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한 나라의 교육 현황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도 한다. 교육이 그만큼 국가의 장래에 중요한 요소라는 말일 것이다. 사실, '한강의 기적’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적 성과도 한국의 유별난 교육열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바가 아닌가. 그런데, 그러했던 한국의 교육에 적신호가 켜진 지는 한참이나 되었다. 그동안 하루가멀다하고 발표하고 시행했던 교육 정책 '실험’은 혼란과 부작용만 더욱 부추겼다.
현 정부도 출범 초부터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주요 개혁 과제의 하나로 삼았었다. 그런데, 교육개혁 선언만 있었을 뿐, 임기 전반기가 지난 지금까지 개혁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밝힌 바가 없다. 다행히도(?) 그제 정부는 임기 후반기에 교육개혁을 포함한 주요 개혁 과제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달라진 모습이란, 선언만 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제 행동에 나서라는 의미도 있고, 동시에 그 정책의 방향도 '개혁’이라는 말에 어울리도록 나와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두 가지 의미 중 사실상 후자(後者), 즉 정책의 방향이 전자(前者)인 행동보다 더 중요하다.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차라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공교육의 부실’이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아니라, 그저 '가라니까 가는 곳’ '쉬어 가는 곳’ '잠자는 곳’으로 전락했다.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학교가 아닌 사교육이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3년 초·중·고등학교 전체 사교육비는 약 27.1조 원이고, 사교육 참여율은 78.5퍼센트로 나와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사교육 기관을 통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형편상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계층의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누누이 지적되어 왔고, '공교육 살리기’가 시급한 문제라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공교육을 살린다면서, 정책의 방향은 언제나 '사교육 죽이기’로 향했다. 이런 식의 정책은 교육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례로, '전통 시장 살리기’를 한다면서 대형 슈퍼와 대형 쇼핑몰을 규제하고 나선다. 요컨대, 희생양을 하나 정하고, 모든 원인과 책임과 관심을 그쪽으로 돌려버리는 식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대형 슈퍼 규제로 전통시장이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듯이, 사교육 죽이기로 공교육이 살아날 리 없다.
공교육이 부실해지고 외면받는 반면에, 사교육이 번창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사교육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키운다. 반면, 공교육은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혁신에는 거세게 저항한다. 사교육과 공교육에서 이런 상반된 행태가 나오는 이유도 분명하다. 사교육에서는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과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혁신해야만 한다. 하지만, 공교육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 '손님들’은 정부가 알아서 끌어다 주고, 경쟁도 없고, 따라서 퇴출의 염려도 없다. 공교육의 부실과 교육소비자들의 외면은 그것의 당연한 결과이다.
학교 교육에 학교 간, 교사 간 경쟁을 도입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고, 교육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학교 교육에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사교육에서 그러한 것처럼, 학교가 그리고 교사가 교육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혁신하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경쟁은 시장의 본질적 특성이다. 교육개혁도 시장에 그 답이 있다.
권혁철 자유시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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