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이념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은 교육과 세금부분이다. 정부는 강남사람을 부당한 방법으로 기득권을 가진 부자 계급으로 정의하고 이들을 적대시한다. 이들을 무너트리기 위한 전술이 바로 종부세와 3불 정책이다. 강남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세습하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현재의 비대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이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계급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평준화되어야 하는 것이 첫째이고, 이들의 부당한 부 축적을 종부세를 통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그것의 정당성이나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국민의 대다수인 비강남권 사람들에 의해 찬동 내지는 동의를 얻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 자본주의 경제 발전을 위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판단하기 이전에 대다수 국민들은 소수의 강남사람들이 겪는 문제들을 남의 일로 치부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는 명언(?)이 나온 것도 이러한 사회적 경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민들 간에 적대감을 조성하는 풍토는 문화부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예총 소속의 120만 명 예술인들은 모두 지난 독재정권, 군사정권에 기생하여 부와 명예를 누렸던 비판받아 마땅한 존재들로 분류되었다. 당연히 새로운 정책과 지원제도 등에 대해 언급할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위기감을 느낀 예총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고, 일부 발 빠른 예술인들이 적극적인 지지깃발을 들고 전향하여 생존권을 확보하게 되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에 공로를 세운 민예총 관련 인사들은 문화예술관련 기관을 점령하여 문화계의 새로운 권력을 형성하였다. 그렇게 기관장을 맡은 면면을 보면 도대체 지난 세월 무엇을 해왔던 인물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평론가라는 직함으로 여기저기 기고한 실적을 조금 가지고 있거나, 시인이나 예술가라고 언급되지만 이렇다 할 예술적 실적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조직에서 기관을 위해 일해 본 경험도 없고 정책적 실무를 쌓아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대단한 일을 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문화계의 실권을 잡았고 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벌였던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들만이 우스갯소리가 되어 여기저기 무성하게 떠다닐 뿐이다. 이러한 인사정책으로 인해 실제로 문화관련 시설들의 운영이 일부 파행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기획예산처 등 정부기구의 운영 평가 결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나마도 개선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예술가를 양극화시킨 이후 추진 된 것은 예술가와 행정가를 이분화하는 것이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존의 행정가들이 아닌 예술가들의 손에 의해 직접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로의 전환
처음 시도한 작업은 문예진흥원을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초기 약간의 저항이 있었으나 큰 어려움 없이 추진되었다. ‘문화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문화예술을 좌지우지 했던 행정가들’을 몰아내고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 문화예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사업을 집행한다는 데 반대하는 예술인들이 있을 리가 없다. 예술가들이 듣기에 참으로 그럴싸한 말이다. 기존의 행정가들은 아무런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스스로 예술가들을 앞세우는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 지원 사업에서 야기되었던 문제들이 행정가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것인가 묻고 싶다. 지원금을 독식하였거나 끼리끼리 나누었다고 비판 받는 사건들은 지원 심의를 맡았던 예술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소수 예술가들에 대한 화살을 행정가들에게 돌려 예술인들의 저항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예진흥원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지원제도의 합리성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었고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1973년 설립되어 사업을 펼치는 동안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결과를 야기한 것도 사실이지만, 90년대 이후 외부 비판을 수렴하고 종합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지원제도의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비교적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던 시점에서 진흥원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지원제도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당시 시행된 지원제도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위원회 전환 이후 지원 방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 4단계에 걸친 다단계 심의방식
- 심의평가표에 의한 채점제
- 결과의 공개
- 심의위원 뱅크 운영
- 심사평가결과의 환류
- 평가체계 개발 및 전문평가단 구성. 국민 모니터링
- 집중형 지원의 확대와 보급 확산형 지원의 전략적 추진
기존의 행정가를 적대시한 결과 쉽게 예술가들의 동의를 얻어내어 문화예술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그들의 지원 사업이 서서히 변화되었음은 분명하다. 첫째, 예총과 민예총 본부에 대한 사업 지원 현황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단지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무능한 예총 탓으로만 봐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예총/민예총 본부 지원금> | ||
연도 | 예총본부 | 민예총본부 |
2004 | 3건 6억 9천만원 | 4건 6억 5천만원 |
2005 | 1건 5억 8천만원 | 5건 8억 6천만원 |
2006 | 1건 5억 8천만원 | 4건 9억원 |
그밖에도 이전에 지원금을 받던 단체들은 해가 거듭되면서 점차 제외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진흥사업은 복권기금에 의해 상당한 규모로 확대되었다. 2002년도의 경우 278억 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도는 1,112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받을 기회가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현 지원시스템은 지극히 복잡하여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다. 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도 분석방법과 기준이 제각기 달라 이전의 진흥원에서의 지원사업과 비교해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한계를 전제로 이전의 창작지원에 관한 통계와 2005년과 2006년의 정기 공모사업의 변화를 보면, 이전에 최소 신청 대비 30% 정도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던 데 비해, 현재는 10%대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지원방향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다.
<창작지원부분 신청대비 선정 비율> 단위 : 건수/백만원 | |||||||
구분 | 1998 | 1999 | 2000 | 2001 | 2002 | 2005 | 2006 |
건수/금액 | 건수/금액 | 건수/금액 | 건수/금액 | 건수/금액 | 건수/금액 | 건수/금액 | |
신청 | 3,118 | 2,413 | 2,387 | 2,849 | 2.969 | 1,942 | 3,188 |
58,878 | 66,126 | 59,669 | 67,181 | 54,728 | 34,687 | 60,433 | |
선정 | 1,233 | 858 | 881 | 998 | 1,052 | 349 | 415 |
22,988 | 22,793 | 21,224 | 23,713 | 16,200 | 4,139 | 5,685 | |
비율 | 39.5/39.0 | 35.6/34.5 | 36.9/35.6 | 35.0/35.3 | 35.4/29.6 | 17.97/11.93 | 13.01/9.4 |
이와 같이 창작지원에 대한 비율이 감소한 것은 향수자(享受者) 지원 사업과 계기성 지원 사업이 급상승하였다는데 원인이 있다. 즉 2006년도의 경우 ‘별도 공모 사업’ 부분에서는 신진예술가 및 뉴스타트 프로그램 지원, 공연예술전문단체집중육성지원, 예술전용공간지원, 청소년문예지발간지원, 전국문학관운영활성화지원, 교정시설·군부대문화프로그램제공으로 총 242건 33억 9천만 원을 지원하였다. 정기공모사업 외 추진사업으로 문학 분야 3개 사업에 소요된 액수만도 52억 2천만 원이다.
순수 예술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이 이렇게 급감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창작이 없는 상태에서 과연 향수와 문화 복지가 가능하긴 한 것이며, 또는 문화경쟁력은 무엇으로 확보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사실 문화예술위원회로의 전환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기금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 진흥기금은 더 많은 재원확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이다. 2003년도를 기점으로 기금 모금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당시 확보된 5000억 원의 기금으로는 기존의 지원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국고나 기업의 후원을 적극적으로 끌어 들여 기금을 최소 1조원 수준(정책보고서에 따르면 1조 5천억 원)으로 올리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러한 시점에서 위원회로의 전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부로부터 일정 정도 자유로워진 위원회가 됨으로써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든 기관에 국고를 내놓으려는 정부 관료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당연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업 역시 계속적으로 변화의 시점에 놓인 단체에 호주머니를 털기는 쉽지 않다. 그 결과 현재 기금이 줄어들고 있고, 이에 대해 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가열되고 있지만 그 원인을 정부에만 돌리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일 뿐이다.
<문예진흥기금 조성액> | |||
연도 | 2001 | 2003 | 2005 |
조성액 | 4,004억원 | 5,058억월 | 4,929억월 |
문화관광부의 정책 수립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중앙부처인 문화관광부의 정책도 근본적인 원칙에서 변하기 시작하였다. 행정가에 대한 불신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단의 전문가로 분류되는 일반인들에게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바뀐다. 첫해 100여 개에 가까운 각종 Task Force가 구성되고 여기저기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회의가 진행되었다. 문화관광부 전체가 왁자지껄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과정을 겪고 탄생한 것이 <창의한국-21세기 새로운 문화의 비전>과 <새 예술정책-예술의 힘>이었다. 기존의 예술정책들이 문화관광부의 담당 공무원들에 의해 주도되었던 것과는 달리 일반인들이 중심이 되어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러니 당연히 많은 아이디어가 담기기는 하였으나 현실적인 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았고,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작업이 되었다. 구체적인 재정이나 제도의 뒷받침이 불투명한 정책 아이디어 수준이라는 비판에 대해 당시 장관 스스로 ‘전화번호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표현하였으니, 그 실현가능성 여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광주문화중심도시
문화관광부가 추진한 두 번째 방향은 지역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참여 정부 핵심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이로써 추진된 사업이 ‘광주문화중심도시’와 ‘관광레저복합도시’의 건설이다. 이는 전국의 땅값을 올리는 데 일조했고,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시 하나의 에피소드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업에 대해 충분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화도시만들기 프로젝트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설 ‘광주문화수도 육성’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이후, 2003년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광주’ 조성계획 보고회를 통해 참여정부의 국책사업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이후 ‘2004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선 ‘문화수도원년’ 선포식과 함께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진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와 문화부 산하 ‘문화중심 도시 추진기획단’이 조직되었다. 이 두 기구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광주문화중심도시’는 국고만 총 2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하는 사업이다. 2조원이란 얼마나 큰돈인지 단순비교를 한다면, 1973년 7월 11일부터 2005년 12월 31일까지 조성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총액은 1조 6,288억 원, 이 가운데 적립금 4,929억 원을 제외한 1조 1,108억 원이 지원사업 및 자체사업 등 문예진흥기금 사업비와 운영 제경비로 집행되었다. 결국 지금까지 예술창작에 지원된 진흥기금의 총액이 1조 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문화관광부 1년 예산이 1조 5천억 원이다.
이러한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는 ‘광주문화중심도시’사업을 위해 문화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여 거대 규모의 조직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도대체 이러한 사업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 얼마나 논의하였는지 의문이다.
이 사업의 추진배경을 정부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1)
- 본 사업은, 국가균형발전과 문화를 통한 미래형 도시모델 창출을 목표로 2002년 노무현 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주창한 후, 2004년 3월 대통령 소속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를 발족시켜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 본 사업은 향후 2023년까지 2조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되는, 건국 이래 국가가 주도하는 최대 규모의 문화프로젝트입니다.
· 문화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실현
· 정부의 문화정책 ='창의한국' 실현
·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통한 국가 수준의 문화발전전략
즉 광주를 문화산업의 중심으로 만들어 동북아지역에서의 우리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산업을 정부가 공공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는 경제 이론에 모순된다. 문화예술분야의 경우 시장 실패로 이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둘 수 없으며 정책적 관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의 시장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불모지와 같은 곳에 정부주도형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언어도단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유명 오페라가수의 콘서트 표가 200장밖에 팔리지 않아, 취소된 사례만으로도 광주의 문화 현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자체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은 필요한 사항이기는 하나 이러한 시장을 형성할 문화예술 인적자원, 프로그램 등이 광주에 과연 있는지 의문이다. 충분한 사전 조사와 검증을 통해 이 사업이 시작된 것인지, 특정인들의 관심사와 이익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업이 밀실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나아가 일단 예산부터 확보한 후에 그 예산에 맞추어 사업내용을 억지로 만들어낸다는 항간의 의혹이 일고 있으나 이에 대한 해명조차 없다.
문화관광부 예산
이러한 사례를 포함하여 정부가 지나치게 문화산업부분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예산편성을 증거로 항변하고 있다. 현재 문화관광부 예산 중 문예 진흥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사실 문화예산 중 문예 진흥 부분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노무현 정부 들어 외형상 일정부분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는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즉 41%대로 감소되었던 문예 진흥부분 예산이 49%대로 증가하였기는 하지만 전체 문예 진흥 예산에 이전에는 없던 특별사업예산이 30% 가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 실제로 문예 진흥 부분의 예산은 상당부분 축소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 예산 내 문예진흥부분>
다시 말해, 2006년 문화예산 배분을 보면 문예 진흥 부분이 49%(7,788억원)로 가장 높고, 문화산업 14.1%(2,238억원), 관광 13.7%(2,178억원), 문화재 23.2%(3,695억원)이다. 그러나 문예진흥 부분에는 앞에서 언급한 ‘광주문화중심도시’에 관련하여 2,079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아시아문화동반자 사업’ 33억 원, ‘경주역사·전주전통 문화중심도시 조성’ 70억 원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예산 2,182억 원을 제외하면 문예 진흥 전체 예산은 5,606억 원이다.
이밖에 대부분의 국립문화예술기관이 문예 진흥 부분에 포함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문예 진흥을 위한 문화관광부 사업예산은 현저히 줄어든다. 국립문화예술기관의 재정을 살펴보면, 예술원(23억원), 한국예술종합학교(657억원), 국립중앙박물관(1,056억원), 국립국어연구원(109억원), 국립중앙도서관(784억원), 국립중앙극장(216억원), 국립현대미술관(270어원), 국립국악원(338억원), 국립민속박물관(162억원)의 예산만 합해도 3,425억 원이다. 이외의 민법상 법인형식의 정부 재정지원 문화기관을 제외하더라도 2,181억 원에 불과하다. 당연히 문화예산 중 문예 진흥 부분이 가장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관광분야의 경우 정부재정이 들어가는 기관은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소내 관광부분 예산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문화의 다변화시대에 문예 진흥에만 정부 예산이 편성될 수는 없다. 문화산업과 관광을 연결하는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문예 진흥 부분은 상당부분 문화예술위원회의 몫이 있으므로 중앙정부의 역할이 일정정도 축소될 수 있음도 분명하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문예진흥기금 지원 사업에서 창작부분이 축소되고 있는 상태이고, 게다가 문화관광부 문예 진흥 부분 예산에서조차 30%에 가까운 예산을 특정 사업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를 정확하게 공지하지 않는 것도 문화관광부의 편법 운영의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문 법령의 재정비
참여정부 문화정책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법령의 재·개정이다. 이전 어느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법률의 제·개정이 있었다.
현재 문화관광부분의 법 현황을 살펴보면, 문화예술진흥 및 문화유산의 보호와 관련된 13개 법령, 문화산업의 육성관련 5개 법령, 미디어 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관련 6개 법령, 관광산업의 육성관련 5개 법령으로 총 29개의 법령이 있다. 이는 4년 전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도 25개와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2002년의 경우 ‘출판사및인쇄소의등록에관한 법률’과 ‘외국간행물수입배포에관한법률’이 이미 ‘출판및인쇄진흥법’ 시행 이후 폐지예정이었고, ‘관광숙박시설지원등에관한특별법’이 2002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한 것이었다는 점, 독립기념관이 이후 국가보훈처로 소관부처를 옮긴 것을 고려한다면 2002년 당시는 총 22개의 법령이 있었다. 그 사이 7개의 법령이 새로 제정되었다.(국어기본법, 문화예술교육지원법, 동학농민혁명참여자등의명예회복에 관한특별법, 고도보존에 관한 특별법,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2)
현 문화관광부 관련 법률 총 29개 법률의 제정 시기를 비교하여 보면, 3공화국(5), 4공화국(4개), 5공화국(2개), 6공화국(2개), 문민정부(4개), 국민의정부(3개), 참여정부(8개)이다. 물론 기존 정부에서 만들어진 법률 중에 현재는 폐지된 것도 있으므로 보다 세밀한 비교를 할 필요는 있으나 확연히 참여정부가 법률의 제정에 중점을 두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와 같이 새로 제정된 법률 이외에도 참여정부가 2004년과 2005년 두 해에 걸쳐 개정한 법률이 총 16건임을 도외시하기 어렵다. 2005년의 경우 3개 법률이 제정되었고, 11개의 법령이 개정되어 총 14개의 법률이 정비되었는데, 이와 같이 법률의 빈번한 개정은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의 경우 사회 각 영역에서 각종 경제활동에 장애가 되거나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대대적 작업을 하였고, 이로 인해 99년과 2000년 제·개정 건수가 대폭 증가하였다는 점. 또한 처음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과 이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하였음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정비가 이루어진 이후 2001년, 2002년의 경우 제·개정의 사례가 상당부분 축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법률 제·개정 현황> | ||||||||||
연도 | 1996 | 1997 | 1998 | 1999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건수 | 3 | 7 | 3 | 20 | 15 | 7 | 7 | 11 | 13 |
* 2002년까지는 2002문화정책백서에서 가져온 것이며, 2004년과 2005년은 2006문화정책 백서의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 정부에서 새로 제정된 법률은 ‘문화산업진흥기본법’정도에 불과하며, ‘음반·비디오물및게임에관한법률’은 기존의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을 대체하여 제정되었고, 방송법은 종전의 ‘방송법’, ‘종합유선방송법’, ‘유선방송관리법’ 및 ‘한국방송공사법’으로 분산된 법체계를 단일법으로 통합한 것이며, ‘출판및인쇄소의등록에관한법률’과 ‘외국간행물수입배포에관한법률’을 통합하여 ‘출판및인쇄진흥법’을 제정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참여정부에서 신설된 법령은 7개에 달하며, 구 ‘정기간행물의등록에관한법률’을 폐지하고 새롭게 제정한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을 포함하면 총 8개의 법률이 새로 제정되었다.
그밖에도 현재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법률이 ‘문화기본법’, ‘여가진흥법’, ‘기초예술진흥법’,,‘지역문화예술진흥법’, ‘예술산업법’, ‘전통예술진흥법’ 등 6개에 달하고, 그밖에 문화영향평가제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음은 참여정부 문화정책이 법령을 통해 문화개혁을 추진하고 있음을 뚜렷하고 증거하고 있다.
법이란 사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게 되면서 반드시 필요하게 된 하나의 체제이다.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는 격언에서도 나타나듯이 사회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규범, 즉 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은 반드시 강제력이 동반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법은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몰수할 수 있고, 심할 경우 생명까지 합법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 민사나 행정절차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생존의 근거가 되는 재산, 심지어는 아이에 대한 양육권까지 부모로부터 몰수할 수도 있다. 일정정도 합법성을 포장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을 제·개정하는 데는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사회의 안정된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지, 제 분야에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 등등 포괄적인 검토와 검증을 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참여정부의 법 제·개정의 남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특징을 설명하면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다수의 법 제·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관련 문화예술을 진흥시키고자 하는 긍정적인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제정 이후 이 법들이 또 다른 규제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으로 인해 문화시설에 교육전문인력배치의무화, 시설평가의무화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문화시설의 운영을 지나치게 정부규제 하에 두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이 법률에 의거하여 ‘연극강사풀제'를 비롯하여 민간에서 추진되던 사업이 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 이관되었는데 이는 민간주도를 꾀하는 현 참여정부의 문화정책방향에 역행할 뿐 아니라 점차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국제적 경향과도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또한 문화기본법의 제정 등의 방법을 통해 시행하고자 하는 ‘문화영향평가제’는 지역정부나 기업들의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으며, 게다가 계량평가가 어려운 문화예술의 속성을 고려할 때 적용이 순조로울 수 없는 불필요한 제도이다.
둘째, 이미 제정되어 있는 법률과 별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지 않아 제정의 의미자체가 없을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한 인력 및 재정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기본법’은 이미 최상위법인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을 하위법의 범주에 집어넣는 부조리한 상황을 야기하는 것이며, ‘기초예술진흥법’이나 ‘전통예술진흥법’은 그 속성상 ‘문화예술진흥법’, ‘공연법’ 등에서 수정, 포괄할 수 있는 부분을 단순 반복할 우려가 있으므로 법 제정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법에 따른 새로운 기관의 신설이 계속되면서 위인설관의 의혹이 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의해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된 것이나, 이후 추진 중인 ‘전통예술진흥법’은 ‘전통예술진흥원’ 설립을 포함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문화정책의 성적표
노무현 정부의 순수예술진흥정책의 기본 방향은 지난 정부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기존의 정부가 ‘생산 - 유통 - 소비’를 중심축으로 하는 ‘창작자 - 문화시설 - 향유자’ 지원정책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데 반해, 현 정부는 특히 문화예술의 산업화와 향유자 중심의 복지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앞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문예진흥기금 사업 중 ‘향유자를 위한 사업’에 대한 지원액은 상당부분 증가하였다. 사업비 항목 분류가 같은 2002년과 2005년을 비교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여기서 복권기금이 ‘문화예술 향수권을 확대시키는 것’3)을 취지로 하고 있으므로 이를 향유자 지원 사업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한 조건에서 2002년의 경우 전체 대비 38.77%임에 비해 2005년의 경우는 50.25%에 달한다. 물론 복권기금의 유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기는 하나, 정부지원방향과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문예진흥기금 사업내용> 단위:백만원 | ||
연도 | 2002년 | 2005년 |
전체사업비 | 27,837 | 120,899 |
문화예술 창작활동 지원 문화예술 향수 기회 확대 (복권기금사업) 문화예술 교류사업 지원 예술의 보존과 계승지원 | 9,329 10,794 2,511 5,203 | 50,725 10,963 (49,792) 5,097 4,322 |
향수관련 사업 비율 | 38.77% | 50.25% |
이와 같은 향유자에 대한 집중 지원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집중지원에도 불구하고 문화향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2006년도 문화향수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의 예술행사 관람, 문화시설의 문화행사 참여,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경험 등이 감소하고 있다.4) 얼핏 보면, 연간(2005.6.1~2006.5.31) 예술행사 관람률은 65.8%로 2003년(62.4%)보다 약간 증가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 관람률의 증대(2003년 53.3%, 2006년 58.9%)에 의한 것이다. 오히려 영화와 문학행사를 제외한 미술, 음악, 전통예술, 무용 등에서는 관람률이 감소하였다. 그렇게 많은 지원금을 통해, 그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각 지역으로 확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술향수 비율이 줄어든 결과를 낳았다는 것은 이 정책의 정당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술행사 연평균 관람횟수> | ||||
예술행사 | 연평균 관람 횟수: 전체대상(2000명) | |||
2006 | 2003 | 2000 | 1999 | |
문학행사 | 0.1 | 0.1 | 0.1 | 0.3 |
미술전시회 | 0.2 | 0.2 | 0.3 | 0.6 |
음악 및 오페라 | 0.1 | 0.1 | 0.2 | 0.2 |
전통예술 | 0.1 | 0.1 | 0.1 | 0.3 |
연극(뮤지컬포함) | 0.2 | 0.2 | 0.2 | 0.4 |
무용 | 0.01 | 0.01 | 0.03 | 0.1 |
영화 | 3.9 | 3.5 | 2.2 | 3.1 |
대중가요콘서트 | 0.2 | 0.2 | 0.2 | 0.3 |
여기서 또 하나 검토해야 할 문제는 이러한 정부지원이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야기했다는 점이다. 예술행사 관람, 문화행사 참여,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참여의 걸림돌을 질문한 결과, 2003년 조사와 비교하여 ‘시간 부족’이란 응답은 다소 감소한 반면,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응답이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문화예술의 산업화에 많은 부분 초점을 맞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부족’을 이유로 드는 경우도 증가하였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정부가 대단위로 프로그램을 구입·유포하는 경우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나친 정부 지원이 예술단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안일한 작품 제작과 공연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여러 차례 확증된 사실이다. 둘째는 산업화에 관심을 두기는 하였으나 실제적인 예술계의 구조적 산업화를 이루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다. 예술의 산업화는 예술을 생산하고 유통, 소비하는 과정, 즉 시스템에서의 산업적 구조를 말하는 것이어야 하며, 여기에는 경제적 논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예술정책은 이를 간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문화예술활동의 걸림돌> | ||
예술행사관람의 걸림돌 | ||
2006 | 2003 | |
시간부족 | 30.0% | 35.6% |
비용이 많이 들어감 | 30.0% | 30.9% |
관심있는 프로그램 없음 | 18.2% | 13.5% |
관련정보 부족 | 12.7% | 10.3% |
교통불편 | 4.7% | 3.4% |
시설불편 | 3.1% | 4.9% |
함께 할 사람 없음 | 1.1% | 1.5% |
기타 | 0.2% | 0.2% |
100% | 100% |
참여정부 20대 공약 중 하나인, ‘(수준 높은 삶의 질) 최상의 복지ㆍ쾌적한 환경ㆍ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는 행복한 나라를 만든다’와 ‘(정보화와 과학기술 5대강국 도약) IT인프라의 고도화와 이용 활성화를 통해 정보화 선도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R&D의 효율적 투자를 통해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나아간다’는 약속은 이행되지 못하였음이 분명해진다.
물론 참여정부 문화정책의 평가표는 아직 제출하기 어렵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또한 정책의 결과가 드러나는 데는 일정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문제점을 검토하고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문화 분야에서 이루어진 개혁이 실제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한다. 100년이 지나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대원칙이 서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개혁’이나 ‘혁명’같은 말은 본시 교육에는 어울리지 않는다.”5)
문화부분도 예외는 아니다.
장미진 /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초빙교수
1) 광주문화중심도시 홈페이지
2)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은 ‘구)정기간행물의등록에관한법률’을 전면 개정한 것이므로 이를 포함하면 총 8개의 법률이 제정되었다.
3) 2004년 복권기금의 문예진흥기금으로 유입되는 것이 확정됨에 따라 이후 진흥원은 복권기금을 토대로 한 문예진흥사업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하였고, 우선적으로 복권기금사업은 특성상 복권에 대한 지출대상이자 복권기금 수입원인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향수권을 확대시키는 것을 취지로 하여 개발하였다. 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4) 조현성,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할 시점이다. 너울, 92~95
5) 변상근, 중앙시평, 2007. 3. 28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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