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위기와 자유주의 경제철학의 가치

김은준 / 2024-11-20 / 조회: 97

대학 생활 4년 가운데 인상 깊게 남은 활동 중 하나는 ‘고양시 대학생 멘토단’이었다. 해당 사업은 고양시 관내 학생들에게 자신의 학과를 소개하는 교육 봉사로 고등학교 시절 멘토의 강의를 들었던 내가 다시금 누군가의 선배가 된다는 근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제학과 멘토로 지역 후배들의 진로진학을 지원하며 느낀 소회는 여전히 한국 청소년들에게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는 가깝고도 먼 개념이라는 점이었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해야 할 경제체제로 자유 시장경제 또는 시장경제를 뽑는 것은 누구도 주저하지 않았으나 ‘무엇이 자유 시장경제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찾기란 어려웠다. ‘자본주의란 차악의 선택으로 대기업 회장님과 같은 부유한 일부 자본가와 돈만을 중시하는 체제’ 같은 잘못된 통념 또한 왕왕 발견되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했듯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목표는 명백히 ‘국민과 국가 모두를 부유하게 하는 것’에 있으며 특정 계층만이 아닌 대다수 민중이 자본주의 체제 도입 이전 대비 윤택한 생활을 영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오늘의 주역, 청소년·청년에게 투자하여야 한다는 당위·규범적 목소리에도 공교육이 경제 지식과 원리에 대한 제대로 된 배움의 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로 인한 대중의 경제원리·철학에 대한 저조한 이해도는 ‘금융 문맹’이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지식의 위기를 야기한다. 


한편, 지식의 위기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토대를 뒤흔들게 된다. 일찍이 자유주의 철학의 종사 ‘하이에크’는 부지불식간에 인격존중·직업윤리 등 도덕 규칙과 시장·법·정치 등 제도 질서에 순응하는 인간의 본성을 ‘규칙을 따르는 동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규칙의 내적 구조를 형성하는 인지, 인성, 지식 등에는 깊은 철학적 사유가 요구된다. 산업계에서 소비재를 공급하는 자본재와 유사하게 풍요롭고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는 ‘지식소비재’로서 기능하는 셈인데 이는 자유시장경제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지속적이고 꾸준한 교육 없이 달성하기란 난망한 목표라 할 수 있다. ‘미시시피 버플’을 일으킨 18세기 ‘존 로’의 사례는 개인 의사결정에서 경제 지식과 철학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당시 프랑스의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영입된 존 로는 과감한 통화량 증대를 통해 경제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과다한 통화 발행은 프랑스 경제에 막대한 버블을 유발하였고 이후 루이 16세 시절에 이르러 프랑스는 재정 파탄에 이른다. 반면 유동성 공급 이후 주체 간 인플레이션 변화 차이를 체계화한 ‘캉티용 효과’를 발표했던 리샤르 캉티용은 존 로가 이끌던 경제 정책의 결함을 깨닫고 적기에 자신의 재산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다. 


역사적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경제적 지식과 자유주의 경제철학 습득은 고용·환율·주택 등 특정한 일회성 처방을 넘어 불특정 다수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제공한다. 이는 일생에 걸쳐 경제적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고 변화무쌍한 경제환경에 노출되어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대다수 국민의 일상을 지켜줄 기반으로 기능하게 된다. 해당 과정에서 자유주의 이념을 지향하는 교육 및 연구 체계 존재 여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포용적 체제를 효율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자유주의 이념이 실현된 경제체제 도입 및 의무교육제도 실행 이후 1인당 소득 100달러 미만인 최빈국에서 세계 10권의 경제 규모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87~88년 이후 이어진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하락세,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잠재성장률, 민간투자율 감소 등 한국 경제는 위기의 기로에 서 있다. 모쪼록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격언이 큰 용기가 되어줄 듯하다. 자유 사회를 지향하는 싱크 탱크를 중심으로 낮은 층위에서부터 자유시장에 대한 이론·철학을 교육하는 ‘즐거운 책임’을 다한다면 10년, 20년 이후 문화라는 이름의 새로운 바람이 한국 경제에 불어올 것이라 고대해본다. 이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회 구성원을 교육의 현장으로 불러오느냐보다 어떤 문화적 경험을 구성원들에게 선사하여 지역과 사회에 얼마나 남기냐는 '경제 교육'이라는 주제에 적합한 답안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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