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테슬라도 `나쁜기업`만드는 공정거래법 개정필요

윤주진 / 2023-08-02 / 조회: 1,988


vol.6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pdf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기업의 비용 늘리고 효율 경영 가로막는 '과잉 규제'

- 지주회사 장려하면서 규제는 늘려...지분 확보에 따른 비용 증가, 자유로운 기업 설립과 거래에 악영향

- 해외사례도 없고 개념도 모호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내부 거래 필요성 외면하는 탁상공론

- 막판에 빠진 '전속고발권 폐지' 윤석열 정부 들어 완화로 가닥 잡혔지만 여전히 폐지 시도 불씨 살아있어



법률 개정안 내용


21대 정기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처리됐다. 법 제정 40년 만에 이뤄진 전면 개편이며, 총 12개 분야에 대한 개정 사항을 담고 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이 법을 논의했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무산됐다. 21대 국회 개원 직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을 '중점 법안’으로 선정해 초반부터 강하게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규제 강화’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해 반드시 보유해야 할 지분율을 10% 포인트 높이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사익 편취)의 대상이 되는 거래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 또는 신규 자·손회사 편입에 필요한 투입 비용이 늘고, 수직계열화와 같은 내부거래를 위축시켜 기업의 경영 부담을 증가시켰다. 상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개정안은 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 적발시 부과 할 수 있는 과징금의 부과율 상한과 정액 과징금(매출액이 없거나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등) 상한을 모두 기존에 비해 2배씩 상향 조정하였다. 예컨대 앞서 살펴 본 일감 몰아주기(법상으로는 사익편취) 규제를 위반한 경우, 개정 전에는 매출액의 5% 또는 20억 원 이하였던 과징금 상한선이 개정 후에는 매출액의 10% 또는 40억 원 이하로 2배 범위가 확대됐다. 대체적으로 공정거래 규제 강화에 방점이 찍힌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법률안 개정 과정과 처리 현황

이 법은 2020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공포 후 1년 뒤인 2021년 12월 30일부터 실시됐다. (일부 조항은 2년 뒤인 2022년 12월 30일에 실시됐다.) 여야 대립이 극심했던 21대 국회 첫 정기회의 마지막 본회의장에서 비교적 높은 반대 및 기각 표결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과 일부 야당의 협조 아래 법은 속전속결 처리됐다.



일견, 반대 71인에 기권이 44인에 달한다는 점만 놓고 봤을 때는 찬반 격차가 30표 미만인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 전속고발권 폐지 철회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일부 여당 및 진보 성향 야당 소속 의원 표심이 반대와 기권 쪽으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된다. 박용진 의원을 비롯해 남인순, 노웅래, 용혜인, 조정훈, 진성준 의원 등이 기권을 택했다. 반대표 명단에도 류호정, 우상호 의원 등 공정경제 3법 찬성론자들이 일부 포함돼 있다.


주목 포인트 1. 불발에 그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시도

이 법률 개정안은 앞서 경제법안리뷰 2편에서 살펴 본 '상법개정안’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결권 제한 강화 골자 법안)과 함께 공정경제3법 또는 기업규제3법(이하 '3법’)으로 묶인 법안이다. 이 법이 최초 발의된 시점으로부터, 논의되는 중간 과정, 최종 처리 직전에 이르기까지 가장 쟁점이 됐던 사안은 앞서 살펴 본 두 가지 항목이 아닌 바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였다.


결과적으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추진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정기 국회 막판인 12월 8일 급격하게 노선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당시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법률안을 처리하기 전 민주당 측의 발언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도 있고 중복 수사, 별건수사 우려가 있습니다. 기업이 생각하고 있는 두려움도 분명히 있고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계속 유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편, 3법 드라이브에 늘 앞장섰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속고발권 폐지가 최종적으로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본회의에서도 전속고발권 폐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 스스로가 제 역할을 하는 데 한계를 인정하고 당사자에게 고발권을 돌려주는 안입니다. 그런데 여당에서 전속고발권이 유지되어야 한다라는 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전속고발권은 문재인 대통령님의 공약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특별지시가 있어서 입장을 선회한 것인지 아니면 친재벌당이라는 본색을 드러낸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


주목포인트 2. 적극 찬성하는 야당대표, 막판이 머뭇거리는 여당

21대 국회가 들어선 후 약 6개월 간 이 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야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의 이견이 표출 돼 여야 대립 전선에 다소 혼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 원인은 총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을 이끌게 된 인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론자’이며, 순환출자와 같은 기업 지배구조와 내부 수직 계열화 등을 강력하게 비판해 온 인물이다. 김 전 위원장은 기존 국민의힘의 이념 성향, 당론에 구애 받지 않고 공개적으로 3법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앞다퉈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3법을 야당에서 반대해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입장엔 큰 변화가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2020년 9월 3법에 대한 찬성론을 밝혔고,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3법 처리 공감대를 확인했다. 관련해 야당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희숙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공개 비판에 나섰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유시장경제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안 통과 한 달 여전인 11월 경에 들어서는, 오히려 여야의 입장이 뒤바뀌는 인상마저 줄 정도로 혼란이 가중됐다. 재계의 극심한 반발과 언론의 '경제 침체’ 압박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점차 신중론으로 선회한 반면, 김 전 위원장은 3법 처리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며 오히려 민주당을 압박하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법안 평가

1.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오히려 악화 시킨 '퇴행'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는 210개사에서 598개사로 늘었다. 지분 보유 기준이 하향 조정돼 범위가 늘어나고, 계열사의 자회사까지 일부 포함시키게 돼 대상이 급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계열사 간 거래의 규모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거래를 제재하는 사례는 해외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거래 결과 시장 질서를 해치고 불공정한 거래로 확인되는 경우, 계열사 간 거래 여부 및 규모에 관계 없이 상법 및 경쟁법(한국의 공정거래법 해당)에 의해 불이익을 줄 뿐이다.


기업이 거래 비용을 줄이고 거래를 안정화 하며 균일하고 우수한 품질의 부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로 합리적인 경영 의사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혁신 기업으로 평가 받는 <테슬라>도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는 물론, 배터리 소재와 핵심 광물까지 '사업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법상으로 <테슬라> 역시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나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 법 체계의 근본적 문제를 반증한다.


이차전지 관련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에코프로 그룹)이 당장 일감 몰아주기 규제 딜레마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주사 에코프로는 관련 계열 회사 지분을 적게는 약 45%에서 최대 100%까지 보유하고 있다.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이 업계 특성상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딥 테크 회사의 계열회사 설립과 내부 거래 확대는 불가피한 경영 전력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만 존재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오히려 강화한 점은, 우리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와 사업 다변화를 가로막는 퇴행적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20%라는 기준의 실효성과 타당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와의 거래는 부당하나 19.99%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와의 거래는 부당하지 않다는 단순 판단은 기업 거래 현장과 괴리가 있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업상 내부 거래가 불가피한 회사의 경우 기존보다 강화된 규제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열회사에 대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야 되는 부담도 따를 수 있다. 그 경우 대규모 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 압박이 발생할 수 있고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2. 지주회사 전환 비용 증가, 투자 및 고용 위축 우려

이 법이 새롭게 마련한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보유 지분율은 기존 지주회사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신규로 지주회사가 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새로 편입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는 새로운 규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부작용을 강조한다.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앞서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대안으로 지주회사 체계로의 전환을 유도했다는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논쟁이 불거지고 순환출자와 같은 기업 지배구조가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며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했다. 그런데 정작 지주회사 규제를 증가시켜 기업의 비용과 부담만 늘어났다는 불만이 경제계에서 속출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따라 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새롭게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우량 기업을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할 시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할 지분이 많아져, 그만큼 더 큰 자본이 지분율 방어에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단체는 24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고 2020년 7월 현재 기준 34개 상호출자제한집단 중 16개의 비지주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시 30조 9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계산했다.


3.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통과 직전 폐지에서 유지로 가닥이 바뀐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앞으로도 폐지 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양당 대선 주자 모두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전속고발권의 폐지보다는 '보완’에 무게가 실리면서 당장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떨어졌다.


국회 내 폐지 움직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6월 15일 공정위의 호반건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하며 입법을 통한 전속고발권 '수정’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공정거래부 규모와 기능을 확대하고 직접 공정위에게 특정 기업 범죄 사건에 대한 '추가 고발’을 요청한 것을 두고 사실상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완화‧수정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2024년 4월 치러질 22대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공정위 전속고발권에 대해 어떤 당론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기존에 유지해 온 입장과 당 지도부 성향 상, 더불어민주당이 전속고발권 폐지로 기울 확률이 높으나 '검찰 기능 비대화’를 경계하는 당 내부 목소리도 커서 적정 선에서 절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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