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보호정책에서 경쟁력 강화정책으로 전환해야

김은경 / 2012-01-12 / 조회: 3,684
1. 문제제기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농업을 ‘경제성장을 위한 희생양’으로 간주하고 농업보호를 주요한 정책기조로 하고 있다. 정부는 경자유전 원칙과 식량안보논리 등을 내세워 농업진흥지역지정 등을 비롯한 다양한 농지규제, 농업에 대한 재정지원과 세제혜택, 쌀시장 보호 등을 시행해 왔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농업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GDP 대비 농업 비중은 1970년 23.2%에서 2010년 2.0%로 하락하였고, 전체 취업자에서 농업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970년 49.5%였던 반면 2010년 6.1%에 불과하다. 농업에 대한 다양한 정부지원에도 불구하고 도농간 소득격차는 확대되어 도시근로자소득 대비 농가소득은 1990년 97.4%에서 2010년 66.8%로 하락하였다. 또한 농가부채는 1995년 9,163천원에서 2010년 27,210천원으로 증가되었고 농가자산대비 부채비율은 1995년 5.8%에서 2010년 7.3%로 상승되었다. 결국 농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단기적이고 시혜적으로 추진되면서 농업경쟁력의 제고와 농가소득의 증진 등에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UR협상 이후 10여년에 걸쳐 57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투융자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식량지급률은 하락하고 농가의 실질농업소득은 1990년대 말 이후 현재까지 정체 내지 감소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나 취업구조에서 농업의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되는 상황에서 농지의 양적 보존에만 급급한 농지규제는 농업생산성을 저하시키고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2. 농정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정부지원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취약해지는 농업의 경쟁력은 농업의 위상과 역할, 농정의 목표 및 전략, 정책체계, 정책대상 등에 대한 재검토를 통한 농정패러다임의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WTO, DDA, FTA의 추진 등 농산물시장의 개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대내외적 여건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곡자급을 위한 농업정책, 농지보전과 경자유전 원칙 등의 농업보호정책은 변화되어야 한다. 세계화와 시장개방 추세 하에서 보호위주의 정책은 더 이상 실효성을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농업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은 불가피하다. FTA시대에 대비하여 국내 농업관련 경제주체들이 자생적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지 않고 단지 이익을 보는 집단에서 손해를 보는 농업부문으로 소득을 이전해야 한다거나 농업보조금을 늘려야 한다는 식의 편법으로는 FTA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따라서 농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농업의 보호․육성정책이 아니라 농민들의 이익을 실현시켜 주면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우리나라의 농정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농업정책의 핵심 목적은 농업경쟁력 확보와 농민의 생활수준 향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민들을 국가시책에 따라 희생을 감수하면서 농업을 지킨 대가로 소득보전을 해 주어야할 지원 대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농민들은 소득보전 지원대상이 아니라 시장경제에서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경제적 동기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경제주체이다. 정부는 농민들의 자유로운 경제적 선택을 보장하고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농정의 포괄범위도 농업생산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농업의 전후방 관련 산업 및 생명산업 전반까지 확대해야 하다. 또한 정부는 시장개입보다 시장혁신을 유도하는 제도 구축에도 노력해야 한다. 


3. 정책과제


1) 산업정책으로서의 농업정책 정립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효율성 증진을 위해서는 생산요소, 경영주체, 생산품목 등을 재조정해야 하며 정부정책은 농업구조조정 촉진을 목적으로 전면적으로 개편되어야 다. 기업들이 농업에 적극으로 투자하게 유도함으로써 전통농업에 생명공학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여 농업생산성 향상을 통한 농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와 농업의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양적 투자 증가를 통한 농업보호가 아니라 질적 구조조정과 합리화에 근거하여 농업 생산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농업에 법인경영을 적극 도입하고 주식회사의 농지 소유도 전면적으로 허용하여 농업구조개선을 촉진하며 산업으로서 농업을 발전시키고 농업인들의 경영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 농업경영규모의 확대를 위해 기업들이 농업에 진입하여 효율적인 대규모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기능성식품, 의약·화장품용 소재 발굴, 바이오산업 등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종자, 농자재, 비료, 농약, 농가공식품 등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여 농업 수출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2) 쌀 산업 구조조정


산업의 비교우위는 정책에 따라 확보되고 기술진보와 인적자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부존자원에 기초한 농업생산의 특화에 집착하기보다는 정부의 농업구조나 기술정책을 통하여 전략적인 농업생산의 특화를 유도해야 한다. 토지자원이 풍부하지 않고 농업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는 농업생산과 기술의 전문화를 통하여 곡물생산보다는 축산, 원예농업, 식품가공부문에 집중함으로써 경쟁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쌀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쌀 산업은 정부의 과도한 쌀 보호정책으로 인해 생산농가들이 영세화되고 구조조정이 지체되어 왔다. 따라서 소득보전의 명목으로 공급초과 상태인 쌀 생산을 지원하여 쌀 생산을 지속시키는 정책보다 시장원리에 따라 농가들의 퇴출을 유도하여 쌀 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생산과 연계된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며 고령화 농민에 대한 복지정책을 통해 고령화 농가들이 쌀 산업에서 퇴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쌀 대신 대체작물재배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따라서 쌀의 경우 자급률이 90%가 넘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쌀 값 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식량안보를 위해 쌀 관세화를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자급률을 높이려면 환경부하를 무릅쓰고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곡물수입증가의 원인인 축산업을 축소하고 축산물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시대착오적인 식량안보논리를 폐기하고 환경부하를 가중시킬 수 있는 자급률 제고에 집착하기보다 개방화시대에 맞는 종합적인 식량안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시장원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공공비축제의 확대보다는 쌀의 생산능력은 유지하되 생산량은 소비 수준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 생산성이 낮은 한계농지를 중심으로 휴경을 하고 콩, 밀, 옥수수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3) 농지규제 합리화


농지제도의 기본 방향은 현실적으로 보편화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 임대차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농지전용과 관련되어서는 유연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적정한 규모의 농지를 보전하면서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식량자급률을 추정하고 농업생산성을 고려하여 농업진흥지역의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의 대상은 쌀로 한정하고, 농업개방 등 농업환경의 변화로 인해 경지면적이 줄어들고 유휴농지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집단화된 우량농지만을 선별․정비하여 농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 농업진흥지역 지정은 이용규제로 인한 가격하락을 상쇄할 만큼의 높은 생산성을 가진 경지정리가 된 농지로 한정하고 농업진흥지역내 농업진흥구역의 비중을 낮추고 농업보호구역의 비중을 높여 규제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농지규제의 완화는 농민 콘소시움 등 농업 전문 경영인그룹이나 대기업들이 농업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면서 첨단농업활성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 준다.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정착과 대자본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기업농의 육성은 재촌 탈농민들의 안정적인 일자리확보를 가능하게 해 주며 농민들의 소득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한편 농지보전이라는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적인 재산손실을 입는 농민들에게는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용규제에 따른 사회적 보상이 필요하다. 농업진흥지역 농민들의 자산 손실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여 재산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농민들이 농업에서 자유로이 퇴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4) R&D 증대와 농업기술혁신체계 정립


산업으로서의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해 농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농림부문의 R&D 투자 정체는 농산물시장의 개방이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향후 10~20년 기간 중 기술혁신에 의한 농업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농업보호정책을 위한 투융자정책을 중지하고 생명공학기술(BT), 친환경농업기술(ET), 정보기술(IT), 바이오자원에너지기술(BMT) 등 원천기술과 직결된 기초연구에 대한 R&D투자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농업 R&D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을 강화하여 민간 경제주체들의 농업 R&D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특히 국가중심의 기술개발기능을 지방과 민간부문으로 대폭 이양하고 각 도와 시․군 및 민간기업이 기술개발을 중추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혁신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은 생산현장의 경제적 조건이 사전에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연구자와 생산농가가 공동으로 개발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각 도에 소속된 도농업기술원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중앙기관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지역에서 필요한 응용기술이나 상업화 기술개발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기능과 역할의 재편이 필요하다. 또한 농업기술개발과 보급체계가 다양화되면서 네트워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애그리비즈니스가 출현하여 독자적으로 농업기술개발에 참여할 전망이므로 기업이 새로운 농업기술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자금 지원, 시험연구용 농경지 제공, 농업기술개발 클러스터의 조성 등 인프라 구축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4. 실천과제


먼저 식량지급률은 시장개방에 따라 더욱 하락할 전망이므로 식량자급률을 무조건적으로 상승시키려 하기 보다는 하락을 저지하거나 하락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은 모든 곡물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며 각 품목별로 정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자급보다는 수입이 더 타당한 작물들이 있기 때문이므로 식량자급률 추정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곡물은 쌀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농지를 특성에 따라 적합하게 이용하고 지력을 유지․증진시키면서 농업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초 식량의 국내생산 기반 확충, 효율적 해외조달체계 구축, 효과적 비축제도 운영 등 중장기 식량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논 농업의 다양화를 유도하고 겨울철 유휴농지의 식량·사료작물 재배 확대 등 농지이용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국제곡물민간기업을 육성하여 시장원리에 입각한 곡물수입체계를 구축하고 국제농업협력과 연계된 전략적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해외조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을 위해 직불제의 통합 및 합리화를 도모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고품질 농식품을 제공하여 우리나라 농업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축수산물 안전성 확보차원에서 생산이력추적제, HACCP, 원산지 표시제, 품질인증제 등의 완전한 정착을 통한 농식품 공급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특히 농촌을 농사짓는 곳이 아닌 친환경적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국민적 휴양공간으로 만들고 관광자원화해야 한다.


김은경 / 경기개발연구원 정책센터장


<참고문헌>


김은경(2008), 『농지규제의 문제점과 개혁방안』, CFE Report No.70.
김은경(2010), 『쌀 수입 조기관세화의 필요성과 향후 정책방향』, CFE Report No. 129.
서종혁·김은경(2007), 『농업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정책방향』, CEO Report No.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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