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혁명: 과거, 현재, 미래

김정호 / 2021-05-11 / 조회: 27,781


김정호_2021-16.pdf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_18DJ55G-40


우리가 사는 세상이 여러 갈래의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전지구적 유행, 미국-중국 사이의 신냉전, 하나 하나가 모두 거대한 변화이지만 에너지의 대전환이라는 변화 역시 그것 못지 않게 거대합니다. 전기차 광고가 TV 화면에 자주 등장하고 조리 도구도 가스 레인지에서 인덕션으로 바뀌어 갑니다. 그 전기의 원천은 석탄, 석유 등 화력 발전 비중이 줄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변화에 비하면 한국은 오히려 무풍지대라고 할 정도로 에너지 혁명은 시대의 대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서 지구 기온 상승을 막으려는 노력입니다. 저는 사실 기후 변화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인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기후 변화가 인간 때문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추세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큽니다. 심지어 현재 지구의 이산화탄소 수준이 오히려 너무 낮다는 견해조차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박석순 교수의 영상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1 저는 사실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와는 무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에너지와 관련된 정치, 그리고 정책의 변화입니다.


대다수의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인정했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작업에 나섰습니다. 기후 변화의 진짜 원인이 무엇이든 세상 사람들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국회의원으로 뽑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에너지 혁명의 추세는 확고해졌습니다. 이 흐름은 우리의 생활과 경제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6~7회에 걸쳐 에너지에 관한 경제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오늘 제1편은 에너지의 과거, 현재, 미래입니다.


먼저 우리가 거쳐온 길을 살펴보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탄소중립 에너지 혁명은 제3차 혁명입니다. 인류는 이미 2차에 걸친 에너지 혁명을 겪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인간이 소비해온 에너지의 비중 추이를 보여줍니다.2



수천 년 또는 수만 년 동안 인간이 사용하던 에너지는 인간 자신의 근육과 가축 그리고 바이오매스라고 불리는 것이었습니다. 바이오매스란 죽은 생물의 몸체 또는 그 배설물 같은 것을 말합니다. 장작은 대표적인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입니다. 그 장작은 죽은 나무의 몸체이죠. 또 유목민들은 마른 야크똥을 연료로 쓰는데요, 이런 것들이 바이오매스입니다.


그러던 인류에게 석탄은 첫번째의 에너지 혁명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사실 석탄은 늘 인간 주변에 널려 있었고 요리 등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무만큼 다루기가 쉽지 않았기에 그다지 중요한 에너지원이 아니었습니다.3 이런 인류에게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장본인들이 18세기 영국 사람들이었습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석탄의 열을 폭발적인 운동 에너지로 전환시켜줬습니다. 그 증기기관은 다시 석탄 채굴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쓰였습니다. 탄광을 파다 보면 지하수를 만나기 마련인데 증기기관이 생겨서 그 물을 쉽게 퍼올릴 수 있게 되었고 석탄 채굴량도 획기적으로 늘었습니다. 증기기관은 기차에도, 선박에도 쓰이게 되었고 연료는 모두 석탄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바로 산업혁명입니다. 그러니까 제1차 산업혁명은 제1차 에너지 혁명이면서 석탄 혁명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부터 석탄은 석유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됩니다. 석유 역시 석탄처럼 늘 인간 주변에 있어 왔지만 인류는 그것을 사용할 줄을 몰랐습니다. 용암이 흘러나오는 것이 재앙이듯이 석유 역시 그랬습니다. 인간이 석유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끈적한 원유를 정제해서 등유, 휘발유 등으로 정제할 줄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1850년대부터 미국에서 정제된 등유가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석유정제를 대규모화해서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가격은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석유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그 시기에 토마스 에디슨과 테슬라는 전기를 만들어 세상을 밝혔습니다. 포드와 벤츠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규모로 보급함으로써 석유의 위상을 더욱 높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2차 에너지 혁명, 석유와 전기의 혁명입니다.


1950년대에는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등장했습니다. 매우 획기적인 에너지원이긴 하지만 석탄이나 석유만큼 많이 쓰이진 않고 있습니다.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는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변화는 제3차 에너지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음 그래프에서 보듯이 신재생 에너지의 소비는 급격히 늘어서 2050년에는 석유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료이기는 하지만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등장 배경은 석탄 및 석유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석탄과 석유는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은 정부 주도로 시작되었습니다. 비용이 매우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각국 정부들이 많은 보조금을 지원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출발은 정부 보조금 덕을 본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생산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고정식 태양광 발전(PV, fixed Axis)의 단가는 2009년 MwH 당 362달러였는데 2020년에 50달러로 낮아졌습니다. 해상풍력발전(Offshore Wind)은 MwH당 190달러이던 것이 2020년에 44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전통적 에너지원인 석탄의 발전단가는 61달러, 천연가스는 70달러입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원가가 석탄이나 가스 같은 전통적 화석연료 발전의 원가보다 더 낮아졌습니다.4 그러다 보니 이제 정부의 보조금이 없더라도 신재생으로의 전환은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에너지의 비용은 지역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태양광의 원가가 매우 낮습니다. 미국은 50, 중국은 31입니다. 반면 한국은 93로 미국의 2배, 중국의 3배에 달합니다. 한국은 풍력 발전 비용도 높습니다.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비용이 높은 이유는 생산 규모가 작은 데다가 부지 비용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싼 땅값이 발전 비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태양열이든 풍력이든 모두 넓은 땅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용이 한국보다 더 높은 이유도 아마 땅값에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위 숫자들에는 바람과 일조량의 불규칙함을 보완하기 위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이 가려질 때를 대비해서 여분의 화력발전소를 두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까지 포함한다면 사막이 없는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비용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가장 큰 강점을 가진 분야는 원자력입니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 비용은 53으로서 다른 모든 에너지원보다 낮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그렇습니다. 한국의 원자력발전 단가는 53인데 중국은 66, 일본은 87, 미국은 71입니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자연환경을 생각해 봐도 한국은 원자력이 강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 정권은 그 원자력을 버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원자력 없이 탈탄소의 길을 가려면 풍력과 태양광일 수밖에 없습니다. 엄청난 전기요금을 각오해야 합니다. 또 날씨에 따라 전기의 질이 들쭉날쭉해서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매우 불안한 에너지 혁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 불편한 진실은 가고 불편한 사실이 왔다. 박석순 교수의 진짜 환경이야기(펜앤마이크TV 2021년 5월 1일), https://www.youtube.com/watch?v=UjdLJZMziFk

2 https://www.economist.com/schools-brief/2020/05/23/the-worlds-energy-system-must-be-transformed-completely

3 https://www.dyballassociates.co.uk/a-brief-history-of-energy-coal

4 https://www.wsj.com/articles/green-energy-is-finally-going-mainstream-11592993146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68 중국 공산당, 기업 장악을 위해 미국 돈도 버리다! 디디추싱 사태를 보는 시각
김정호 / 2021-07-20
김정호 2021-07-20
67 수소경제, 신의 한 수 또는 악수?
김정호 / 2021-07-13
김정호 2021-07-13
66 신안 해상풍력발전 투자 48조 원, 어떻게 볼 것인가?
김정호 / 2021-07-06
김정호 2021-07-06
65 중국 고립은 심화되는데, 위안화는 왜 강세인가?
김정호 / 2021-06-29
김정호 2021-06-29
64 글로벌 최저한세, 증세 경쟁의 시작인가?
김정호 / 2021-06-22
김정호 2021-06-22
63 엘살바도르는 왜 비트코인에 승부를 걸었나?
김정호 / 2021-06-15
김정호 2021-06-15
62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배터리 산업, 괜찮을까?
김정호 / 2021-06-08
김정호 2021-06-08
61 탈원전으로 위험 고조되는 한국 전기 사정
김정호 / 2021-05-25
김정호 2021-05-25
60 이미 시작된 인플레이션, 내 투자는 어쩌나?
김정호 / 2021-05-18
김정호 2021-05-18
에너지 혁명: 과거, 현재, 미래
김정호 / 2021-05-11
김정호 2021-05-11
58 이건희 상속세 한국은 12조, 영국은 4조, 스웨덴은 0원
김정호 / 2021-05-04
김정호 2021-05-04
57 전문경영의 민낯: 미국형은 비정, 일본형은 무능, 한국형은 부패
김정호 / 2021-04-27
김정호 2021-04-27
56 ESG 거품론, 왜 나오나?
김정호 / 2021-04-20
김정호 2021-04-20
55 오세훈의 재건축 정상화가 넘어야 할 산
김정호 / 2021-04-13
김정호 2021-04-13
54 LH 대책에 대해서
김정호 / 2021-04-06
김정호 202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