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박에 반도체 특별법까지… ‘내우외환’ K-반도체 해법은?

자유기업원 / 2025-03-03 / 조회: 127       주간조선

                지난 2월 26일 서울 여의도 자유기업원 열림홀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와 반도체특별법’ 세미나가 열렸다.


반도체산업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된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서 여전히 답보 상태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을 두고 여야가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중국 반도체 산업의 강세 등은 여전히 한국 반도체의 위기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3040세대 전문가 집단이 주축인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팀 'The 새로운 생각’과 자유기업원, 그리고 주간조선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와 반도체특별법’ 세미나를 지난 2월 26일 서울 여의도 자유기업원 열림홀에서 개최했다.


정재욱 'The 새로운 생각’ 위원장(법무법인 주원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신덕순 한국정보산업연합회(FKII) 자문위원, 서정훈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정 위원장 등의 발제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출범, 통상환경 변화 속 한국 반도체, 반도체특별법과 주 52시간 등 다양한 시각에서 현재 'K-반도체’가 놓인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신덕순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자문위원


· 반도체 갈등 속 샌드위치인 한국”


가장 먼저 신덕순 자문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미국의 변화와 트럼프의 반도체 정책을 짚고 한국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신 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핵심 국가 전략 안보 자산으로 반도체를 규정했다”면서 “미국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 주권 강화’ '대중국 체제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위원은 미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정책에 대해 “2023년 기준 시스템 반도체의 약 90%, 메모리 반도체의 약 77%가 동아시아에서 생산됐다”며 “특히 2020년 팬데믹 이후 이른바 '반도체 부족’을 겪은 미국의 입장에서 군사·우주항공용 반도체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 반도체 공정을 자국에서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시설을 포함해 미국 내에서 반도체 직접 생산을 통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기 위해 이른바 '칩스법’ 제정과 '칩4 동맹(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을 결성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가 미국에 자극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의 주요 반도체 정책과 관련해 신 위원은 '대중국 제재 강화의 간접적 영향’ '미국 내 생산 확대 요구’ '관세 압박’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그는 우선 대중국 제재 대해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최대한 늦추거나 생태계를 망가뜨리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해) 제3국을 통해 우회 경로로 들어오는 것도 차단하고 있으며, 칩4동맹을 중심으로 수출 규제에 강력히 동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은 미국의 자국 내 생산 확대 요구와 관세 압박과 관련해 “보조금 지원 압박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라면서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물론 축소될 가능성도 있지만, 기존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반도체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기존에 우리는 미국에 비해 중국에 수출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미국이 지속적으로 중국에 대해 우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현명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확보와 생산 거점에 변화를 가져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며 “국내 반도체 인력 유출도 굉장히 어려워진 이유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인력 보강을 해야 하는데, 굉장히 고가의 임금을 대가로 중국 업체로 유출이 심하다”고 말하며 “판교의 모 호텔에서 현장 인터뷰 후 바로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신 위원은 한국의 대응 전략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결국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모두 R&D 투자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격차 기술을 위해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세제 혜택과 지원금 및 보조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현재 추진하는 메가 클러스터 등이 잘 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반도체특별법도 같은 맥락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정훈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조기 개발·적시 생산 필요… 타이밍 중요”


이어진 발제에서 서정훈 변호사는 '통상환경 변화 속에서의 한국 반도체산업 생태계 지형’이라는 주제로 국내 반도체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반도체를 둘러싼 통상 환경의 변화를 소개했다. 서 변호사는 우선 한국 반도체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에서 팹리스(Fabless), 후공정 등 소부장 업체들은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면서도 “오히려 잠재적 투자 기회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반도체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Winner takes all(승자가 독차지한다)’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각 분야에서 1~3위 수준의 업체만이 관련 이익을 거의 다 누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업들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조기 개발’과 '적시 생산’이 필요하다”며 “그 타이밍을 놓치면 순식간에 업계에서 밀리는 구조”라고 했다. 서 변호사는 또 “이를 위해 반도체특별법이나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등이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공장 부지에 용수 공급이나 전력 공급이 늦춰지는 등 적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조기 개발 측면에서 주 52시간 예외 규정을 통해, 적시 생산 측면에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금을 통해 돕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통상 환경의 변화와 관련해 서 변호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WTO(세계무역기구) 체제가 붕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중국 등이 모두 보조금을 제공하며 자국의 반도체 육성을 장려하고 있다”며 “자유무역에서 보호주의무역으로 넘어간 시점에서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도 견제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또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통상 정책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의 분절 및 공급망 내재화도 강조했다. 그는 “기존 글로벌 자유무역에서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한 동맹국 간 '공급망 공유’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더 나아가 국가별 '공급망이 내재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에서 나온 것이 직접적인 보조금 정책이나 관세 정책 등”이라고 덧붙였다.


각국이 공급망을 별도로 확보하려는 추세 속에서 한국의 현명한 대처도 강조됐다. 서 변호사는 “국가별로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위기감 속에서 정부 지원금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면서 “반면 한국은 직접 지원금은커녕 여러 규제가 여전히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업에 경쟁하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반도체특별법은 해외 기업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과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또한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우리나라가 더욱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서면서도, 그간 다소 뒤처져 있던 소부장이나 팹리스 등의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속 일류 기업으로 편입할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위기 극복 위해 한시적 법 도입 필요”


마지막 발제로 정재욱 위원장은 '반도체특별법과 주 52시간’이라는 주제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입법안 관련 쟁점을 소개했다. 우선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한 이철규 의원의 발의안과 관련해 “근로시간 등에 대한 특례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며 “반도체 핵심 엔지니어들 같은 경우 근로기준법상 선택적 근로시간제, 특별연장근로 등을 활용하더라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개발과정에서 시간 배분을 하기 어렵다는 취지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의 안은 2035년까지 한시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초과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상태다.


이어 주 52시간제와 관련해서는 “2018년 당시, 이전까지 한국이 '장시간 근로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실근로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한 법 개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장시간 근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 52시간제가 가진 경직적인 측면도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됐으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특히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크게 감소했다”면서 “산업이나 기술 특성에 기초한 유연한 근로시간제 운영이 상당히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도체특별법의 근로시간 특례와 주 52시간제에 대해 정 위원장은 “일률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거나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효율성이나 유연성 측면에서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 R&D 핵심 엔지니어의 경우 신제품 개발이나 성능검증 과정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연속 집중근무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경우 불가피하게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고, 해외의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집중 근무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은 노동과 관련된 일반규범으로 작동하기에 사회적 합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례 규정이 포함된) 한시적인 반도체특별법을 시행해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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