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증언법, 반자본주의적 발상의 끝은 어디인가

자유기업원 / 2024-12-18 / 조회: 22       이코노믹 리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대한민국을 거칠게 강타한 가운데, 11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의 체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이고 반자본주의적 발상이 당당히 논의되는 것이 두렵다. 수 많은 리스크를 방치하고 폭압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해법은, 더이상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증언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가지 패착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해당 개정안은 국회로부터 기업이 서류 등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거나, 혹은 기업인이 증인·참고인으로 출석이나 감정의 요구를 받은 경우 개인 정보 보호 또는 영업 비밀보호 등의 이유로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동행명령 대상 증인의 범위를 현행 '국정감사·국정조사’에서 확장해 '중요한 안건심사 및 청문회’까지 넓히는 내용도 담겼다. 이제 국회가 기업에 원하는 정보를 모두 요청해 받을 수 있고, 여세를 몰아 국정감사에 기업인을 무조건 출석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국회증언법 개정안은 입법부가 기업의 횡포를 견제하고 적절한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그 수단이나 방법이 정당하다고 단언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나름의 의미를 상수로 전제해도 그 수단이나 방법을 반사회적 방식으로 풀어간다면 끔찍한 비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반부에 이르러 그 나름의 의미가 피를 머금은 광기가 된다면, 모두가 괴물이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개정안은 어떨까. 그 수단 중 하나인 '무조건적인 국회의 서류 제출 요구'부터 문제다. 기업의 기밀유출이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와 배터리 및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은 기술집약적 산업이며 지식재산권이 기업 경쟁력 그 자체다. 그런데 국회증언법 개정안이 가동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기업은 국회의 요청에 따라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비용이 들어간 기밀을 스스럼없이 전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기밀 유출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인은 국회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다'도 섬뜩하다. 물론 이해는 된다. 중요한 국감일정을 앞두고 해외출장을 핑계로 외유를 떠나는 몇몇 회장님들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몇몇 회장님이 괘씸하다고, 또 감히 너희들이 국회를 능멸하냐며 입법부 권력의 망치를 휘두르기에는 반대급부로 잃을 것들이 너무나 많다. 글로벌 경제의 총성없는 전장에서 자신과 직원들의 모든 것을 걸고 달리는 대다수의 CEO의 발목을 잡아 버리는 행태기 때문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전형적인 사례다.


자유기업원이 국회증언법 개정안을 두고 “이미 입법부의 '묻지마 자료 요구’로 행정기관은 물론 기업과 주요 산업계 협회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다”며 “국회증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핵심 기밀이 정치권을 매개로 외부로 유출돼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4단체 비상간담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증언법 개정안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심지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회증언법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보였다.


광기로 번지지 말아야


자본주의 세계에서 기업인들도 응당 견제를 받아야 한다. 다만 그 견제는 건전하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이어야 하며, 특히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모두가 한발 물러나 대승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유로움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증언법 개정안은 나름의 의미만 빼고 무엇하나 우려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이 결여된 것도 모자라 반자본주의적 발상 그 자체기 때문이다.


해마다 CEO에 대한 의미없는 국정감사 호출로 대한민국 경제 성장엔진을 꺼버리던 귀여운 빌런짓이 이제는 압도적 스케일로 발전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특히 국회증언법 개정안 가동의 행간에 묻어나는 '위험한 자신감'이 목에 걸린다. 모든 길은 국회로 통하고, 모든 경제인들은 갖은 리스크를 감내하고 국회의원의 발 앞에 납작 엎드리라는 무언의 호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답답한 일이다. 그 전에 국회 스스로가 '본업'을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기라성같은 기업 CEO들을 불러 호통을 치며 스타가 되려는 마음을 버리고, 현재의 합리적인 법과 체계에서 기업에 대한 건전한 견제를 성공시키려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기업재해로 고통받는 가운데서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뉴진스 하니를 불러 인증샷 찍는 것이 아니라, 한 소녀의 눈물까지 닦아줄 수 있는 입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것이 국회의 사명이라는 말이다.


수 많은 리스크를 자초하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을 배제하고 기존의 체계를 더욱 매끄럽게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래도 이해가 어렵다면 중국 역사를 수천년이나 퇴보시킨 문화대혁명을 반추해 보라. 광기에 선동된 홍위병들이 기업인이나 학자들을 공재재판에 세워 모욕을 준 후 때로는 살해했지만, 이들도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는 나름의 의미에 경도되어 저지른 일이 아닌가? 그렇게 사회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결과는 또 다른 지옥이었다. 그렇게 예원제(葉文潔)가 삼체인들을 불렀고, 그렇게 지구는 멸망당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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