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해법, 학교교육정상화로 풀어야

신중섭 / 2011-12-05 / 조회: 4,331
1. 문제제기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정책 홍보지였던 『국정 알리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사교육비(과외) 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공교육을 보완해야 할 사교육이 입시위주 교육풍토에서 역으로 공교육을 구축(驅逐)하면서 공교육 부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출산 기피, 과외비 격차에 따른 사회계층의 확대·재생산 등 사교육비 문제가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었다. 이러한 주장에는 “(1) 사교육은 문제고, 해결할 수 있다. (2) 사교육은 공교육을 구축(驅逐)ㆍ부실화하며, ‘공교육의 정상화’는 사교육을 줄인다.”라는 전제가 들어 있다. 그리고 사교육 해결을 위한 노력은 사교육이 학생들의 건전한 성장발달을 저해하고, 학교교육을 비정상화하며, 가계부담을 가중시키고, 지하경제의 비대화로 교육재정 투자를 왜곡하며, 부의 대물림으로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해 국민일체감을 저해한다는 명분으로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하였다. 사교육비 지출의 악순환 구조를 다음과 같이 도식화하여 사교육 해결을 위한 국가 교육 정책의 역사적 당위성을 역설하는 명분 노릇을 하였던 것이다. 심지어 출산저하, 사회계층이동의 고착, 대학서열화, 학벌ㆍ학력위주와 같은 사회의 부정적인 요소의 원인을 사교육에서 찾았다.


이 글은 (1)과 (2)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사교육에 대한 발상 전환을 시도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정책과 구별되는 정책을 제안하려고 한다.


2. 성공하지 못한 사교육 억제 정책


“과외만 잡으면 대통령이 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교육 해결은 모든 정치인의 관심사였다. “사교육은 문제고, 해결할 수 있다.”는 명제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까닭에 모든 정부는 사교육 해결을 교육 정책의 제1 과제로 삼았다. 따라서 교육 해결을 위해 수없이 많은 정책이 시행되었지만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았다. 백약이 무효였고 모든 정책은 실패했다. 박정수는 사교육 관련 정책의 변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사교육(과외)을 박멸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정책을 시행한 것은 1980년 신군부였다. 신군부는 과외를 반국가적 행위로 단정하고 엄단하였다. 그러나 과외를 잡지는 못했다. 비밀 고액과외가 성행했을 뿐이다. 과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는 과외금지에 대하여 위헌 판결을 내렸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사교육비 경감종합대책 백서’에서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사교육의 근원적 해결책”이라고 단정하였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 우수교원 확보, 수준별 교육 강화, 입학 전형에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도입하여 내신 중심의 대입 선발을 유도해 대학입시에 예속된 고교교육 정상화로 가닥을 잡고 각종 제도 변화를 추구하였다. 대학입시를 비롯한 각종 입시가 사교육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여 입시 제도를 수시로 변경하면서 사교육 시장의 스타강사를 동원하여 EBS 수능강의를 실시하고, ‘방과 후 학교’를 지원하였지만 사교육은 줄지 않았다. 심지어 수능시험에 EBS 강의에서 나온 문제를 70% 이상 연계 출제하기도 하였지만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다. 모두 교육의 왜곡만 초래하였을 뿐이다.


3.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사교육의 원인은 아니다


정부는 “사교육은 공교육을 구축(驅逐)ㆍ부실화하며, ‘공교육의 정상화’는 사교육을 줄인다.”라는 전제 아래 사교육을 억압하면서 교육 예산을 끊임없이 증액하였다. 사교육과 공교육의 관계를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로 본 것이다. 학생들이 공교육이 부실해서 사교육에 몰입하기 때문에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이 감소할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교육 현실은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정부는 그동안 공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입하였다. 지금도 공교육에 대한 국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음 표가 보여주는 것과 같이 정부의 교육예산과 정부예산 대비 교육과학기술부의 예산이 끊임없이 증가하여 2010년에는 41조 원, 2012에는 52조 9천억 원을 편성하였다. 교육예산의 증가로 교육 환경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질과 교육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았고, 사교육비도 줄어들지 않았다.


< 정부예산 대비 교과부 예산 >
(단위 : 10억)

연도

정부예산(A)

교과부 예산(B)

B/A

1986

13,801

2,769

20.1

1987

15,560

3,124

20.1

1988

17,464

3,611

20.7

1989

19,228

4,059

21.1

1990

22,689

5,062

22.3

1991

28,973

6,598

22.8

1992

36,224

8,206

22.7

1993

41,936

9,831

23.4

1994

47,594

10,879

22.9

1995

54,845

12,496

22.8

1996

64,927

15,565

24.0

1997

76,639

18,288

23.9

1998

77,738

18,128

23.3

1999

88,302

17,456

19.8

2000

93,937

19,172

20.4

2001

102,529

20,034

19.5

2002

113,899

22,278

19.6

2003

120,478

24,404

20.3

2004

126,992

26,400

20.8

2005

134,370

27,982

20.8

2006

144,808

29,127

20.1

2007

156,518

31,045

19.8

2008

183,516

35,897

19.6

2009

214,563

38,696

18.0

2010

211,993

41,628

19.6


그 동안 사교육비, 해외 조기 유학생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교실붕괴’는 학교의 일상사가 되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수업 중에 잠잘 권리가 있다고 대답한 중등학교 학생이 65.3%나 된다. 교사 가운데 31.4%가 여기에 동의하였다. 학교는 잠자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체벌금지 이후 교사에게 반항하고, 욕하고,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도 증가하고 있다. 공교육을 위한 교육예산이 끊임없이 증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나 2009년에는 21조 6천억 원을 넘어섰다.


(연도별 사교육비 총 규모, 2001-2006년은 KEDI, 2007-2009년은 통계청 조사)


최근에 교과부는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2010년 전체 사교육비 규모가 20조 8000억 원으로 2009년도에 비해 3.5% 감소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정부가 시행해온 사교육 억제 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가정의 살림이 어려워져 사교육비 지출을 줄였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공교육의 질이 향상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은 근거가 약하다. 사교육이 입시에서 약간의 비교우위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은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과 공교육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믿음은 공교육을 사교육의 종속변수로 만들기 때문에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 자아낼 뿐이다. 사교육과 공교육이 대체재라는 믿음은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공교육이 그만큼 부실하다는 판단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한다. 이제 이 믿음을 버릴 때가 되었다.


4. 학교에는 자율을 학생에겐 선택을


사교육 문제는 잘못된 교육철학과 이에 기초한 국가의 정책에서 파생된 것이다. 정부수립이후 교육정책은 끊임없이 변했지만, 정부가 교육을 통제ㆍ관리해야 한다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정부 관리를 통해서만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잘못된 철학 때문이다. 국가 발전에 중요한 교육을 민간의 자유 경쟁에 맡기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공교육의 논리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평준화된 공교육이 개인의 특성과 창의력을 살리지 못하고 하향평준화를 초래하여 산업사회 이후의 새로운 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공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국가의 공교육 위축은 곧 사교육의 번창을 의미하며, 사교육의 번창은 공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교육의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공교육을 키우고 사교육을 억압하는 것이 국가의 할일이라는 믿음이 널리 확산되었다. 이런 철학에 기초하여 모든 교육 정책의 1차적 목표는 사교육의 축소가 되었다. 집권 당시 교육의 자율화와 다양화를 주장하였던 이명박 정부도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았을 정도이다. 모든 입시 정책과 학교 정책의 1차적 목표가 ‘사교육 줄이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정책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사교육은 교육 외적 요소,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 정책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제 정부가 주도하여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할 때가 되었다. 사교육이 문제이긴 하지만 정부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교육 정책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오히려 다른 교육 문제만을 야기할 뿐이다.


이제 정부가 교육에서 손을 떼고, 교육의 주체인 학교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교육을 자생적 질서에 맡겨야 한다. 나아가 학부모도 학생 교육의 객체에서 주체로 입장을 바꾸어야 한다. 학비만 부담하는 것으로 학부모의 의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재능이 무엇이고,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그것이 학생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학교와도 긴밀한 유대 관계를 갖고, 교사와 함께 자녀 교육에 대해 고민과 관심을 공유해야 한다.


정부 주도와 간섭으로는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 욕구와 세계화된 인재를 키울 수 없다. 정부는 학교에게 자율권을,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고, 소외된 학생들의 지원에 집중하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기업에게 교육 기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머물러야 한다.


이제 우리는 발상을 전환하여 사교육을 공교육의 보완재로 보아야 하며,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교육에서도 국가의 배급제를 배제하고 교육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이 교육 제도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교육은 진정한 수요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막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이제 사교육이 학부모의 필요에 부응하여 발생한, 도덕적으로도 정당성을 지닌 교육의 한 형태임을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사립 중ㆍ고등학교를 완전히 자율화하고 이들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점차적으로는 국ㆍ공립 중ㆍ고등학교에 대해서도 정부가 재정 지원은 하되 그 운영은 민영화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 학교들에 대한 재정 지원도 중단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교의 선택권을 주고, 재정 부담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참고문헌>


교육과학기술부, “2009년 사교육비 조사결과 분석”, 2010년 2월 23일, 교육과학기술부 사교육대책팀.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 지음, 『대한민국 교육 40년: 공교육의 정상화ㆍ대학발전ㆍ평생학습사회를 향한 전진』, 한스미디어, 2007.


복거일, 『2002 자유주의 정당의 정책』, 자유기업원, 2002.

신중섭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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