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ㆍ중국ㆍ일본 등 한문 문명권에선 전통적으로 개인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제약이 심했다. ‘사농공상’이라는 계층 구조의 엄격성 때문에 상업은 더욱 천시 받았다. 안타깝게도 상업에 대한 경멸과 제약은 조선에서 가장 심했다. 상업 활동에 대한 규정들은 모두 억제 일색이었다. 외국과의 상거래에 대한 편견은 더욱 심해서, 조선조 말기까지도 외국인들과의 상거래는 실질적으로 금지되었다.
개인들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사회적 제도와 관행들은 1894년의 갑오경장을 기점으로 약해져 간다. 예를 들어 조선사회에서는 고관을 지낸 사람들은 상업에 종사할 수 없었는데, 갑오경장에 의해 비로소 그들의 상행위가 허용된다. 그것은 이 땅에도 본격적으로 상인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된다.
화신 백화점을 일으킨 박흥식 씨는 일제 강점기 최고의 부자였는데, ‘조선 땅 제일 부자’가 까닭 없이 나온 것은 아닐 터이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태어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 지도자가 되기 어렵다는 사정을 가리킨 이 말은 경제 지도자들에 대해서 더욱 적절하다. 정치에서는 재능과 인품이 없는 사람도 인맥으로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지만, 장사에서는 사정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치시장보다는 경제시장에서의 경쟁이 훨씬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을 세우고 키우는 일은 정말로 뛰어난 재능과 인품을 갖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설령 운이 좋아서 기업을 쉽게 키웠더라도, 재능과 인품이 부족하면 그 기업을 오래 지킬 수 없다.
박흥식 회장은 뛰어난 재능과 인품을 갖춘 사람인데다가 현대적 기업가이기도 했다. 현대 경영자들과 비겨도 손색이 없는 경영방식들을 도입했고 기업들을 키웠다.
그런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로 선일지물주식회사를 운영하면서 신문용지 시장으로의 진출에 성공한 일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신문용지 생산자들이 과점 체제를 유지해서 상품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그는 스웨덴과 캐나다로부터 싼 값에 상품을 수입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선의 신문들에게 큰 혜택을 준다. 성공한 기업가는 그저 자기 재산만을 모은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소비자 잉여를 창출해서 사회적 가치를 늘렸으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제적 방식과 관행들이 이 땅에 자리 잡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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