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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 확대 추진에 "소급적용 등 과잉 설계 재검토해야"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8-25 , 그린포스트

정부와 국회가 손해배상 청구 전반으로 집단소송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민간 싱크탱크인 자유기업원이 "피해구제라는 명분 아래 기업이 예측하기 어려운 책임까지 지우는 과잉 규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입법 신중론을 제기했다.


자유기업원은 24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소액·다수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라는 법안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급적용과 옵트아웃(Opt-out, 불참의사 미제출 시 자동 포함) 방식 도입, 기존 행정·사전규제와의 중첩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소급적용은 법적 안정성 훼손 ··· 옵트아웃도 기업 존립 위협"


자유기업원이 가장 먼저 재고를 요구한 부분은 '소급적용'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집단소송법안 중에는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손해까지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자유기업원은 "기업은 행위 당시의 법과 제도를 기준으로 보험과 충당금을 설정한다"며 "사후에 만들어진 소송 절차를 과거 사건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법적 안정성과 경영 예측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별도로 제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판결 효력이 피해자 전체에 미치는 '옵트아웃' 방식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강한 장치"라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대규모 플랫폼 사고처럼 잠재적 피해자가 수십만~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건의 경우, 소액의 위자료도 막대한 배상 총액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다. 자유기업원은 "집단소송이 기업을 처벌하거나 존립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한국 시장에 그대로 대입하는 구조적 오류라고 꼬집었다. 미국은 기업 활동에 대한 사전규제가 약한 대신, 문제 발생 후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사후적·사법적 통제로 책임을 묻는 체계다. 반면 한국은 사전 규제가 강하다. 인허가·신고 등 진입 규제부터 행정 감독, 과징금·시정명령 등 행정제재가 막강하고 이미 여러 분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도 시행 중이다. 여기에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더하면 사전규제와 사후제재가 중첩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과도한 소송 위험이 중소·중견기업과 혁신기업에 더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법무 조직과 대응 자금이 부족한 기업은 최종 책임이 확정되기도 전에 막대한 소송 비용과 평판 실추를 감당해야 하며, 이는 결국 신기술 시도 회피와 투자·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유기업원은 ▲소급적용 배제 ▲소송 당사자의 참여 의사를 명확히 하는 옵트인(Opt-in) 방식 우선 검토 ▲기존 징벌적 손해배상 및 행정제재와의 중복 정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집단소송제 전면 확대 추진 배경 ··· 증권에서 전 분야로


집단소송제는 동일한 사건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일부 피해자가 대표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 효력이 별도의 옵트아웃(Opt-out, 불참 의사)을 밝히지 않은 피해자 전체에게 미치도록 하는 제도다. 소송 비용과 시간 부담 때문에 권리 포기에 노출되기 쉬운 소액·다수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돕고 기업의 위법행위를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한국은 지난 2005년부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통해 증권 분야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집단소송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대형 플랫폼 서비스 장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적 파장이 큰 피해 사건이 반복되면서 집단소송을 전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하반기 주요 업무계획으로 '소액·다수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제 확대'를 공식 추진 과제로 포함시켰다. 제22대 국회에서도 손해배상 청구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집단소송법 제정안' 발의 및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입증 부담 완화를 위한 소송 전 증거조사제도(증거개시제도) 도입과 함께,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변호사 강제주의 및 법원의 소송 허가 절차 신설 등이 핵심 쟁점으로 거론된다.


주요 국가들 가운데 미국은 연방 민사소송규칙에 기반한 대표적 '옵트 아웃' 국가다. 개인이 명시적 불참 의사를 내지 않으면 전체 집단에 판결 효력 미친다. 강력한 증거개시제도 및 징벌적 손해배상과 결합되어 구제력이 막강하다.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약한 대신 사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엄격한 책임을 묻는 구조다.


영국은 혼합형이다. 전통적으로 소송 참가 의사를 밝힌 사람만 구제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유지했지만 2015년 경쟁법 항소법원을 통한 '경쟁법 위반' 분야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옵트아웃 집단소송을 도입했다.


일본의 집단소송제는 일정 요건을 갖춘 소비자단체가 법원에 소를 제기해 승소하면,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개별 배상 절차에 참여하는 2단계 구조가 핵심이다. 1차 승소 후에도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절차에 참여해야 하므로, 참여 유인 설계가 중요한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