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 규제의 역설

허정 / 2024-11-20 / 조회: 80

최근 '법정 최고금리’를 20%에서 15%로 낮추는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해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 법정최고금리는 2002년 연 66.0%였던 법정최고금리는 총 7차례 인하되어왔지만,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는 연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보호하려는 취지가 무색하게, 현재 금융권의 지적처럼 오히려 피해건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서민 보호를 위한 규제가 취약계층에게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니, 도대체 무엇이 문제되는 걸까? 이러한 모순적인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숨어져 있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최고가격제를 실시한 후 생산물시장에서 유사하게 발견된다. 인위적인 가격규제는 우하향하는 수요곡선과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균형점’에서 이탈하게 만들고, 공급량을 줄이고 수요량은 증가시켜 초과수요 현상을 발생시킨다. 결국 기존 시장 외에 불법적인 암시장이 형성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는 대부자금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생산물시장의 가격이 '재화가격’, 노동시장의 가격이 '임금’이라면, 대부자금시장에서의 가격은 '이자율’이다.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하면서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기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잔여 소비자들은 불법 암시장으로 흡수되게 된다.  대부자금시장에서는 금리 1000%까지도 올라가는 '불법 사금융’ 시장이 바로 그러한 예시이다. 결국 해당 '역설’은, 규제로 인해 오히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제주체들이 늘어나면서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대부자금시장에서의 규제는 다른 시장에 비해 해당 시장의 특수성, '신용도’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생산물시장 등은 소비자의 '유보가격(Reservation Cost)’이 시장 균형가격보다 높다면 당연히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대부자금시장, 특히 은행(1금융권)에서는 아무리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이 커도 신용도가 낮다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신용도를 기준으로 시장이 각각 1,2,3금융권으로 분리 형성되고, 그 중 3금융권은 저신용자를 주 고객으로 삼기에 가격을 높게 형성된다. 차입자가 원금을 갚지 못하거나 잠적을 해버려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기에 기대이익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 속에서 경기악화로 인해 저신용자 비율이 늘어나면, 대부업체는 대출 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금리를 높여 리스크를 보전하려 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저신용자 증가 시 규제가 증가하여 금리를 제한하게 되면서 이익 확보가 더 어렵게 된다. 즉, 대부자금 시장에서 금리 제한은 신용도와 결합해 더 큰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심화될 경우, 기업들의 시장 퇴출을 야기하여 시장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규제를 '평균비용(Averarge Cost)’에 맞춰서 실시할 경우, 기업은 그래도 사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평균비용보다 낮아질 경우, 기업은 적자를 보게 되고 어느 시점에서 생산을 포기하게 된다. 앞으로 가격규제가 심화됨에 따라, 향후 시장 자체가 위협당한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불법 암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다시말해 이러한 부작용은, 정책 형성과정에서 시장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는 접근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시사한다. 결국, 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하며 규제를 설계해야만 금융 소비자들이 보호받고, 건강한 금융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시장 경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이 자유롭게 형성될 때 균형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규제를 통해 직접 가격체계에 개입하기보다는,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시장 접근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시장의 틀을 지원하는 방향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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