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정부 개입 vs. 시장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확산되면서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마스크의 가격은 치솟고, 그마저도 구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약국이나 마트 등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에는 거의 예외 없이 '품절’ 표시가 붙어 있다.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자 또 다시 정부가 등장해서 시장에 개입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2월 25일 이른바 '마스크 수급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국내 마스크 생산량의 90%를 내수용으로 공급하고, 생산량의 50%는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 등 공적 판매채널을 통해 낮은 가격(이른바 '반값 마스크’)에 판매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발표 이후인 27일과 28일에도 '마스크 대란’이 종식됐다거나 최소한 사태가 완화되었다는 기미는 전혀 없다.
이번 '마스크 대란’에 대처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은, 몇 시간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구매하지 못한 어느 한 시민의 표현처럼, 국민을 상대로 한 '희망 고문’이다. 정부는 해결하지도 못할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크게 선전했다. 그것이 '희망 고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보의 문제와 지적 오만’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시장의 메커니즘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대란에 대처하는 이번 정부의 대책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우선, '정보의 문제와 지적 오만’의 경우를 보자. 정부의 대책 중 하나는 '국내 생산량의 50%를 공적 판매처에 납품’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각 생산자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 정부가 완전히 무지하다는 것이다. 한 신문의 기사에 나온 어느 생산업체의 경우, 일일 생산량은 10만장인데, 오는 5월까지 매일 마스크 6만 장을 국내 기업 생산라인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 생산업체에 대해 생산량의 50%인 5만장을 공적 판매처에 납품하라고? 또 다른 생산업체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최근 원자재 수급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원자재를 무상 공급받고 완제품 절반을 무상으로 넘긴다’는 계약을 맺고 있다. 이 생산업체에 생산량의 50%를 공적 판매처에 납품하라고? 또 이 생산업체에 대해 생산량의 10%만 수출하라고? 몇몇 생산업체의 예를 들었지만, 이렇게 각 생산업체마다 처해 있는 사정과 상황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사정과 상황에 대해 정부는 알지도 못하며, 또 전부 알 수도 없다. 그러면서도 마치 아는 듯이 '생산량의 50%를 공적 판매처에 납품하면 마스크 대란이 종식’될 것처럼 전형적인 '치명적 지적 오만’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정부의 대책은 시장 메커니즘을 배제하고 있다. 국내 마스크 수급 상황을 보면, 14일 국내 마스크 생산량이 1,266만 장이었는데, 26일에는 984만 장으로 약 22%가 줄어들었다(식약처). 정부 개입 이후 마스크 생산량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더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다.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 공장에서 작업 중 필요한 각종 소모품 가격의 상승, 게다가 폭증하는 주문량을 채우기 위한 비상근무에 따른 야근수당 지급 등등으로 생산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시중 납품가격도 자연스럽게 거의 두 배로 올랐다. 소비자들은 이전에 비해 크게 오른 가격에 마스크를 구매해야만 하겠지만, 이렇게 껑충 뛰어 오른 가격이야말로 공급량을 늘리는 인센티브로 작용해 '마스크 대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열쇠다.
그런데, 정부가 '반값 마스크’를 제공하겠다고 나서자,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정부에 판매하면서 손해를 보느니 차라리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낫다’는 생산자들이 생겨났다. 문을 닫지는 않더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스크 생산을 감축하는 생산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 대란’에 대처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공급이 늘어도 부족한 판에 오히려 공급을 줄여버리는 어리석은 대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조만간 '마스크 대란’은 종식될 것이다. 시장은 균형을 향해 움직이고, 이에 따라 마스크 수급불균형의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스크 대란’의 종식은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 종식될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정부는 그것이 정부 개입에 의해 종식되었다고 선전할 것이고, 또 적지 않은 국민이 그렇게 믿을 것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것이지 떡국 한 그릇 먹어서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게 아니다.’ 정부가 개입해서 종식됐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앞서 보았듯,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역효과만을 낳으면서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그래서 국민들의 고통을 연장시킬 뿐이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겪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시장경제적 해법 vs. 정부 규제와 개입에 의한 해법’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권혁철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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