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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카우퍼스웨이트는 어디에?

권혁철 / 2025-04-23 / 조회: 124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마치 신과도 같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실에서의 결과는 거의 언제나 그와는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태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을 보자.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부동산 가격과 전월세 가격을 통제하고 과중한 세금을 부과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하에서의 20여 차례 이상의 부동산 관련 규제 조치를 통해 생생히 목격했듯이, 결과는 애초의 목적과 의도와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을 했고, 전월세의 경우 소위 '줄 서서 면접을 보아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부동산 규제는 여전히 풀릴 줄 모른다. 


6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과 각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경제 정책의 방향들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경제와 산업을 '국가가 키우고 일으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2차전지, 바이오산업, AI산업 등이 첨단산업들이 주로 언급된다. AI산업에 대한 것을 간단히 살펴보자.


민주당의 경우, 한 후보는 100조원을 투자하여 한국형 챗GPT 무료 제공, GPU 5만개 이상 확보,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 개발 지원을 약속한다. 다른 후보 역시 100조원을 투자하여 한국형 AI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산업별 특화 AI혁신 프로젝트 지원을 약속한다. 또 다른 후보도 100조원을 투자하여 글로벌 AI리더급 핵심 인재 100명 양성, GPU 100만개 확보 등을 약속한다. 


국민의힘의 경우, 한 후보는 200조원을 투자하여 AI인프라에 5년간 150조원 투자, AI교육 전면 개편을 약속한다. 다른 후보는 20조원을 투자하여 과학기술 핵심 인재 100만명 양성, 연구개발 투자 비중 GDP의 5% 달성을 약속한다. 또 다른 후보는 50조원을 투자하여 AI 등 첨단분야 R&D 투자 등을 약속한다. 또 한 명의 후보는 100조원을 투자하여 AI청년 인재 20만명 양성, AI융합센터 및 스타트업 빌리지 구축을 약속한다.


이런 정책들을 펼치면, AI산업 분야에서 선두 그룹도 차지하고 AI 주권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인들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현실은 대부분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지거나 별다른 효과도 내지 못하고 재정만 축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죽창’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반일 감정이 고조될 때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독립 및 경쟁력 확보’를 외치며 이 부문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했다. 그때 나왔던 조치들이 지금 AI 정책 관련해 언급되고 있는 것들과 다른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소부장’ 산업은 당시와 비교하여 얼마나 독립했으며 경쟁력을 확보했는가. 아니, 그 정책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관심이라도 갖고 살펴보는 사람이 있는가.


경제학자인 미제스(Mises)는 '경제사는 시장을 무시한 정부 정책들의 기나긴 실패의 기록’이라고 했다. 홍콩의 경제적 성공을 이끈 카우퍼스웨이트는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한다. “정부가 사업을 벌이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카우퍼스웨이트는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홍콩 재건의 임무를 주고 파견한 인물이다. 그는 1961년부터 10년간 홍콩의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홍콩의 경제적 기적을 이끈 인물이다. 


그의 정책은 첫째도 자유시장, 둘째도 자유시장이었다. 기업인들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되면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정부는 기업가나 사업가가 이것은 해야 하고 저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작동이 위축되면 경제성장률은 떨어진다.”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정부 자금을 이용해 일부 선택된 기업가에게 특혜성 지원을 하자는 제안을 극히 싫어한다. 그런 제안이 산업화 과정에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는 관료들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미래 유망산업이라면 (정부 도움이 필요 없으며) 유망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스스로 발전할 수 있으며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특별한 도움 없이도 발전하게 된다.”


관료들이 통계를 작성해서 손에 쥐게 되면 그걸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경제에 개입하려 들기 때문에 통계 작성을 하지 않는다고까지 한 카우퍼스웨이트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통계 조작’까지 감행하면서 시장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과 극적으로 대비되지 않는가. 아무튼, '정부가 사업 벌이면 누구에게도 도움 안 돼. 자유로운 시장 마련이 최선’이라며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한국의 카우퍼스웨이트는 어디에 있나?


권혁철(자유시장연구소장,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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