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을 더 불리하게 만들 임대차보호법개정법률안

전용덕 / 2004-08-27 / 조회: 7,539

- 2004.6.28. 권영길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70088: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중개정법률안 및
2004.6.28. 조승수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70090:
주택임대차보호법중개정법률안 -

1. 개정법률안들의 목적과 그 비판

민주노동당의 조승수 의원(조 의원)과 권영길 의원(권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법률안(이하 ‘주택임대차개정법률안’으로 표기)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중개정법률안(이하 ‘상가임대차개정법률안’으로 표기)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은 주택임대차개정법률안을 제안하게 된 이유를 “따라서 본 개정법률안은 임차인(세입자)들의 주거안정과 임대료 안정 및 임대차분쟁의 조정을 위해 필요한 관련규정을 신설 또는 보완함으로써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서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세입자)들의 주거생활과 임대료 안정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권 의원은 상가건물임대차개정법률안을 제안하게 된 이유를 “법 제2조의 적용범위와 관련된 단서조항 등의 문제, 차임증액률이 너무 높다는 문제, 임대차분쟁시 이를 조정하기 위한 조정기구가 없고 명백히 불법 부당한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권을 갖는 등의 담당주무부서가 없다는 문제 등이 있어 이를 보완하려고 하는 것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과연 두 개정법률안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강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두 개정법률안의 대부분의 조항들이 정부의 각종 규제로써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입법자나 권력자는 법이나 권력으로 시장의 작동원리를 억제하거나 통제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 생각이나 태도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등이 두 개정법률안과 같은 규제 일변도의 법률안을 제출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규제가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부작용으로 장기적으로는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집단을 오히려 해치게 된다. 이와 함께 그런 규제들이 많아지면 전체 경제도 효율성이 떨어져서 활력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입법자나 권력자는 규제로 사회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는 규제의 부작용에 대한 깊은 연구와 철저한 이해가 필요하다.

2. 개정법률안들에 대한 검토

(1) 주택임대차개정법률안 검토

주택임대차개정법률안의 주요 변경내용의 예상되는 효과를 자세히 분석하기로 한다. 첫째, 개정법률안은 임대차 계약갱신 가능 기간을 10년으로 하고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개정법률안 제10조). 이 조항은 임대차 계약 기간을 현행 2년에서 10년으로 매우 크게 연장한다. 이 조항은 임대인의 권리를 장기에서 크게 제한하는 만큼 임대주택의 공급량은 감소할 것이다. 물론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를 법에서 나열하고는 있지만 경제생활의 복잡성이나 사람의 삶에서 여러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에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상을 하거나 임대인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부담한다면 임대하고자 하는 동기는 감소할 것이다. 또, 임대인이 예상되는 임대차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임차인의 성품, 재산 상태 등을 까다롭게 점검하고 차별하는 일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계약갱신 가능 기간 연장과 함께, 차임과 보증금을 제외하고 임대차 계약 조건을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하도록 하는 조항은 사정 변경의 원칙을 무시하고 임차인을 위하여 임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특히 이 조항은 뒤에서 보듯이 가격규제와 동시에 시행됨으로써 그 효과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으로 보증금을 크게 올려야 하는 경우에 그것을 억제하는 가격규제와 긴 계약갱신 가능 기간은 임대인을 불리하게 만들고 그 결과 임대 주택의 감소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개정조항에 의한 계약갱신 기간의 연장은 임대주택의 감소를 초래하고 그런 감소는 전세금이나 월세금을 그런 조항이 없을 때보다 오르게 만들 것이다.

둘째, 주택임대차개정법률안은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하로 제한하고 월세의 경우에 연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개정법률안 제11조와 제12조).1) 이 두 가지 율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던 것을 법률 조항으로 명시할 뿐만 아니라 현재 월차임 전환 시 산정율의 상한은 연 14%이다. 그러나 임대료 인상률은 연 5%로 동일하다. 다시 말하면, 이 개정법률안 조항은 임대료(월세의 경우 산정율)를 규제하고 그것을 법률로 명시한 것이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보다 낮은 가격을 ‘최고가격’이라고 부른다. 정부가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낮게 정하면 그 재화나 서비스는 정부의 간섭이 없었을 때보다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증가한다. 최고가격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시장에서 공급자들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양의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는다. 낮은 최고가격에서 적절한 이윤을 남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공급자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보다 규제가격이 낮기 때문에 자유시장가격에서 결정되는 수요보다 더 많은 양을 수요하고자 한다. 최고가격에서는 수요가 공급보다 항상 크다. 이것을 ‘초과수요’라고 한다. 초과수요의 구체적인 크기는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탄력성에 달려 있다. 시장에서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면 초과수요의 존재는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 그러나 최고가격 제도에서 가격은 정부에 의해 규제되어 있기 때문에 공급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그 결과 수요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지불하는 가격보다 높아진다. 규제가격과 수요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의 차이는 많은 경우에 비금전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원하는 임대주택을 구하기 위하여 더 오래 기다리거나 주택의 품질이 낮아 사실상 주택 서비스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는 규제가격보다 더 높은 경우 등이다. 또는 적절한 양의 주택 서비스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단속을 피하여 불법 계약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임대주택 시장은 암시장이 되고 수요자는 매우 높은 가격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요약하면, 개정법률안 발의자들이 도입하고자 하는 최고가격은 백해무익한 것이다.

셋째, 약정한 차임 또는 보증금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관계 기관장이 조정권고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할 수 있게 하고 있다(개정법률안 제19조, 제20조, 제22조, 제23조). 이 조항은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대임과 임차인 간의 자유 계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개별 가격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격규제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정부가 개별 계약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여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일반적인 가격규제보다 더 강력한 가격 통제 방법이다. 개별 계약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위한 기준이 되는 것이 인근의 유사한 주택의 차임 또는 보증금이다. 문제가 되는 차임 또는 보증금이 그 가격에서 현저히 다를 경우에 ‘부당한’ 가격으로 간주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비록 암묵적이지만 ‘평균가격’ 개념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가격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평균가격 개념을 적용하여 부당성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틀린 것이다. 추가적으로, 백번 양보하여 평균가격 개념을 받아들이더라도 얼마나 다른 것이 현저히 다른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여기에 거래의 유익성 여부에 대한 거래 당사자의 판단은 사라지고 판단하는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느 일방은 다른 일방의 희생을 대가로 이득을 보게 된다. 이러한 개별 계약에 대한 가격규제는 앞에서 서술한 일반적인 가격규제보다 더 나쁘기 때문에 그 폐해도 역시 그에 비례할 것이다.

(2) 상가건물임대차개정법률안의 검토

주택임대차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 중에서 둘째와 셋째 것은 상가임대차개정법률안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경제원리는 같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상가임대차개정법률안에만 고유한 것만 검토하기로 한다.

첫째, 상가건물의 적용범위를 기존 법률에서는 단서조항을 달아 보증금이 큰 대형 건물에 대해서는 제외하던 것을 개정법률안에서는 단서조항을 삭제하여 모든 상가건물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개정법률안 제2조)2)
단서조항의 삭제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서조항 자체가 만들어진 이유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2조의 단서조항은 차임이나 보증금이 소액인 경우에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단서조항이야말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보다 임차인의 이익을 돌보기 위하여 제정된 것임을 비록 간접적이지만 시사하는 것이다. 차임이나 보증금이 큰 경우에는 임차인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서 대형 건물을 이 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차임이나 보증금이 큰 경우에 임차인이 약자가 아니라고 간주한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을 대등하게 보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다. 비록 임차인이 임대인보다 경제적으로 약자라 하더라도 거래에서는 각자의 이익을 위하기 때문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억압을 가하여 계약을 맺는 ‘불공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즉 자유로운 계약이라면 거래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 점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자유로운 거래를 위해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를 최대한 좁게 하는 것이 옳다. 상가건물의 적용범위가 넓어질수록 임대인의 희생을 대가로 이득을 보는 임차인의 수가 늘어나고 이득도 커진다. 그러므로 상가건물의 적용범위를 더 넓히는 개정법률안은 현행 법률을 ‘개악’하는 것이다.

둘째, 개정법률안은 철거 및 재건축 규정을 ‘악용’하여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경우를 막기 위하여 보상기준을 마련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개정법률안 제10조제6항).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건물의 철거 및 재건축을 정당한 사유 중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가 임차인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임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임대인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도 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률은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고 있다. 개정법률안은 임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잘못된 법률 조항에 추가하여 더 나쁜 조항을 첨가하는 것이다. 건물의 철거나 재건축으로 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에 일정한 보상을 하게 함으로써 개정법률안은 사전에 계약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임대인이 철거 및 재건축을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길을 막는 것이다. 개정법률안 발의자들이 쓴 악용이라는 표현에 속지 말아야 한다. 개정법률안 조항은 과도하게 임차인을 보호하고 임대인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다.

셋째, 건물주에 의한 임대차계약서상의 원상복구 조항의 악용을 막기 위하여 민법 제626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필요비’와 ‘유익비’ 상환청구권을 강행규정으로 한다는 것이다(개정법률안 제15조제2항). 민법 제626조는 두 가지 내용이다. 하나는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게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하는 경우에 상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하는 것은 임대인을 특히 불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계약에 의하여 필요비와 유익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이 임대인과 임차인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물론 계약에 의하여 필요비와 유익비를 인정할 수도 있다. 필요비와 유익비의 인정 여부는 임대임과 임차인이 계약할 사항이다. 그러나 임대인이 계약에 의하여 필요비와 유익비를 배제할 수 있는 길을 완전히 막음으로써 개정법률안의 이 조항은 임대인을 불리하게 만들고 임차인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이 조항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분쟁이 증가할 것이고 상가건물의 공급량은 감소할 것이다.

넷째, 개정법률안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의 대상을 비영리법인, 정당법에 의해 등록한 정당, 비영리민간단체 등도 포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개정법률안 제3조제1항 단서조항). 이 개정법률안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2조제1항의 단서조항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보호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여겨진다. 다만 제2조제1항의 단서조항을 삭제하자는 개정법률안이 유효해진다면 문제가 있는 조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영리법인 등이 비록 상가건물을 임대차하더라도 서비스의 본질이라는 관점에서 그것은 주택 임대차에 가깝다. 다시 말하면, 외형에서는 상가건물의 임대차이지만 본질에서는 주택의 임대차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비스의 본질이라는 관점에서 이 조항의 포함 여부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요약과 결론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발의한 주택임대차개정법률안과 상가건물임대차개정법률안은 많은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 조항들은 장기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하기 보다는 임차인이 부담할 비용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즉,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발의된 두 개정법률안이 장기적으로 임차인을 오히려 해치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개정법률안의 모든 내용이 경제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에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희생으로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장기에서는 규제의 부정적인 효과가 긍정적인 효과보다 크기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다. 권력이나 법으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행동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그 권력이나 법은 전체 인간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치게 된다.

이 글에서 직접 다루지는 않았지만 법이나 정책은 집행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 법이나 정책이 공평할 때만이 국민이나 이해 관계자가 가장 잘 지킬 것이고 그 경우에 집행에 수반되는 비용은 최소화될 것이다. 법이나 정책이 어느 일방의 희생을 대가로 다른 일방을 보호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법으로 간주하여 일부 국민이나 이해 관계자가 지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 갈등, 분쟁, 범죄 등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두 개정법률안에서 제안된 조항들은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전용덕(대구대학교 교수, 경제학)


1)이 부분 분석은 상가임대차개정법률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건물상가임대차보호법시행령에서 차임증액청구의 상한은 연 5%이나 월차임 전환 시 산정율은 연 14%이다. 그러므로 상가임대차개정법률안에서는 월차임 전환 시 산정율만 현행 14%에서 10%로 상한을 낮춘 것이다.

2)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시행령은 보증금의 크기를 서울 2억4천만 원, 수도권과밀억제권역 1억9천만 원, 광역시 1억5천만 원, 기타 1억4천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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