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단통법 폐지

윤주진 / 2023-11-29 / 조회: 3,785

vol 04 단통법 폐지_22대 자유 입법 과제.pdf



'전국민 호갱법' 오명의 단통법 폐지하고 이동통신 시장 경쟁 촉진해야

▪ '보조금 차별’ 막겠다고 도입했으나 결과는 가격 상승, 경쟁 실종, 소비자 권익 추락

▪ 온라인, 지하경제에서는 여전히 보조금 경쟁…단통법이 시장 '음성화’ 조장

▪ 21대 국회 김영식 의원의 용감한 '단통법 폐지’ 법안 발의, 22대 국회에서 다시 시도해야



■ 들어가며

'단통법’이라 불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은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의 법안 발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돼 같은 해 10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과도한 규모의 지원금이, 불규칙적으로 제공돼 소비자 간 누리는 혜택상에 차별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단통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단통법은 늘 '폐지’ 논쟁에 휩싸여왔고,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폐지론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윤석열 정부에서도 단통법에 대해서는 폐지가 아닌 '개정’으로 방향를 잡았고, 지난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일부 단통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개정안마저도 국회에서 무기한 계류 중에 있다. 이른바 '전국민 호갱법'이라는 오명이 늘 따라붙는 단통법, 자유 시장 경제 질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과도한 가격 통제 제도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에 해당된다. 22대 국회가 왜 단통법을 폐지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 현행 제도의 문제점


단통법은 제1조를 통해 “이동통신단말장치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여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단통법은,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를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한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 즉 다수 고객의 권익을 오히려 저해함으로써 공공복리를 전체적으로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단통법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조항은 다음과 같다.


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 (제3조)

이 조항은, 이동통신사업자다 대리점, 판매점 측에서 고객을 상대로 1)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 2)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3)이용자의 거주 지역,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을 이유로, 차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통법 이전 학생 또는 노인을 상대로 별도 할인을 적용해주거나, 신규 통신사 고객 확보를 위해 번호이동 고객에 대해 더 파격적인 지원금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이벤트’를 실시할 수 없게 된다.


지원금의 과다 지급 제한 (제4조)

대리점이나 판매접은 이동통신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범위 내에서 추가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15% 상한선’이다. 법안 본문에서 이동통신 사업자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가입자 평균 예상 이익, 이동통신단말장치 판매 현황, 통신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정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구매 지원 상한액’을 초과하는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조항은 '3년 후 일몰’에 따라 자동폐지됐다. 일몰 전 최초로 적용된 상한액은 30만 원이였으며 2015년 33만 원으로 한 차례 상향됐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구입비용 구분 고지 (제7조)

'기계값’과 '통신요금’을 명확히 구분하여 표기해 혼동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초기에 단통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등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은 이른바 '분리공시제’이다. 분리공시제는 단말기와 통신요금에 각각 적용된 지원금을 별도로 공시하는 제도다. 그러나 결국 분리공시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단말기 제조업체 측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있었고, 정치권이 막판에 분리공시제는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긴급중지명령, 과징금, 벌칙 및 과태료 등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위반 행위에 대해 이동통신사업자(특수관계인 포함), 대리점, 판매점 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에게 그 행위의 일시 중지를 명하거나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매출액 3%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매출액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최대 10억 원)


긴급중지명령, 시정명령 등을 위반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부당하게 지원금을 차별 지급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3억 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각종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 기피하는 경우는 5천만 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 된다. 지원금 차별 지급 행위, 대리점‧판매점의 15% 초과 지원금 행위에 대해서는 1천만 원 이하 과태료 지급을 명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통법은 기본적으로 공급자에 의한 지원금 지급과 같은 가격 할인을 제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단통법은, 경쟁을 저해하여 소비자 권익을 감소시킨다는 '부당성’ 문제와, 현실 시장 메커니즘과 단통법이 심각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실효성’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1) 지원금 지급 제약의 부당성: 소비자 권익 저하

당초 단통법은, 소비자 간에 누리는 지원금 혜택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실질적으로 단통법 도입 후 이동통신 사업자와 제조업체, 대리점과 판매점의 가격 할인이 위축돼 전반적으로 이동통신 단말기 및 통신요금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계적인 지원금 평등은 달성했으나, '모두가 평등하게 비싼 가격을 주고 사야 하는’ 역설이 빚어진 셈이다.


지원금 혜택의 차별 자체가 정부가 통제해야 할 폐해라는 주장도 성립하기 어렵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시중 마트‧가게‧음식점 등에서 실시하는 '반짝 할인’도 누군가는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므로 차별이 발생한다. 같은 이동통신 수요자라 할지라도, 더 많은 정보를 취합하여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가 각각 무조건 동일한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주장도 성립하기 어렵다. 소위 '발품’을 많이 파는 소비자일수록 더 파격적인 지원금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시장 질서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누리는 효용은 전체적으로 감소하였고, 더 성실한 충성 소비자는 역차별을 당하는 구조가 단통법을 통해 고착화됐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고객 점유를 위한 출혈 경쟁 필요성이 사라진 기업은 단통법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17년, 단통법 도입 후 3년 간 이동통신사 3사의 영업이익은 증가한 반면, 마케팅비용은 줄었다.


2) 실효성 논란: 불법 보조금 횡행, 시장 음성화

단통법 도입 이후, 실제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의 '과열 경쟁’은 충분히 해소됐을까? 물론, 단통법 이전에 비해 소비자가 누리는 효용은 절대 감소했으나, 단통법 규제망을 피해 음성적으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판촉이 활성화되면서, SNS나 메신저 상에서 고객을 확보하여 사실상의 보조금에 해당되는 '페이백’을 해주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조금 지급 업체를 찾는 데 능숙한 젊은층은 알음알음 지원금 혜택을 누리는 반면, 뉴미디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노인세대는 꼼짝없이 '제값’을 주고 휴대전화를 장만해야 되는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또, 단통법 도입 취지인 시장의 투명화와 관련해, 단통법이 지원금 지급 행태를 더욱 지하경제화 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17년, 단통법의 단속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직원이 한 이동통신사로부터 신규 가입을 조건으로 현금지급, 페이백을 받아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법을 시행, 적용해야 하는 당국의 직원이자, 동시에 조금이라도 더 싸게 휴대전화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그는 결국 지원금 혜택을 선택한 것이다. 단통법의 역설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자 헤프닝이다.


■ 기존 입법 논의 및 대안


윤석열 정부는 단통법 개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21년 방통위는 대리점, 판매점에서 지급 가능한 추가지원금을 현행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한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을 개정하여, 이동통신사 공시지원금 변경일을 화요일과 금요일로 지정해 최소 공시기간을 현행 7일에서 3~4일로 주기를 단축시켰다.


하지만 방통위가 제출한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후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기약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21대 국회에서 단통법과 관련해 매우 획기적인 입법 시도가 있었다. 바로 국민의힘 소속 김영식 의원이 대표로 2020년 11월 2일, 27인의 국회의원과 함께 발의한 '단통법 폐지 법률안’이다.





김 의원은 “'단통법’으로 인해 이용자 차별이 방지되기보다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 축소되는 등 이용자 후생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폐지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단통법에서 도입한 소비자 후생 증진 및 정보 공시와 관련된 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반영하도록 하여, 입법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 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단통법과 유사한 해외 입법례는 사실상 찾을 수 없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는 단말기 판매 과정을 전적으로 시장 질서에 맡기고 있으며, 파격적인 할인 정책이 보편화돼있다. 유럽에서는 주로 가격 및 지원금 책정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그나마 단통법과 유사하게 지원금 상한선을 도입한 일본에서도 오히려 이동통신사 간 요금제 다양화를 통한 가입자 유치 경쟁이 더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신비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여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단통법의 과감한 폐지가 근본적인 방안으로 오래 거론돼왔다. 21대 국회에서 김영식 의원이 그 용감한 깃발을 들었다. 정부도 단통법 개정이라는 미봉책 대신, 폐지에 적극 나설 때가 왔다. 미디어 매체의 발달에 힘입어, 소비자의 정보 습득 채널은 매우 다양해졌다. 과거의 '복불복’ 지원금 폐해는 더 이상 소비자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2대 국회가 시작하는 2014년, 단통법 1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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