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떤지를 물으면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선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소리가 나온다. 지금의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당장 월급은 오르지 않고 물가는 올랐다는 한숨 소리도 들린다.
이렇듯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인 만큼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경제 전문가를 찾아 우리나라 경제 현안과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 위치한 자유기업원에서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을 만났다. 웃는 얼굴과 친절한 태도 속에서도 시장경제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묻어났다.
최승노 원장은 고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경제연구원(KERI) 선임연구원과 미국 뷰캐넌하우스 초빙연구원을 거쳐 자유기업센터 기업연구실 실장을 지냈다. 이후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 실장과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을 역임한 후 자유기업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기업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주체… 대기업 더 키워야”
최승노 원장은 자신을 자유주의자이며 시장론자라고 말한다. 그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재산권을 지키고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성공하는 개인을 만들고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살고 있어요. 자유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거예요.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해야 경제가 활발해지고 국가의 발전도 이뤄져요.”
현재 우리 경제를 살펴보면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수 경제가 그대로인 만큼 국민의 생활도 어렵다. 최승노 원장은 단기적인 부양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경제가 왜 어려운지 따져 보면 코로나19 후유증 때문이에요. 코로나19 시기에 정부가 돈을 엄청나게 풀었고 지금은 인플레이션 압박 때문에 지출을 줄이고 있어요. 이건 현 정부를 탓할 수가 없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민간 경제가 힘을 못 쓰는 거죠. 인플레이션 압박이 해결될 때까지는 이런 고통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요.”
“다들 고통스럽다 보니 위기가 빨리 끝나기를 원하고 금리를 내려 달라고 요구하지만 지금 돈을 푼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당분간은 이렇게 버티면서 생산성을 높여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어요. 기적은 없습니다.”
최승노 원장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혁신이라는 건 효율성의 증가를 말합니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더 나은 방식을 찾아내면 그 결과로 여유 재화가 늘어나고 이게 소득의 상승으로 연결돼요. 이 과정은 기업의 노력으로 이뤄져야 해요.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항상 실패해 왔어요.”
최승노 원장은 우리나라 경제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중소기업 보호 위주의 정책을 꼽았다. 대기업들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기업이 너무 적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 비중도 영미권의 4분의 1 수준이고 일본의 절반 수준이에요. 사람들은 다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데 대기업이 크는 건 싫어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대기업이 크면 중소기업은 죽어난다고 하는데 그건 오해죠. 오히려 대기업에서 파생되는 중소기업 일자리도 같이 늘어나거든요.”
“이런 걸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이에요. 대만이 중소기업 위주 정책을 펼쳐서 쭉 우리나라에 뒤처졌다가 TSMC 같은 대기업을 의도적으로 지원하니까 한국 경제를 추월했잖아요.”
최승노 원장은 기업을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체가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우리 경제가 침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커서 대기업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순간 그동안의 보호나 지원 정책이 다 사라지고 규제가 왕창 늘어나요. 그럼 누가 대기업이 되고 싶어지겠어요. 그래서 좀 크면 여러 기업으로 쪼개고 해외로 보내요. 작은 회사를 여러 개 두면 정부 지원받기는 쉽지만 경쟁력은 약하죠.”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건 기업이 아니라 경쟁이에요. 기업은 경쟁의 한 단위일 뿐이에요. 그런데 기업을 복지의 대상으로 보고 불쌍하다 저거 망하는 것 같으니 살려야 한다 이런 소리만 하니까 기업들이 다 죽는 시늉만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경제에 활력이 안 생기는 거예요.”
“정부 개입은 오만… 선택권과 자유 보장해야 해요”
다음으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경제 현안들에 대해 최승노 원장의 의견을 들어 봤다. 먼저 22대 국회 출범부터 뜨거운 감자가 된 노동개혁에 대해 물었다.
윤석열정부는 3대 개혁 과제에 노동개혁을 포함시켰으며 그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윤 정부는 △산업 현장에서의 노사 법치 확립 △노동 수요에 따른 유연성 확대 △노동시장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최승노 원장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중 노동개혁이 가장 시급하고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예요. 아쉽게도 노동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요.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장하는 건데 국회는 오히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이는 행보를 보였어요. 새로운 국회가 노동개혁에 동참한다면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요.”
“최근에 발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만 봐도 노조의 특권을 강화해서 노동시장을 경직되게 하는 정책이잖아요. 이런 식의 노동 개악이 계속되면 경제 활력이 계속해서 떨어지게 돼요.”
최 원장은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렸지만 언제나처럼 노사의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하며 법정시한을 넘겼다.
“최저임금 협상은 언제나 시한을 넘겨 왔어요. 늘 적당한 선에서 올리거나 정치적인 결정을 내려 왔죠. 그런데 정치적으로만 결정하다 보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요. 과거에 과도하게 높여 놓은 최저임금으로 경제 하층 구조가 무너지고 있잖아요. 최저임금을 낮추거나 차등화하는 노력을 정책으로 확고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저임금처럼 법으로 잘못 규정돼 있는 부분은 시장 질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다시 바꿔야 해요. 정부는 규정을 만들거나 시행 세칙을 바꾸는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법으로 못 박아 놓은 건 어떻게 못 해요. 국회가 나서서 입법화해야 해요.”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PB 규제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최승노 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과도한 규제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규제로 만들어지는 관변 비즈니스만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의 핵심은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거예요. 그런데 정작 정책 당국의 규제를 보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들이 더 많아요. 개인의 선택권을 가로막고 정부가 선택하게 하는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니에요.”
“공정위의 규제가 과도해지니까 관변 비즈니스가 늘어나고 있어요. 정부 규제로 발생하는 소송이나 행정처분이 많아지다 보니 관련 사건을 다루는 로펌만 늘어나고 전직 공무원들이 여기 끼어서 비즈니스 기회를 얻어요. 그러는 동안 민간 경제는 점점 위축되는 거죠.”
최승노 원장은 정부가 개입해서 망가진 예로 최근 좌절된 제4 이동통신사를 들었다. 제4 이동통신이 생존하기 힘든 환경에서 정부가 사업체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렇게 해 봐라 저렇게 해 봐라 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에요. 지금이 어느 시댄데 정부가 사업체를 만들어요. 민간이 자발적으로 하겠다는 걸 내버려둬야지 정부가 이쪽에 투자하라고 하는 건 오만이에요.”
“지금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나 환경부에서 이런저런 사업을 하는데 상당수가 전시성 사업이 되고 말아요. 정부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뺏고 이걸 사라 저걸 사라 하는 데에 아까운 세금을 쏟고 있어요. 정부가 지시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기업에도 투자할 자유를 보장해 줘야 해요.”
마지막으로 최승노 원장에게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최승노 원장은 경제적 자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정치의 역할은 국민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제적 자유의 수준을 높여야 해요. 국민이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있고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지 정부가 계속해서 간섭하고 통제하는 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해요. 국민이 고소득의 일자리를 가지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가 수행해야 할 과제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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