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란 낡은 아파트를 헐어내고 새 아파트를 짓는 일이다. 지은지 오래된 아파트들은 살기가 매우 불편하다. 단순히 색깔이 바래고 난방이 잘 안 되는 정도를 넘어서 실내의 구조도 불편하고 모양 자체가 소비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20~30년 전에 비해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서너 배 또는 그 이상 높아졌기 때문에 주거환경 역시 과거보다 더 넓고 더 좋은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지은 아파트가 소비자 마음에 안드는 것은 당연하다.
재건축 사업의 내용은 이렇다. 아파트 한 채당 면적을 넓히고 동과 동 사이의 간격을 넓힌다. 넓은 주차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공간을 넓고 깊게 판다. 단순히 나무와 꽃을 심는 화단의 수준을 넘어서 산책로와 폭포수, 그리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놀이터 등을 만든다. 좁은 땅에서 이런 일을 하려다보니까 건물의 높이는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재건축은 대개 고층화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재건축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멀쩡한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자원낭비라는 것이다. 그건 틀린 말이다. 좋은 집을 지어서 아주 귀하게 쓰일 수 있는 땅을 낡고 가치 없는 주택의 자리로 쓰이도록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낭비다. 재건축은 비효율적으로 이용되던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재건축이 집값을 올린다는 것도 비판의 중요한 이유다. 짧게 보면 맞다. 가치 없이 쓰이던 땅에 좋은 집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으니 값이 뛰는 것은 당연하다. 재건축이 예정된 9평짜리 아파트가 5억 원을 넘어가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그 가격은 9평짜리 아파트의 값이 라기보다는 그 자리에 지어질 20~30평대 아파트의 값이다. 주변 집값이 오르는 것은 재건축된 아파트가 주변지역에는 좋은 환경이 될 거라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수요가 폭증하는 지역의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재건축만큼 좋은 것은 없다. 참여정부 들어 강남의 아파트 값이 폭등한데에는 이 지역에서의 재건축을 막은 것도 매우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재건축에는 골치 아픈 일이 많이 따른다. 공사 기간 중에 주변 지역의 교통이 막히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헐린 주택에서 살던 사람들이 몇 년 동안 주변지역에서 살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주변 지역의 전세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참아내지 못한다면 낡은 도시를 재창조하는 일도 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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