상태는 아니다. 소말리아의 현실은 정부가 없어도 어느 정도의 질서는 있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 경제학자인 짐 파월의 연구는 무정부 상태에서 소말리아 국민들의 삶이 오히려 더 향상되었음을 보여준다. 파월의 연구팀은 수명, 예방접종률, 질병율, 통신에의 접근성, 상수도 보급률 등 13개의 지표를 기준으로 아프리카의 40개국을 비교했는데, 소말리아는 아프리카 나라들 중에서 중간에 속했다. 이 결과는 독재자 바레가 다스리던 당시보다 더 나아진 결과다. 특히 사망률, 수명, 통신수단 보급률 등에서 괄목할만한 향상을 보인다.
이 나라를 돌아 본 후 언론인 케빈 사이츠는 소말리아가 시장주의자의 이상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991년 정부가 붕괴되기 이전까지 우편배달과 전화사업은 정부가 보증하는 독점사업이었지만 무정부 상태가 된 이후 자연스럽게 독점권이 소멸되었다. 그러자 우편사업도, 전화사업도 치열한 경쟁시장이 형성되었고 소말리아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례를 접한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국민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정부는 국민들의 삶에 큰 기여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모든 활동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님을 무정부 상태의 소말리아가 우리에게 증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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