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사 충실의무 개정안, 기업 부담만 키운다

이형구 / 2024-08-07 / 조회: 790       마켓뉴스

이사 충실의무 범위를 주주 전체로 확대하려는 개정안, 기업 경영에 혼란 가중

현행법만으로도 주주 보호 가능, 기업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주주 전체로 확대하려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는 문구가 추가됐는데,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기업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하지만 규제 강화는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결과만 낳고 있다. 개정안처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규제는 기업 가치 훼손의 문제를 더욱 부각하고 있다. 이 변화는 기업 경영에 새로운 부담을 추가하고 있으며, 이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불필요한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주주로의 충실의무 확장은 이사의 경영을 위축시킨다. 이사는 기업을 위해 정당한 인수·합병, 상장 등 주주와 자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결정을 한다. 주주의 충실의무에 따르면 개별 주주의 이익 보호 차원으로 이러한 결정에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써도 악용될 여지가 다분하다. 신주발행, 전환사채 발행 등 주식 수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의 자본조달도 어려워진다. 



개정안은 기업 경영에 혼란을 가중할 뿐이다. 회사의 주주에는 지배주주, 기관투자자, 행동주의 펀드, 소액 주주 등 다양한 주주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들 간 이익이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모든 개별의 이익을 합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하더라도 고려할 사항이 많아 기업 의사 결정이 매우 늦어지게 될 것이다. 


기존 현행법만으로도 주주의 보호가 가능하며 기업의 투명성 또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현행법에는 이사 충실의무를 규율하는 다양한 법안과 규정이 존재하며,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회사 중요사항 공시, 내부거래 공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과 상법에는 일반 주주 권익침해 방지 및 주주가치 저해 방지 조항이 완비되어 있으며, 형법상에는 이사의 업무상 배임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현행법만으로도 충분히 주주를 보호할 수 있으며, 개정안 같은 추가적인 규제는 그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사 충실의무에 관한 개정안은 기업 운영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하고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기업에 규제를 계속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기업 가치 하락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고 기업 경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형구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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