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왜 기생충이 틀렸다 했나?

김정호 / 2020-03-03 / 조회: 12,042


김정호_2020-01.pdf

동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KtjaeQ4o5Xk&t=375s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에는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더니 올해 1월에는 골든글러브 상도 수상했습니다. 아카데미상에도 6개 부문 최종후보로 올랐습니다. 케이 팝에 이어 케이무비의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단한 일이죠. 하지만 이거 마냥 축하할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문제죠. 기생충 같은 영화가 성공을 거둘수록 한국인들의 불만과 불행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생충이란 영화는 같은 집에서 동거하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블랙 코미디입니다. 부자집에 가난한 가족이 더부살이를 하는 거죠. 두 집안 사람들의 상호작용 갈등 같은 상황을 유머 코드에 실어 실감나고 흡인력 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내용을 유머러스 하게 담아냈다 해서 블랙 코미디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영화를 보고 크게 공감한 관객일수록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와 계급투쟁 상황을 격렬하게 느낄 거라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도 커지겠죠. 상을 준 심사위원들은 영화의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영화 그 자체만을 평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뛰어난 상을 받음으로 인해 기생충의 정치적 영향력은 커질 것입니다. 그것을 보는 관객들, 특히 한국 관객들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갈등도 커질 겁니다.


보통의 산업은 발전할수록 세상이 풍요로워지죠. 자동차 산업, 전자 산업 모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만 선동산업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불행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신이 뜻밖의 기사를 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기생충의 내용을 다룬 겁니다. 2020년 1월 12일자 기사에서 한국 사회의 소득불평등이 기생충에 그려진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1 블룸버그가 제시하는 근거는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그리고 최상위 1%의 소득비율 등을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지니계수만 볼까요? 한국의 지니계수는 0.32인데 이는 아시아에서 동티모르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니계수는 작을수록 소득분포가 평등함을 나타냅니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보다 한국의 지니계수가 더 낮습니다. 기사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링크를 걸어 뒀으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019년 12월 31일 홍콩에서 발행되는 Asia Times는 한국청년의 헬조선, 탈조선현상을 다뤘습니다.2 한국처럼 부유한 나라에서 청년의 75%가 자기 나라를 떠나고 싶어한다는 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라는 거죠.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특별히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인 문재인부터 시작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자기 나라를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부자의 착취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인식해왔습니다. 한국인의 가난은 마음의 가난입니다. 마음이 가난에 빠져 있다 보니 자연히 세상에 대한 불만과 원망, 질투에 빠져들 수밖에 없죠. 봉준호의 기생충 같은 영화는 그 감정의 표현 방식을 세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겁니다.


한국인들이 마음의 가난에 빠져 있음은 설문 조사 결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인이 각자 어떤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 이렇게 3부류로 나눴는데요. OECD는 중위소득의 50~150%에 속하는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정의합니다. 50% 밑이면 저소득층, 150%보다 높으면 고소득층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OECD 기준에 의해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는 자신을 어디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OECD 기준 고소득층에 속한 사람의 7.4%만이 스스로를 고소득층이라고 답했습니다. 82.1%는 중산층이라 했고 심지어 10.5%는 저소득층이라고 답했습니다. OECD 기준 중산층인 사람들은 65.3%만이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했고 32%는 저소득층이라 했습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70.3%인 대다수가 저소득층이라 했고 나머지인 29.1%는 중산층이라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중간 이상 소득을 가진 사람의 상당수가 객관적 위치와는 달리 스스로 가난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의 가난은 마음의 가난입니다. 이들이 인식하는 소득격차는 객관적 상황이 아니라 마음의 격차인 셈입니다.


중산층 인식의 시대적 변화 추세를 봐도 한국인에게 마음의 가난 현상이 심해지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1988년 경제기획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답했고, 1989년 갤럽 조사결과에서는 75%가 중산층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20년후인 2006년, 2013년 한국사회학회의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2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소득수준은 크게 올랐는데 정작 마음은 가난에 빠져든 겁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미국에서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소득수준이 같아도 흑인은 백인보다 더 가난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PEW Research Center가 2015년 3월 미국인인 백인과 흑인을 대상으로 주관적 계층의식을 조사한 결과입니다.3  여기서는 계층을 저소득층-노동자층-중산층-고소득층의 4개로 구분했습니다. 소득 미화 25,000~75,000 달러 소득자의 경우만 볼까요. 백인은 43%가 중산층, 54%가 노동자층으로 인식했습니다. 저소득층으로 인식한 경우는 1%에 불과합니다. 반면 같은 소득수준에 속하는 흑인은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보는 사람이 18%, 노동자층으로 보는 사람이 72%, 심지어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인식한 사람도 9%에 달했습니다. 흑인들이 백인에 비해서 마음이 가난함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입니다. 다른 소득 계층의 인식을 포함한 내용은 각주에 링크 걸어 놓은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4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왜 한국인은 마음이 가난해졌을까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좌파들의 거짓말과 선동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기존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또 자신들의 정권을 세우기 위해, 다수 대중을 선동해야 했고, 그 대중들을 착취당하는 프롤레타리아로 그려냈습니다. 다수의 한국인들은 기꺼이 그 선동에 속아주었지요. 그리하여 객관적으로는 중산층이거나 부자인 사람들조차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인식하기에 이른 겁니다. 재산과 소득이 얼마이든 다같이 '우리 같은 서민들’이라는 말이 통하게 된 겁니다.


경제적으로 성공을 했는데도 행복해지지 않는 나라. 성공해서 오히려 불만과 불행이 커진 나라. 그 불만과 불행이 좌파 정치세력의 집권을 가져왔고 그들이 이 나라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가난이 이 나라를 진짜 가난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1.23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블룸버그는 왜 기생충이 틀렸다 했나?> 의 텍스트입니다.



1 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20-01-12/what-parasite-misses-about-inequality-in-south-korea?sref=9fHdl3GV 

2 https://asiatimes.com/2019/12/75-of-young-want-to-escape-south-korean-hell/ 

3 https://www.brookings.edu/research/defining-the-middle-class-cash-credentials-or-culture/ 

4 https://www.brookings.edu/research/defining-the-middle-class-cash-credentials-or-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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