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식당에 가면 크고 탐스럽게 둥근 잔을 돌리면서 와인 향을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우리 입맛에 잘 맞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값이 싼 칠레산 와인이 대량으로 들어온 덕분이다.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이제 웬만한 식당에는 소물리에라는 낯선 이름의 종업원을 두는 곳들이 늘고 있다. 영어식으로 표현하자면 와인 컨설턴트쯤 될텐데, 와인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직업의 프랑스식 이름이다. 이름이 낯설어서 외국인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대부분 와인 맛에 반한 한국인들이다.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저렴한 칠레산 와인으로 인해 만들어진 일자리는 소물리에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저기에 생겨난 와인바들이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 와인을 수입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자유무역을 통해서 싸고 좋은 제품이 유입되면 새로운 소비가 일어나고 그와 연관된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진다.
자유무역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자유무역은 전체적인 물가를 낮추기 마련이다. 과거와 똑같은 양의 소비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소비자들에게는 여윳돈이 생겨난다. 그 여윳돈을 어디엔가는 지출할 것이고, 그 돈이 쓰이는 곳에서 생산이 늘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물론 자유무역으로 일자리가 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와인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주나 양주, 맥주 같은 것의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그런 술들의 생산이나 소비와 연관된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또 칠레산 포도의 수입으로 한국산 포도의 생산이 줄어들고 포도농민이 실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 가능성일 뿐이다. FTA를 통해 전반적인 소득이 는다면 수입 증가와 더불어 기존 생산자들의 생산량도 늘어날 수 있다. 2004년 칠레와의 FTA 이후 포도 생산량이 오히려 증가한 것은 수입과 국내 생산이 서로 역의 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잘못된 고정관념임을 잘 보여준다.
설령 이론적 가능성대로 자유무역 때문에 일부의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보다는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다는 것이 이론적 예측이자 역사의 경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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