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3%룰‧감사위원 분리선출, 기업 경영은 더 힘들어졌다
▪ '20년 12월 통과된 상법개정안, 주주 소유권과 재산권 정면 침해
▪ 경영권 위협 가능성 증가, 우량 기업의 투기자본 '먹잇감’ 전락 우려
▪ 63년 전 도입,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경제계 “개선해달라” 한목소리
■ 법률 개정안 내용
2020년 12월 9일, '공정경제3법’과 '기업규제3법’이라는 두 개의 별칭이 모두 붙은 3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끈 경제 법안은 상법 개정안이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모회사 주주는 비상장회사인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상장사인 경우에는 6개월 이상 계속하여 발행주식총수의 0.5%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소송의 대상은 자회사의 이사 외에도 자회사의 발기인, 집행임원, 감사, 청산인도 포함된다.
개정 전 상법에서는 감사위원이 될 이사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를 구분 하지 않고 일괄 선출한 다음, 그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규정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면, 개정 후 상법에서는 최초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면서 동시에 3% 규정이 적용되므로, 소액주주의 의사에 따라 감사위원이 선출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 처리 현황
본 법률 개정안은 최초 발의 단계부터 이미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쟁점 법안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자,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 하에 안건조정위윈회*를 구성해 여당이 추구하는 기조의 대안 법률안을 의결했고, 법사위에 회부됐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상임위장에서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망한다! 망한다! 망한다!”를 연호하며 법률안 처리를 반대했고,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표결을 강행해 법률안을 처리했다.
본회의에 올라온 상법 개정안은 12월 9일 다음과 같이 표결 처리됐다.
■ 법안평가
1. 주주의 소유권, 재산권, 겯영권 침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인 기업의 소유권은 '주주’에게 귀결된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양만큼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시장경제 질서의 대원칙이다. 정치 민주주의에서는 1인 1표제를 따르지만 주주 자본주의에서는 1주 1표제를 따른다. 보유한 지분에 관계 없이 주주별로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약하는 것은, 사실상 주주의 소유권과 소유권을 바탕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 37조 2항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장경제 질서에서 소유권은 본질적 권리에 해당된다. 3% 의결권의 '위헌성'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다. '주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은 2018다9920 판결에서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는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반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최대주주의 경우, 특수관계인과 지분을 합산해서 의결권을 제한하는 반면, 일반 주주는 같은 규정을 적용 받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2. 정작 소액주주 참여는 저조... 기업 경영권 위협, 외부세력 개입 가능성 증가
본 상법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취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첫째는 대주주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두번째는 소액주주의 참여 확대다. 그래서 한 쪽으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약하는 동시에, 또 다른 한쪽으로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통해 소액주주의 참여 기회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당초 의도했던 소액주주의 참여 확대와 권한 강화는 현실화되지 못한 반면, 투기성 자본, 행동주의 펀드에 의한 경영권 위협 및 간섭 가능성만 높아졌다는 우려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은 최대주주의 경우 특수관계인과 합산하여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경영권 공격을 목표로 삼는 측이 계획적으로 3%씩 지분을 주주‧펀드별로 분할 할당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면, 충분히 감사위원 선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의 경우에도 주주 별 의결권이 3%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에 같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 감사도 이 규정이 마찬가지로 준용된다. 왜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일까? 감사, 감사위원의 막강한 권한과 사내 지위 때문이다. 감사 업무를 명목으로 회사 내 핵심 기술과 경영 관련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으며, 악의를 품고 주요 투자 결정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3% 의결권 제약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서 선임 자체에 실패한 기업이 속출하면서 이 규정이 기업 경영만 더 힘들게 한다는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3.1961년 탄생한 3%룰, 한국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
국내법상 최초로 논란의 3%룰이 도입된 것은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법제사법위원회’가 제정한 최초의 상법에서다. 그렇다면 해외 주요 국가 사정은 어떨까? 산업연구원에서 2013년 발행한 <기업성장 촉진을 위한 기업제도 연구>에 따르면 주요국 상법 중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G5 국가의 관련 법제를 살펴본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임이나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입법례를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경제계는 속히 '3% 의결권 제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2년 33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최근 주총 애로요인과 주주활동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한 기업의 68.2% 기업이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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