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에너지 전쟁에 대비해야만 한다

김경민 / 2007-06-18 / 조회: 83,192
에너지 전쟁의 전망

2006년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방문했을 때 IEA 관계자는 머지않아 석유가격이 배럴 당 100불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중심에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들은 모두 경제성장이 대단히 빠른 나라들이다. 블랙홀처럼 석유를 빨아들이는 소비국들에 대해 석유를 가진 나라들은 미소를 흘린다. 배짱을 내밀면 내밀수록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자원의 무기화와 자원민족주의화가 대두되고 있는 중이다.


자원민족주의는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국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데 그 정점에는 러시아가 있고 뒤를 이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있다.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가격의 상승으로 1999년 300 억 불이던 수입이 2005년에는 1200억 불로 무려 4배 급등하였다. 풍부한 오일 머니 덕택에 러시아는 GDP 신장률이 전년대비 7%에 이르러 유럽국가들 보다 높고 인플레이션율도 구소련 해체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 수에 머물러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고 있다. 반미 정서가 강한 차베스 정권의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을 통한 수입이 2005년도 380억 불로 6년 전에 비해 2.5배나 상승한 볼리비아, 에콰도르와 함께 자원민족주의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2004년 말 시점으로 러시아는 세계 제 7위의 석유확인매장량, 세계 제 1의 천연가스확인매장량, 세계 제 2위의 석탄 확인매장량을 보유한 자원대국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소연방이 해체되면서 추락한 국력회복에 자신감을 보이며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일극지배에 맞서고 있다.


미국은 적대국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체코슬로바키아에 2011년 운용개시를 목표로 미사일 방어체제의 레이더 시설건설을 추진 중에 있고, 폴란드에는 10기의 요격 미사일을 배치할 예정이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도 공군기지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구 동유럽 국가에의 미국 진출은 러시아의 목을 죄려는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소비량의 25%, 수입량의 40%를 자국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연합에 에너지 협박을 가해 미국이 동유럽에 군사적 교두보를 구축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역시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서유럽국가들은 러시아를 경유하지 않고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터키를 거쳐 서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해 왔으나 2007년 5월 11일 러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 양국의 합의로 우회 파이프라인 계획은 벽에 부딪혔다. 2006년 1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가스 가격협상과정에서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틀어막아 에너지 쇼크에 빠진 적이 있기 때문에 유럽국가들은 에너지 공포에 떨고 있다.


거기에다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러시아와 이란이 가스판 OPEC(석유슈출국기구)처럼 천연가스를 무기화 할 경우 세계경제는 엄청난 곤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유럽이 에너지를 둘러싼 신냉전의 출발지가 되는 것은 아닌가 유럽국민들은 근심이 크다. 러시아는 '양극체제가 무너진 뒤 일부에서는 일극에서 모든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마저 생겼으나 세계가 균형잡히고 다극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일극체제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 일극체제 굳히기의 미국과 에너지를 지렛대로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미, 러의 신냉전 기류와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원민족주의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될 국가들은 부존자원이 없는 자원빈국들이다. 2000년대 들어 대두되고 있는 자원민족주의는 수요급증에 따른 유가상승이라는 경제적 요인이 각 산유국에 있어 정치적, 역사적 요인과 결합하여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의 대 아프리카 외교


자원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과거에는 돈만 있으면 에너지 자원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선물 보따리를 따로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자원을 노리는 중국은 아프리카 각국에 철도, 병원, 주택, 발전소 등을 무상으로 건설해 주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중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시작한 1995년 이래 유전 권익을 획득한 것은 15개국 29건에 달한다. 2006년 11월 4, 5일 중국은 아프리카 수뇌를 북경에 초청하여 [중국, 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은 영원히 신뢰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파트너]라고 선언하고 향후 3년간에 걸쳐 30억불의 저리융자와 중채무국에 대한 부채면제를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5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폐막한 아프리카 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앞으로 3년간 200억 달러 규모의 원조와 차관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 약속은 아프리카에 대한 단일 지원 액수로는 사상최대규모이다. 200억 달러는 앙골라와 나이지리아의 철도 복원사업, 이디오피아의 수력발전용 댐 같은 대형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200억불은 미, 일과 유럽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전기,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조성한 70억불의 금액 보다 세 배나 많은 액수이다. 아프리카에 만연한 부패의 시정과 인권개선의 조건 없는 경제지원을 하는 중국에 대해 서방세계는 에너지자원만을 노린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묵살하는 중국의 에너지 외교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등 신흥 에너지 수출국의 자원민족주의가 성행하고 중동 의존도를 줄이면서 새로운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아프리카 밖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다. 중동은 이미 서방세계와 일본이 자리잡아 파고들 틈도 없는데 중국이 생존하기 위하여는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강변이다.

자원 확보를 위한 일본의 노력


자원이 없는 나라가 자원외교에 국은을 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례는 사할린 2 프로젝트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세계 최대의 액화천연가스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할린 2 프로젝트는 영국, 네델란드 로열더취 셀(Royal Dutch Shell)사가 55%, 일본의 미쓰이 물산이 25%, 미쯔비시 상사가 20%를 출자한 총사업비 200억 불의 대형사업으로 2008년부터 일본은 총 수요량의 18%를 조달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푸틴 정권은 2007년 1월 31일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과 군사, 원자력 등 전략산업에 대해 외국기업의 출자를 제한하는 법안을 기본승인하면서 경영의 주두권이 러시아의 가스프롬사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 법안 의해 석유는 7천만 톤 이상, 천연가스는 700억 입방미터, 금은 5만 톤, 구리는 50만 톤 이상 되는 광구에는 외국자본이 50% 이상의 권익을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생산물분여협정(PSA)에 의해 외국기업들이 러시아내에서의 채광, 채굴을 하게 되면 그 사업을 우선적으로 인정하고 세제면에서도 우대한다고 했는데 일방적으로 그 내용을 변경한 것이다.


이처럼 자원외교가 제대로 된 보증을 받을 수 있을지 장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본은 신규개발 프로젝트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생산 중인 광구에 분산투자를 하면서 투자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신일본석유와 미쓰비시상사는 미국 멕시코만에서 이미 생산 중인 [K2] 광구에 1조 4천억 원을 투입해 23%의 권익을 확보해 신규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중의 광구를 매수함으로써 에너지 자원의 해외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과 같은 힘 있는 나라와의 결속이 발생가능 한 불이익을 예방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본이 30%를 출자하고 있는 사할린 1 프로젝트의 주사업자는 세계 최대의 국제석유자본인 엑슨 모빌 회사이다. 일본의 경제산업성 간부는 [사할린 2]는 러시아에 경영권을 빼앗겼으나 [사할린 1]의 경우는 다르다고 말했다.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는 [사할린 1]은 러시아가 함부로 못할 것이라는 계산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국에 자원이 없으면 해외유전 등의 권익을 쥐어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본은 2030년까지 일본의 자주개발권익을 최고 40%까지 확대할 목표를 갖고 있다. 일본과 똑같이 자원이 부족한 프랑스는 수입원유에서 점하는 자주개발원유 비율이 2004년 통계로 98%에 이르고 이탈리아는 55%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자주개발비율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정부가 국영석유회사와 공사(公社)의 합병하는 중핵 회사를 육성하여 왔다는 것이다. 일본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에 주목하는 것은 일본식 국제석유 메이저를 만들어 자본과 정보력의 집중을 꾀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은 석유공단을 없앤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석유공단의 폐지는 일본의 에너지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기능을 쇠약시켰다고 평가한다. 그 내용은 1. 민간개발회사에의 자금지원 2. 해외권익에 관한 정보수집과 국내기업의 중개기능 3. 연구개발이 후퇴했다는 것이다. 석유공단 시대에는 세계 권익에 관한 정보가 연간 150건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석유공단은 세계각지에서 개발에 관여했던 실적이 있고 지명도가 높아 산유국으로부터 새로운 광구를 개방하는 정보가 모여들었다. 구미의 석유 메이저들은 세계의 정보망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정보의 창구기능은 자원 에너지 청의 직원 십수명이 담당하고 있다고 자문한다. 따라서 [석유천연가스, 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의 기능강화에 돌입했다. 해외에서 탐광사업을 하는 민간기업의 회사에 JOGMEC가 출자하는 비율의 상한선을 2007년도에는 50%에서 75%까지 늘린다. 석유공단 시정의 70%를 오히려 넘어서는 수준이다. 독립행정법인의 권한강화는 행정개혁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지만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도 에너지 확보를 위한 외교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원민족주의가 대두되고 있는 현재, 자원 빈국의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는 중국의 자원외교에서 보듯 신흥 자원 국가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모색하고 튼튼한 외교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않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다각도의 대책을 세워 에너지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원자력을 더욱 더 육성해야 할 것이다. 세계의 원전 시장은 3 개 그룹이 장악하고 있다. 히타치와 GE. 웨스팅하우스를 매수한 도시바, 그리고 미쓰비시와 프랑스의 아레바이다. 히타치와 GE의 역할분담은 일본의 합병회상의 경우에는 히타치가 80%, GE 가 20% 미만 출자하고 일본에서의 원전건설과 터빈 등의 기기제조를 담당한다. 미국의 합병회사는 히타치가 40%, GE가 60%를 출자하여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의 원전을 건설한다.


세계의 원전은 향후 20년간 약 100기 정도의 건설이 전망되고 있어 원전건설 시장이 활황세를 탈 조짐이다. 미국도 2010년까지 34기의 원자력발전소 신설계획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26기는 원자로의 형식이 알려졌는데 역시 개량형비등수형경수로(ABWR)과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한 최신형의 가압수형 경수로 [US-APWR] 등의 차세대원자로이다.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의하면 신규원전은 텍사스전력의 증설 플랜트 2 기에 사용되는 US-APWR 이외에 미 GE사의 ABWR과 고경제성단순화비등수형로(ESBWR)가 7기, 미 웨스팅하우스의 개량형가압수형 AP1000이 12기, 프랑스 아레바의 유럽형가압수형로(EPR)이 5기 이다. 안전성과 경제성이 고려된 원자로들이다. 2007년 3월 미쓰비시중공업은 텍사스전력으로부터 170만 킬로와트급의 대규모 원자로 2기를 6조원에 수주하는 것이 내정되었다. 2020년까지 100만 킬로와트급 30기를 건설해야 하는 중국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과 함께 미국의 원전신규건설은 원자력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기에 우라늄 가격이 1990년 7불이던 것이 2007년 현재 130불로 급등했다. 그러나 원자력은 상대적으로 자원공급이 안정되어 있어 자원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원자력이 차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일본도 2030년까지 원자력 비율을 30%에서 40%로 확대할 방침이다. 에너지는 이제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져야할 문제가 된 것이다.


김경민 /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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