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보고서

도서명 참여연대 보고서
저 자 유석춘, 왕혜숙
페이지수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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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NGO 시리즈 14


상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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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지난 12년간 참여연대의 임원직을 차지했던 531명 임원들이 형성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이다. 참여연대의 인적 네트워크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참여연대의 531명 임원들이 형성하고 있는 조직 내부의 연결망이다. 이는 혈연, 지연, 학연 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전통적 연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차집단을 통해서 맺고 있는 관계가 참여연대라는 단체의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분석 결과 참여연대를 움직이는 주요 임원들은 소위 우리 사회의 `파워 엘리트’라 불리는 소수의 내부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물론 어느 집단에나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이너서클’은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항상 열려 있다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고, 참여연대 스스로도 그러한 점에서 자신들의 민주적 정당성을 호소해 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연구의 결과 소수 엘리트 집단에 의한 독과점적 지배구조라는 측면에서 참여연대는 그들이 비판하는 삼성과 같은 기업집단 나아가서 비록 한 때나마 그들이 혹독하게 비판의 날을 세웠던 국가기구와 전혀 다를 바가 없음이 밝혀졌다. 


두 번째는 참여연대라는 시민운동 단체가 시민사회 영역을 넘어 국가 영역과 맺고 있는 관계이다. 특정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권력 진출은 이미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어 왔다. 이번 참여연대 연구를 통해서도 한국의 시민사회는 국가・정부로부터 독립된 영역에 존재하기 보다는, 필요에 따라 서로 포섭되고 동원하며 연계되어 있는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절대 다수의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직접적으로 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사실은 시민단체와 권력이 얼마나 심각하게 유착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사실상 동일한 인적 네트워크를 공유함으로써 국가와 시민사회의 분리 혹은 상호 감시가 사회과학 서적에만 등장하는 서구의 개념임을 폭로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시민사회와 권력의 유착이 서로에게 표면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해 주며 인기영합적인 정치를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시민운동의 정책적 목표가 국가에 의해 구현됨으로써 시민운동은 권력의 쟁취를 최종적인 목표로 삼게 된다. 국가 역시 정치영역을 뛰어 넘어 직접 시민사회를 상대로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매진하게 된다. 이러한 상승작용은 결국 국가와 시민사회의 유착을 통해 정상적인 정치과정을 무력화하고 정치가 대중의 말초적 감성에 호소하는 행태를 가속화시킨다. 


이 보고서는 참여연대가 「삼성보고서」를 통해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라고 비판하였던 연고주의로부터 그들 자신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엘리트 집단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 조직운영은 물론 연고와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정책적 목표를 구현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역으로 뒤집어 보면 연고라는 메커니즘은 어쩌면 삼성이라는 대기업집단이 성장할 수 있었던, 그리고 참여연대가 12년의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의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로 성장하는 기적을 가능케 한 동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아가서 이러한 동력은 단순한 경제 영역과 시민사회 영역을 넘어서 한국사회 전반의 운용 메커니즘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사실상 지난 반세기의 압축적 근대화와 정치적 민주화 과정 역시 그 기저에 인적 네트워크 혹은 연고가 중요한 자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와 같은 한국적 특수성을 단순히 근대화의 장애물이나 전근대적 유산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자원으로 재인식하고 나아가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디딤돌로 활용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