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사 1년 8개월간 압수수색만 50여 차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오는 26일 기소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게 됐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는 현안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현안위원회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명부에 기재된 250명의 위원 중 심의기일에 출석이 가능한 15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구성한다. 현안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분야 인사로 구성되는데 10인 이상의 위원이 사건을 심의할 수 있고, 현안위원회의 회의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비공개 의결된다.
2018년에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제도는 검찰수사적정성을 평가하는 기구로 기소·불기소 여부 뿐만 아니라, 수사계속여부, 구속영장청구여부 등의 적정성까지 평가하고 의결한다. 이번 수사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대해서는 현재 법조계의 예상이 분분한 가운데 여러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됐고, 증거가 충분히 수집된 상황에서 이미 경영권승계를 위해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한 부분이 대법원에 의해 확정된 이상, 경영권승계과정의 불법성과 관련된 이 사건 심의에도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하며 기소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 법조인의 의견은 그야말로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편,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 무죄 판단을 내렸고, 최지성 부회장과의 관계, 그의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적격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위원장으로서의 직무수행을 회피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양창수 위원장의 입장은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업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매우 현명한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지금까지 이 사건의 전개상황을 살펴보면, 검찰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전쟁은 이제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에 이부회장이 개입했다는 입장이고,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개입도 부정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이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있는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고, 지분이 없는 삼성물산 가치를 줄였으며, 제일모직 투자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은 제일모직 평가를 높이기 위하여 행해졌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주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연일 기사화됐고, 작년 12월 시행한 피의사실공표금지는 유명무실화됐다.
반면 삼성 측은 주가관리는 주식회사라면 어느 회사라도 하는 것으로서 자사주매입과 배당은 그 대표적인 것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자사주매입과 분기별 배당을 정례화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에 대한 수사는 2018년 11월부터 1년 8개월 동안 진행됐고, 압수수색 50여 차례, 110여 명에 대하여 430여 회 소환조사를 실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기업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유지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어디까지를 삼성의 정상적 경영활동으로 볼 것인가와 이재용 부회장은 본 사안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삼성 측의 입장은 불기소 권고가 나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이지만, 현행 제도 상 불기소 권고가 나오더라도 검찰이 반드시 이 권고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방향과 관계없이 이재용 부회장 등을 기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만일 기소를 하지 않게 되면, 그 동안의 수사는 명분과 정당성을 잃게 되어 검찰은 난처한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원래 검찰이 자체개혁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제도이다. 그 취지를 보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기소여부 등을 결정할 때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검찰 처분의 적정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물론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도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검찰을 위한 면피성 제도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제도가 운영된 지난 2년 5개월 동안 수사심의위원회가 심의한 사건은 8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다수인 7건의 신청 주체도 모두 검찰수사팀이었고, 나머지 1건은 피의사실 공표혐의로 수사를 받던 경찰이 신청한 것이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둘러싸고 재벌과 검찰이 행여나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는 것처럼 비추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제도가 제정될 당시의 주요 목적과 배경의 하나인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확립하기 위한 제도”로 충실히 운영되고, 안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완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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