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이 아닌 정년제 폐지가 필요하다

최승노 / 2021-12-21 / 조회: 8,758       자유일보

정년을 또 다시 연장하자는 주장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016년 시행한 정년 60세의 부작용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시금 65세로의 법적 정년 강제는 성급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불과 5년 전에 정부가 정년을 60세로 강제하면서 우리 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다.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노조와 일부 정치권이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법으로 강제한 정년연장은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청년에게는 취업의 기회마저 빼앗았다. 물론 사업자들에게 부담을 늘렸으며, 노조와의 갈등 비용도 커졌다. 실업자에 대한 부조 비용이 커졌고, 늘어난 구직자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상당하다. 정부의 예산 부담 또한 막대하다.


경제적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정년연장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개인은 누구나 자유로운 거래를 할 수 있다. 일하는 기간을 정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해서 정부가 대신 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년 나이까지 고용 계약기간을 의무화하는 것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고용 기간을 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자유로운 계약에 의해 이루어져야 더 많은 일자리, 더 큰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그만큼 고용을 줄이고 근로자 전체의 수입을 줄이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노조는 정년연장이 노조원의 이익을 위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노조원과 사회 전체의 근로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주장이다. 정년연장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중 하나인 ‘기업 인건비 부담 가중 및 조기퇴직 증가’는 시행 이전 연평균 약 37만 명에서 이후 약 51만 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다음으로 ‘청년실업 악화’가 존재한다. 20대 실업자 수 추이를 보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뒤 이전보다 7만여 명 증가하였다.


정년연장을 하면서 정부와 노조는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다른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 정년 의무화에 따른 비용을 노사가 적정하게 분담하도록 하였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다. 특히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방식이 호봉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정년연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과의 격차를 임금피크제, 연봉제, 직무급제로 보완하였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노조는 이를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을 다시 65세로 늘리려는 것은 경제의 자율적 기능을 무력화하고 정치논리에 치우친 일이다. 생산성에서 벗어난 임금을 강요하는 것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를 괴롭히는 처사이다.


현실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정년연장과 같이 모든 근로자에게 획일화된 기준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정년을 넘긴 60세 이상의 고용 계약을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의 존속 여부에 대한 평가 및 결정은 업종별 고려와 더불어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에 따른 자율적인 노사 간 합의를 통한 유연한 근로계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선례로는 일본이 있다. 일본은 지난 4월부터 근로자가 원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벌칙 없는 노력 의무로서 강제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임직원이 66세가 되면 퇴직이나 5년간 정년연장, 다양한 형태의 재고용을 선택할 수 있고, 회사는 임직원의 재고용을 위해 노력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노동 유연성과 자율권 부여를 기반으로 한 정년제 폐지이다. 자유시장 체제에서 한계가 명확한 정치적 강제는 오히려 반발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제는 정년을 폐지하고 개별 기업과 근로자의 자율적인 능력과 자질에 맞춘 유연한 선택을 고민할 때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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