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던 2003년 당시는 외환위기를 재정자금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재정건전성의 훼손이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다시 말해 노무현 정부는 어려워진 재정여건에서 출범했던 것이다. 그리고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 따라 잠재성장률 저하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였다. 나아가 국민의 정부로부터 시작된 분배와 복지 지향적 국정운영기조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복지확대와 복지실효성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제사회여건의 변화에 따라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왔는가, 특히 재정과 조세정책에서의 성과는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비단 노무현 정부의 나라살림 운영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나라살림 운영에 대한 최적의 방향제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 재정정책과 조세정책은 부문별로 구분하여 평가하는 것보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논쟁의 이슈를 차례로 살펴보는 것이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즉, 나라살림과 관련된 그동안 진행되었던 감세논쟁, 정부규모논쟁, 국가채무논쟁, 양극화 논쟁, 부동산대책으로서 세금의 역할논쟁 등을 중심으로 논의해본다.
노무현 정부 나라살림 성적표
(1) 재정수지
국민의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 22.7조원이던 통합재정수지 흑자가 노무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급격히 줄었다. 또한 매년 큰 흑자를 보이고 있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공적자금 보증채의 국채전환분을 현재가 아닌 발행시점에서 계상하여 통합재정수지를 재조정하면 나라살림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조정된 통합재정수지 적자(관리대상수지)는 노무현 정부에서 급속히 증가하였는데, 이는 매년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국채발행규모가 최근 10조원을 육박하여 외환위기 직후 수준까지 증가한데 기인된다. 이러한 재정수지 악화의 문제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경기침체와 재정수지악화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1) 1997년-2005년 : 결산 기준 통합재정수지 (2005년 잠정)
2006년 : 추경예산 기준 통합재정수지
2) 보증채로 발행되어있던 공적자금을 2003년부터 국채로 전환하여 상환하였음.
3) 국채전환 보증채 총액(공적자금상환) 49조원을 연도별로 2.1%(1997), 32.2%(1998), 19.9%(1999), 9.4% (2000), 32.6%(2001), 3.8%(2002)의 비율로 배분하여 계산. 이 비율은 전체 국채전환 및 비전환 보증채의 연도별 발행비율임.
4) 관리대상수지=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수지+공적자금상환원금
5) 조정된 통합재정수지 = 통합재정수지 - 사회보장성수지 - 공적자금 보증채 발행 + 공적자금상환
국가채무, 즉 나라 빚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급속히 늘어만 가는 국가채무는 이자증대로 인한 재정부담 상승과 투자의 구축효과 등으로 경제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장기화 시킬 수 있다.일례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확정채무/GDP 비율은 1997년 말 10% 초반 수준에서 2005년 30%로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에 보증채무/GDP 비율은 2%대에서 19.6%로 증가했다. 게다가 기업회계 대차대조표의 순자산(또는 자본)에 해당하는 국가자산과 국가채무의 차액인 ‘국가순자산’은 2001년 이전엔 매년 증가하였으나,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가채무의 급속한 증가와 국가채권의 격감으로 2003년 53조원, 2004년 23조원이 각각 감소했다.
(2) 조세부담률
조세부담률은 2000년 들어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는 형국이지만, 1인당 조세부담액과 1인당 국민부담률을 고려할 경우 조세 및 준조세와 관련된 국민의 부담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1인당 국민부담률의 경우 2000년 이후 연평균 8.21%로 증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무현 정부는 OECD 국가 등에 비해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의 절대 수준이 낮기 때문에 경기부양을 위한 세부담 증대가 필요할 뿐 아니라, 한국의 경우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세부담 증대의 여력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논리는 국가별 경제ㆍ사회적 여건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즉, 한국의 경우 준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 등이 제외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징병제에 따른 국방비 내 인건비 감소와 해당 기회비용을 국민이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노무현 정부가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것들을 모두 포함하면 GDP 대비 부담률이 40%수준이라는 연구도 있을 정도이다.
(3) 재정지출
재정수지의 악화문제도 중요하지만 재정지출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재정의 경제안정화효과를 점검하는데 필요하다. 즉, 재정지출을 늘이더라도 민간투자를 줄이는 이른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를 최소화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민간투자를 활성화 시키는 구인효과(crowding-in effect)가 커지게 하는 지출구조하에서 늘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로 이 점에서 재정지출을 자본지출과 경상지출로 혹은 투자성지출과 소비성지출로 구분할 경우 전자의 비중이 클수록 구인효과가 커져서 경제활성화 효과가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통합재정을 기준으로 총세출에서 차지하는 경상지출과 자본지출의 비중을 살펴보면 재정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상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자본지출의 비중은 급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총세출의 경우규모측면에서 연평균 12%로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지출의 비중은 1999년 24%를 정점으로 2005년 13%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한편, 민간자본의 생산성 향상, 투자와 산출 증대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자본지출 규모는 2003년 30.6조원 수준에서 2005년에는 24.4조원으로 감소하였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추경편성으로 인해 본예산의 경우 경상 GDP성장률 범위 내의 재정건전성을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최종예산은 경상GDP 성장률 범위를 훨씬 상회하는 팽창예산이 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더구나 정부는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매해 상반기에 본예산의 50% 이상 투입하는 재정의 조기집행을 시도하였지만, 곧이은 하반기 추경편성으로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조기집행의 의미와 효과를 약화시켰다. 이러한 양상은 예산의 조기집행으로 인해 하반기에 나타나는 재정의 긴축효과를 막기 위해 국채발행을 통한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익년 다시 재정조기집행 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은 국채발행 누적에 기인한 재정건전성 악화와 재정정책의 경기조절능력의 감퇴를 야기한다. 더구나 이러한 재정조기집행은 별도의 재정부담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즉,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재정조기집행에 따른 이자비용이 4400억 원에 이르며, 이는 다시 추경에 반영되어 국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감세논쟁
감세논쟁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한나라당이 제시한 감세와 정부ㆍ여당이 제시한 재정지출확대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과정을 일컫는다. 즉, 동일한 규모의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자 한다면 감세와 재정지출확대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적절하고 효과적이냐 하는 것이 감세논쟁의 핵심 쟁점사항이다.
감세와 재정지출확대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경기 침체극복 및 활성화를 위해 소요되는 재원을 ‘누가 지출하게 되는가?’라고 할 수 있다. 감세의 경우 개인 또는 가계와 기업에게 세율인하와 공제확대를 실시하여 세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이다. 즉, 세부담의 경감으로 각 경제주체들의 가처분소득이 증대될 것이고, 이는 지출을 통한 새로운 수요의 창출과 저축을 통한 새로운 투자가 발생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반면 재정확대의 경우, 정부는 소요되는 자금을 세금으로 징수하거나 국공채 발행을 통해 빌린 자금을 통해 당초 계획된 예산지출규모보다 크게 집행하는 것이다. 즉, 정부는 가용한 정보를 토대로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에 예산을 확대하게 되며, 주로 단기적이고 직접적 파급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선택과 자금배정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가용재원이 증대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감세는 가계와 기업이, 재정지출확대는 정부가 지출을 담당하게 되는 차이가 있다.
또한 누가 지출주체가 될 것인가에 대한 당위성은 다음에 제시되는 논리에 각각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가계와 기업이 지출주체인 감세는 정부의 비효율을 방지하고 실질가처분소득 증대가 수요확대를 유인한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조세부과에 따른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을 고려한 경제효율성 제고측면에서 감세를 지지할 수 있다. 반면 정부가 지출주체인 재정확대는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감세로 인한 수요확대를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결국 정책방향을 설정하는데 직시하여야 할 것은 현재 한국의 세입과 세출여건을 충분히 감안하여 각 정책의 적절성 및 실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감세와 재정지출확대 모두 우리 조세현실과 재정지출구조 현실을 감안할 때 모두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세입은 각종 조세감면과 조세지원, 낮은 과세자비율의 문제 때문에, 그리고 세출은 자본지출의 비중이 작은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세율인하와 재정지출확대 모두 이론에서보다 그리고 선진국에 비해서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재정충격지수(fiscal impulse indicator)를 통해 살펴본 재정지출의 경기활성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정충격지수는 재량적인 재정운용의 부분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GDP Gap와 반대 방향(경기역행적)이 되어야 재정의 경기안정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6년간 9년을 제외하고는 총 17년간 경기순응적인 정책을 시행해 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국 계속된 경기안정화에 있어서의 재정의 역할이 미미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의 증가는 그 효과가 적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부크기와 나라 빚 크기에 대한 논쟁
(1) 큰 정부 vs 작은 정부
그동안 노무현 정부는 OECD 국가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의 재정지출규모가 상당히 작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민소득수준과 향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고령화를 고려할 때, 정부규모는 이미 적정수준을 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시각차이는 이념차이에서 발생한다기 보다 현재 정부규모를 판단하는 기준의 차이에서 야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06년 초 노무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양극화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나아가 재정지출규모가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작다는 이유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지출확대를 강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내세운 OECD 국가 대비 정부크기가 작다는 주장은 공기업이나 산하기관과 같은 정부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제외되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실, 한국의 경우 이미 선진국에서 민간이 담당하는 부분을 여전히 공공이 맡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기관의 운영도 방만하여 정부와 여당의 주장처럼 정부의 규모가 작지 않다. 정부산하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의 재정분석을 통해 정부 스스로 밝힌 재정규모를 보더라도 우리의 재정규모는 31.5%에서 41% 사이라고 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규모가 작지 않다는 것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고령화가 심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회보장급여의 지출이 본격화 되지 않았다는 점을 통해 재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작은 정부라고 세금을 더 거둬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는 고집을 버리고, 대신 이미 시작한 각종 재정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낭비를 줄이는 노력에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2) 국가채무에 대한 인식
정부는 우리의 나라 빚 수준은 국제비교 시 크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작다고 판단하는 국가채무에는 17개 기금이 갖는 채무와 정부산하기관 채무가 빠져 있다. 때문에 국제적 통계의 비교기준에 적합한 채무들을 모두 포함하면 정부가 발표한 GDP 대비 30% 수준을 초과해 45%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더구나,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는 공적연금 책임준비금부족액, 공적자금손실금, 건강보험 누적적자 등을 통합하면 국가채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나라 빚이 작다고 걱정말라고 국민들에게 안심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국민들은 나라살림 걱정이 없으면 늘 세금 덜 내고 예산 더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라 빚은 파악한 것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신중함이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알뜰한 나라살림을 꾸려가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 크게 갖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보증채무, 공기업 채무, 연금채무도 줄이는 노력을 우리 국민 앞에 보여주어야 한다.
양극화의 원인과 처방 논쟁
양극화 문제는 2006년 대통령 연두기자회견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 원인이 과거의 압축성장, 외환위기, 그리고 세계화에 있다고 진단하였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양극화문제를 강조하면서 상위 20%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면 80%는 혜택을 본다는 논리를 동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편가르기는 이미 8.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2%에게 세금을 물려 98% 덕보게 하는 대책이라고 홍보하던 것과 유사하다. 가진 자에 대한 반감을 극대화시키고 이를 이용하려고 한 것이다. 이는 흡사 아르헨티나 등에서 상위계층에 대한 하위계층의 위화감 및 불만을 조성하여 선거에 이용하는 포퓰리스트 정권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과 유사한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OECD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 조세부담률은 20.4%로 회원국 평균보다 아주 낮기 때문에 증세가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미국과 일본이 우리 보다 조세부담률이 낮은 것은 증세 대신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기 때문이며, 국채비율을 감안하면 우리는 증세할 여지가 충분함을 강조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는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세금이 아닌 각종 부담금과 같은 준조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광의의 부담률을 갖고 비교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OECD 국가들은 이런 광의의 조세부담률을 발표하지 않는데 이는 준조세를 고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작은데 기인한다. 결국 준조세를 포함하여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의 조세부담수준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며, 경제수준과 고령화수준을 고려했을 때 우리의 조세부담수준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재정을 확충하여야 하며, 성장보다는 분배 지향적인 정책기조 하에서 복지재정확대와 조세를 통한 재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의지를 반영하듯이 2007년 예산(안)에서 복지예산 증가율은 총지출 증가율의 6.4%를 크게 상회해서 10.4%에 이르고 있다. 총예산액 규모는 61조 8천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25.9%에 달하며 이는 국민의 정부 마지막 해에 41조원 수준에 비하면 50%까지 증가한 것이다. 부문별로는 복지부문 중 기초생활보장에만 지난해보다 1조 2,469억 원 증가된 6조 5,907억 원을 투입하고, 국민연금 급여지출 등 공적연금에 대한 부문이 18조 9,805억 원에 달하고 있다. 또 근로자ㆍ서민주택전세자금 13조 9,863억 원, 산재ㆍ실업급여 등 노동부문 1조 5,122억 원 등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지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복지예산 급증을 뒷받침하는 논리 역시 우리의 복지재정이 OECD 등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인식에서 비롯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복지지출 수준을 단순히 GDP, 고령자부양비율, 조세부담률 등이 이미 상당히 높은 선진국들과 단순비교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복지지출의 국제 비교시 범위를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복지지출 범위는 다양하게 정의되고 그에 따라 규모가 상이해지기 때문이다. 공공사회복지지출은 가장 좁은 범위의 개념이며, 법정ㆍ민간급여(퇴직금 등)를 포함한 사회복지지출, 그리고 자발적 민간급여를 포함한 총사회적복지지출, 그리고 조세의 공제 및 조세감면을 추가한 순사회적복지지출 등 범위에 따라 국제비교의 의미가 상이해진다. 뿐만 아니라 국제비교 시 사회ㆍ경제적 요소의 시차를 고려한다면 우리의 복지지출수준은 OECD 국가에 근접하고 있으며, 노령연금제도가 아직 시행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한다면 오히려 지출수준이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복지지출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빈곤인구의 증가, 소득분배의 악화, 그리고 사각지대와 불공평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등 정책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이처럼 저조한 복지실효성은 복지전달체계 및 인프라의 미비, 개별 사회보장제도간의 분산 관리로 인한 연계성 미흡, 그리고 복지정책의 사전ㆍ사후 평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복지지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제도적인 미비점 및 문제를 선결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양극화 해소책은 경기회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최저소득계층은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과 같은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경기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전략이 양극화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 잡아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또한 양극화의 해소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고용보험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실업상태에 빠져도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들의 비중이 높고, 국민연금은 재정위기라는데 국민연금이라는 우산밖에 있는 노인들이 많다. 이렇듯 복지의 사각지대를 내버려 둔 채 복지지출을 대규모 증가시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결국 돈만 쓰면 된다는 무작정 복지가 아니라 빈틈없이 혜택이 주어지는 복지가 중요하며, 이것이 참된 양극화 해소대책인 것이다.
조세정책수단에 대한 인식
우선 부동산의 보유세의 기본 목적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보유세는 투기억제나 주택가격 안정의 수단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재원조달이 그 주요 목적이 되는 세목이다. 미국의 경우 보유세율이 높을 때 주택가격이 더욱 상승하였다는 연구 결과 등에 비추어 보아도 보유세가 갖는 가격안정효과는 설득력이 약하다.
만약 노무현 정부의 보유세가 그들이 주장하는 양극화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진 자에게 더 거두어 이를 해소하는데 그 주요 목적이 있다면 이는 세금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위험천만의 발상이라 하겠다. 이는 세금이 옮겨 다니는 것, 즉 전가되는 속성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이다. 한편, 종합부동산세가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는 부유세 도입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 즉, 부유세는 부동산과 다른 모든 자산에 대해 누진과세 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종부세 대상에 주식이나 귀금속 등을 포함시키면 완벽한 부유세가 완성된다.
정부는 8ㆍ31대책에서 종부세의 급격한 인상은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으므로 부동산 가격 대비 세부담의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1%에 근접하기 위해서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실효세율을 1% 수준으로 높이면 소득대비 보유세 부담비율은 10%를 넘게 된다. 이러한 소득대비 보유세 부담비율이 선진국의 경우 3.5%임을 고려해 볼 때, 소득의 10% 이상을 종부세로 낸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부동산 보유과세 부담은 강남보다 강북이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지역의 경우 연평균 7% 정도 증가하는 반면, 강북 등 기타지역은 12%나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문에 현행 보유세 기준금액의 6억 원의 기준에서 9억 원 정도로 상향조정하고 실효세율을 1%에서 0.5% 정도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물가상승을 반영하더라도 1999년에 정해진 호화주택 기준인 6억 원을 2007년에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소득에 미달하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감면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는 고령자가구나 실직자 가구의 부담을 낮추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알뜰한 나라살림을 위한 과제
지금 우리 국민들은 가정에서도 빚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나라 빚마저도 걱정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인심 좋은 동네아저씨 역할은 그만 두고, 살림형편을 숨김없이 정확히 알리면서 알뜰하게 나라살림살이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1) 정책기조 확립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사는 최우선 과제는 적자재정기조와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재정건전성의 훼손을 하루빨리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을 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재정규율은 중장기 재정운용에 적용되는 원칙으로서 재정정책의 유지가능성(sustainability)실현, 재정운용의 투명성(transparency)제고, 정책의 신뢰성(credibility)효과 제고로 요약된다. 즉, 국민적 합의로 재정운용 원칙을 세우고 정치적 영향이 개입될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2) 재정의 경제안정화 기능 및 건전성 회복
미국의 경우 레이건 정부의 감세와 클린턴 정부의 지출축소가 장기호황의 원동력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 이상 경기침체에 빠졌던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재정확대를 통한 무리한 경기부양은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우리의 재정운용경험을 기초로 할 때 현 정부의 지출확대를 통한 경기활성화 효과가 지극히 미진하다는 점에서, 이제는 경기활성화 및 재정건전화라는 목적을 위해 감세와 지출억제를 동시에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공기업의 경영효율성 제고 및 채무의 축소가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간에서 담당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민영화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정운용의 경직성과 낭비요인을 크게 하는 각종 기금의 통ㆍ폐합을 시도하고 나아가 재정파탄에 직면하고 있는 공적연금의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3) 엄격한 재정지출관리
재정지출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것의 핵심은 정부의 재정사업에 대한 사전 사후 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평가체제하에서는 평가가 중복되고 평가결과가 차후 사업의 개선에 반영되지 못함에 따라 평가의 실효성이 지극히 저조하다. 따라서 우선 흩어져 있는 평가를 일원화하고 중앙집중관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평가결과를 penalty 및 incentive로 연결하는 환류체제(feedback system)의 확립이 필요하다.
특히타당성 조사 및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한 예산의 사전평가도 중요하지만 사업 시행 후 기대했던 성과를 달성하였는지를 평가하는 사후평가가 더욱 중요하다. 정부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사후에 평가하여, 평가결과를 추후 예산과정에 반영함으로써 낭비를 줄이고 재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안종범 /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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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 [노무현정부평가] 정치논리에 빠진 참여정부의 동북아경제중심 정책 정인교 / 2007-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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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 [노무현정부평가] 참여정부의 문화정책: 개혁바람에 멍드는 문화 장미진 / 2007-0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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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정부평가] 노무현 정부와 재정 및 조세 안종범 / 2007-0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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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 [노무현정부평가]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 더욱 경직된 노동시장 박동운 / 2007-0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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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 [노무현정부평가] 노무현 정부와 언론-언론 재갈물리기의 새로운 양태 남시욱 / 2007-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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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노무현정부평가] 구호에 그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조동근 / 2007-0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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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노무현정부평가] 갈등을 고조시킨 기형적 참여 민주주의 박효종 / 2007-0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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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 [노무현정부평가] 노무현 정부 4년, 국민들은 더 불안하다 이춘근 / 2007-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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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 [노무현정부평가] 참여정부는 반시장 좌파 정부 김광동 / 2007-0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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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 연합사 해체, 유엔사 보강으로 대처해야 박용옥 / 2007-0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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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 국토균형발전도 시장원리에 따라 추진해야 최승노 / 2007-0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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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 공적연금, 민영화하자 박양균 / 2007-0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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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 최저임금제 폐지하자 전용덕 / 2007-0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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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 국내 북한이탈주민들의 적응 및 조기 정착방안 윤여상 / 2007-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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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 주택문제 해결의 새로운 접근 장성수 / 2007-02-12 |