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독점과 '나쁜’ 독점: 마스크 유통시장 독점화에 대해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독점’하면 나쁜 이미지를 떠올린다. 독점 기업은 경쟁을 방해하거나 배제하며,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공급 수량을 제한해서 독점적 초과이윤을 획득하는 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독점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독점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독점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의 경우는 시장에서의 경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점이 형성되는 경우이다. 여러 경쟁자들이 경쟁하는 속에서 품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는 공급자의 판매가 점점 증가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다른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독점 기업이 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독점은 '나쁜’ 독점인가? 이 기업은 경쟁을 방해하거나 배제하지도 않았으며,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지도 않았다. '소비자를 위한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점이 되었을 뿐이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소비자들이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 이 기업을 독점 기업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독점을 나쁜 독점이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그냥’ 독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런 경우는 독점이라 하기도 어렵다. 잠재적 경쟁자와의 경쟁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독점에 대해서 경쟁정책 당국이 '공정거래법’ 등 각종 규제를 통해 통제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정보와 소비자의 선호를 왜곡하는 잘못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경쟁정책 당국은 '나쁜’ 독점도 아닌 '그냥’ 독점의 규제에 온갖 신경을 다 쓰고 있는 한편, 다음에 보게 될 '나쁜’ 독점에 대해서는 완전히 눈을 감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첫 번째 경우와는 달리, 시장이 아닌 정부 권력에 의해 형성되는 두 번째 독점이 있다. 정부가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게 독점적으로 생산 및(또는) 유통 등을 할 수 있는 특권 혹은 특혜를 제공하고, 다른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막아 경쟁을 배제시키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두 번째 유형의 독점의 특징은 정부 권력에 의한 특권 및 특혜의 제공, 정부 권력에 의한 경쟁자의 시장진입과 경쟁의 제한 혹은 배제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선택권을 완전히 박탈당한 채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독점은 '나쁜’ 독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형성되지 않은, 정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독점이 진짜 독점이고 '나쁜’ 독점이다.
최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로 마스크에 대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정부는 마스크 사회주의, 다시 말해 마스크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이른바 '공적 마스크’의 유통을 지오영과 백제약품이라는 두 업체만 '독점적으로’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독점은 앞서 살펴보았던 두 가지 유형의 독점 중 두 번째 경우의 독점, 즉 정부 권력이 부여하는 특권 및 특혜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독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진짜 독점이고 '나쁜’ 독점이다.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정부는 '공공성과 접근성을 고려했다’거나 '과도한 유통 마진’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그렇지 않다. 위의 두 기업만 마스크 유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다른 유통업체들을 모두 배제시켜 버린 그 자체가 이미 특혜와 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이 특혜와 특권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판단기준은 어차피 임의적이고 자의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정치적 연루설 등 갖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 과정에서 있었던 이러저러한 설(說)들에 대해서는 이후 여러 절차들을 통해 밝혀지리라.
시장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환경과 조건을 만들고 그것이 지켜지도록 감독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과 임무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정부의 임무와 역할과는 정반대로, 정부가 나서서 특정 업체에게 특혜와 특권을 부여해서 '나쁜’ 독점을 만들고, 다른 경쟁자들과 경쟁할 필요조차 없이 만들어 버리는 황당한 일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정부 권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마스크 시장의 '나쁜’ 독점 체제를 당장 해체하고,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또한 마스크 대란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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