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마키아벨리의 희곡 『만드라골라』와 보조적으로 활용된 『대악마 벨파고르 이야기』를 중심으로, 마키아벨리 정치철학의 핵심 개념인 비르투가 문학이라는 장르 안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구체화되는지를 추적하였다. 그동안 마키아벨리에 대한 연구는 주로 『군주론』이나 『로마사 논고』와 같은 정치이론서에 집중되었고, 그의 문학작품은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장르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본 논문은 문학적 장치, 특히 희극 구조를 통해 정치철학이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고 실현되는지를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었다.
제2장에서는 비르투 개념의 이론적 토대를 점검하였다.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근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덕’ 개념은 윤리적·기독교적 기준과 결합하며 이상적 인간상과 연결되어 왔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이를 현실 정치에서의 유용성과 효과성 중심으로 전유하였다. 그는 전통적 윤리를 결과에 의해 평가하며,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능동적 실행력으로 비르투를 재정의하였다. 이 과정에서 포르투나, 즉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과의 관계는 결정적이다. 마키아벨리에게 비르투는 바로 이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맞서기 위한 인간의 주체적 역량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철학적 맥락을 통해, 비르투를 단순한 도덕적 자질이 아니라, 정치적 조건 속에서 요구되는 전략적 능력으로 이해하였다.
제3장에서는 『만드라골라』 속 주요 인물 다섯 명을 중심으로 비르투 개념의 구체적 발현 양상을 분석하였다. 칼리마코는 전체 서사의 기획자로서, 목적 달성을 위한 정교한 설계를 수행하는 존재이다. 그는 상대의 도덕심, 제도, 종교, 감정을 모두 분석하고 활용할 줄 아는 주체로 등장한다. 루크레치아는 외형적으로는 순결과 종교를 중시하는 이상적 여성상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점차 자기 인식을 바꾸고 현실의 흐름에 적응한다.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타락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의 능동적 결정이다. 티모테오 신부는 종교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지키고 제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보다는 이익을 따르며, 신의 권위를 인간의 이해관계로 대체하는 인물이다. 리구리오는 조율과 중재의 역할을 맡으며, 서사의 숨은 지휘자로 기능한다. 니치아는 모든 판단과 실행을 타인에게 위임하며 제도에 안주하는 무능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이 다섯 인물을 통해, 비르투는 단일한 도덕 개념이 아니라, 역할과 맥락에 따라 다양한 전략으로 구체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4장에서는 『대악마 벨파고 이야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마키아벨리의 도덕관과 인간 이해의 일관성을 보완적으로 조명하였다. 이 작품은 악마가 인간 세상에 결혼이라는 제도를 체험하기 위해 파견된다는 설정을 통해, 당시 사회의 위선과 남성 중심적 사고, 제도화된 억압을 풍자한다. 벨파고르는 인간 세계에서의 삶, 특히 아내와의 관계를 통해 현실적 제도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불일치하는지를 체험한다. 본 논문은 이 작품을 통해 마키아벨리의 냉소적 세계 인식이 단지 권력에 한정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virtú가 정치적 역량뿐 아니라, 사회적 제약에 대처하는 일상적 지혜와 생존의 기민함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제5장에서는 두 작품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마키아벨리의 일관된 현실주의적 세계 인식을 정리하였다. 『La Mandragola』는 정치·종교·성적 관계가 모두 욕망과 전략에 의해 구조화된다는 점에서, 사회 제도의 위선성과 인간 본성의 실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Belfagor』는 결혼 제도와 남녀 관계라는 사적 영역을 통해 그 동일한 인식을 반복한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규범과 제도의 허상을 해체하며, 그 아래 감추어진 욕망과 계산을 희극적으로 드러낸다. 본 논문은 이를 통해 마키아벨리의 도덕관이 절대윤리의 부정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 조건을 이해하려는 시도였음을 강조하였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할 때, virtú는 Machiavelli 철학의 중심 개념일 뿐 아니라, 현대사회에서의 주체적 인간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기능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절대적 도덕이나 안정된 질서가 아닌, 유동적인 조건과 충돌하는 가치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치적 결정, 직업 선택, 인간관계의 형성 등 모든 차원에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각자의 처지에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바로 이때, virtú는 단순한 윤리적 잣대가 아니라, 실천적 삶의 태도이자 불확실성 속에서 방향을 잡는 나침반으로 작동할 수 있다.
나는 이 논문을 통해 문학이 철학을 담는 매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문학은 허구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사유할 수 있도록 만든다. 『La Mandragola』는 웃음과 과장의 형식을 통해 정치와 도덕의 이면을 드러내고, 인간 행동의 동기를 되묻는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우리는 여전히 표면적인 정의, 윤리, 제도에 휘둘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실질적 변화는 그 표면 이면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Machiavelli는 바로 그 이면을 직시한 사상가이며, 『La Mandragola』는 그의 사유를 가장 극명하게 구현한 문학작품이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희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정치철학의 핵심 개념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virtú는 Machiavelli 사상의 축이며, 인간이 환경과 제약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의 상징이다. 문학은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확장하는 공간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마키아벨리 문학과 정치철학 사이의 관계를 보다 조직적으로 정리하고, gender, 계급, 담론의 층위를 넘나드는 분석을 통해 이론적 범용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늘날 대중정치, 감정정치, 미디어 환경 속에서 virtú 개념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그 철학의 현대적 계승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이 논문은 하나의 문학작품을 통해 하나의 철학을 다시 읽어내는 시도였다. 이 시도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유효한 통찰을 제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